세계사를 바꾼 물고기 이야기 - 개정판
오치 도시유키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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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세계사를 바꾼 물고기 이야기 – 청어 한 마리가 바꾼 세계사, 탐욕과 신앙의 교차점

저자: 오치 도시유키 | 번역: 서수지 | 출판: 사람과나무사이


🐟 작은 물고기에서 시작된 거대한 역사

‘물고기가 세계사를 바꿨다’는 말, 처음엔 다소 과장된 표현처럼 들렸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저자 오치 도시유키는 청어·대구·연어 같은 평범한 물고기들이 종교와 정치, 경제의 흐름을 바꿨다는 놀라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그 중심에는 ‘먹는 일’과 ‘금식’이라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이 있습니다. 기독교의 단식일 제도로 인해 고기가 금지되자, 생선이 유럽 전역에서 ‘합법적인 식량’으로 폭발적인 수요를 얻게 된 것이죠. 그렇게 물고기는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국가의 흥망을 결정짓는 경제자원이 되어버렸습니다.


🌊 청어가 만든 유럽의 판도 변화

책의 첫 장은 청어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발트해의 작고 평범한 물고기였던 청어가 어떻게 네덜란드와 잉글랜드의 운명을 뒤바꿨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청어의 회유 경로가 바뀌면서 어획 중심지가 한자동맹에서 네덜란드로 이동했고, 이 변화가 암스테르담의 부상과 영국 해양제국의 태동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은 놀라울 만큼 설득력 있습니다.
결국 한 마리의 청어가 근대 유럽 상업혁명의 기폭제가 된 셈입니다. 이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전개가 독자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습니다.


⚓ 신앙과 식욕의 아이러니, ‘피시 데이’

책의 중반부는 기독교의 단식일 제도, 일명 ‘피시 데이(Fish Day)’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육류를 금하고 생선을 허용한 이 종교적 규율은, 결과적으로 해양 상업과 어업 기술의 급격한 발전을 촉발시켰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절제’에서 비롯된 제도가 탐욕을 자극하고, 그 탐욕이 다시 경제를 움직이는 구조가 된 것이죠. 저자는 이를 “금욕이 낳은 부(富)”로 정의하며, 인간의 욕망이 어떻게 문명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지를 생생히 보여줍니다.


🐠 대구, 신대륙과 식민지의 숨은 주역

청어 다음으로 등장하는 또 하나의 주인공은 ‘대구’입니다. 얼핏 평범한 흰살 생선이지만, 15세기~18세기 북대서양 무역의 핵심이 바로 대구였습니다.
특히 미국 독립전쟁의 배경에 대구 무역이 깊이 얽혀 있었다는 내용은 인상적입니다. 식민지 미국은 영국의 통제 아래 대구를 수출하면서 자본을 축적했고, 그것이 독립의 자금원이 되었다는 사실은 놀라운 통찰이었습니다.
작은 물고기 한 종이 국가의 자유를 이끌었다니, 이보다 더 흥미로운 역사 교양서가 있을까요?


📖 물고기로 읽는 인류의 욕망사

『세계사를 바꾼 물고기 이야기』는 단순히 어업의 발전사를 다루지 않습니다. 인간이 어떻게 욕망을 제도화하고, 그 제도가 어떻게 문명으로 발전했는가를 탐구하는 인문서에 가깝습니다.
저자는 종교, 경제, 정치, 환경을 넘나들며 물고기의 여정을 따라갑니다.
특히 “육식이 금지된 날, 생선은 종교가 되었다”라는 구절은 이 책의 핵심을 함축합니다. 물고기는 인간의 욕망을 정당화하는 상징이자, 경제적 번영의 동력으로 기능했죠.



교과서 속 건조한 경제사 대신, 이 책은 이야기로 세계사를 체험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어의 회유로 한자동맹이 몰락했다’는 사례를 통해 자연환경 변화가 정치경제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역사를 생생하게 가르치고 싶은 교사, 혹은 아이와 함께 세계사를 즐기고 싶은 부모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 인상 깊은 문장

“절제의 규율이 탐욕의 시장을 낳고, 신앙의 상징이 경제의 기둥이 되었다.”
“한 마리 청어의 회유는 곧 유럽의 방향을 바꾸는 바람이었다.”

이 두 문장만으로도 책의 깊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생선의 역사’가 아닌 문명 그 자체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표현이죠.


📌 읽기 전 알아두면 좋은 점

  • 지리, 종교, 역사적 배경이 폭넓게 등장하기 때문에 천천히 읽는 것이 좋습니다.

  • 중세 유럽사와 해양 무역사에 낯선 독자라면, 각 장의 주제(청어·대구·피시데이)를 중심으로 나눠 읽으면 훨씬 이해가 쉽습니다.

  • 경제사·세계사에 관심 있는 사람뿐 아니라, ‘작은 것이 세상을 바꾼다’는 주제를 좋아하는 독자에게도 흥미롭게 다가올 책입니다.


🌍 마무리하며

책을 덮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청어 한 마리가, 대구 한 마리가, 인간의 문명을 바꿨다고?”
그 대답은 ‘그렇다’입니다. 오치 도시유키는 이 단순한 진실을 탁월한 서사로 풀어냅니다.
이 책은 거창한 영웅이나 전쟁의 역사가 아닌, 작고 평범한 존재가 만들어낸 거대한 파장을 이야기합니다.
읽는 내내 “세상은 거대한 의지보다 작은 변화로 움직인다”는 깨달음을 선물받습니다.


📖 총평

⭐️⭐️⭐️⭐️⭐️ (5/5)
지식과 재미를 모두 갖춘 인문 교양서.
‘물고기’라는 생물 하나로 세계사의 흐름을 읽어내는 독창적인 시선이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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