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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에 텐트 치는 여자들 - 다정하고 담대한 모험가들, 베이스캠프에 모이다
WBC 지음 / 해냄 / 2025년 7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들판에 텐트 치는 여자들』은 단순한 여행기나 캠핑 에세이가 아니라, ‘모험’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여성들의 삶과 연대를 탐구하는 책이었습니다. 목차만 보아도 ‘우리에게 모험이 필요했던 이유’에서 시작해, 모험을 찾아 나서는 과정, 관계의 확장, 그리고 모험이 삶에 미치는 변화를 네 개의 장으로 촘촘히 풀어내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저자들이 모험을 하나의 비유이자 실천적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첫 장에서 각 필자는 자신의 어린 시절과 청년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모험심’이 어떻게 형성되고, 또 어떻게 잃어버리게 되는지를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하늬는 아버지와 함께 전국을 돌아다니며 쌓은 야영 경험이 삶을 단단하게 만들었지만, 결혼과 생활 속에서 안전을 우선하며 점점 도전에서 멀어졌다고 이야기합니다. 지영은 유년 시절부터 몸을 움직이며 모험을 즐겼지만, 사회 속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며 그 자유가 점점 제약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명해의 이야기는 특히 인상 깊었는데, 야외 활동을 좋아하는 자신이 남성 중심의 아웃도어 문화 속에서 겪었던 미묘한 소외와 자기 검열의 경험을 세밀하게 그려냈습니다.
2장에서는 모험이 인간관계와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다룹니다. 새로운 우정을 쌓는 과정, 캠프파이어와 질문의 밤, 함께하는 도전에서 얻는 연대감 등이 살아 있는 장면으로 그려집니다. 여기서 인상 깊었던 건 ‘우리에게 다양한 관계 맺음이 필요하다’는 대목이었습니다. 모험이 단순히 혼자의 도전이 아니라, 서로의 경계를 넓혀주는 관계적 경험이라는 점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3장은 모험이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문화’로 자리잡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여자들만의 100명 축제, ‘웰든’이라는 공동체 활동 등은 모험을 지속 가능한 경험으로 만드는 시도였습니다. 모험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의 설렘과 난관,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자신들의 주체성이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마지막 4장에서는 모험이 삶의 태도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다룹니다. 특히 ‘엄마가 되어도 모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세상에 대한 고민이 인상 깊었습니다. 모험을 통해 자신을 확장하고, 동시에 다음 세대에게 그 가능성을 물려주려는 진심이 전해졌습니다. ‘불확실한 날들이 주는 자유’라는 표현처럼, 저자들은 불안과 위험을 완전히 제거한 안전지대 밖에서만 얻을 수 있는 해방감을 이야기합니다.
책 전반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여성에게도 모험은 필요하며, 그것은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라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독자로서 이 책을 읽으며, 저자들의 경험이 단지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겪고 있는 현실과 맞닿아 있음을 느꼈습니다. 동시에 ‘모험’이라는 말이 거창할 필요 없이, 작은 도전과 시도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용기를 주었습니다.
『들판에 텐트 치는 여자들』은 여성의 시선으로 본 모험의 의미를 담은 기록이자, 일상의 틀을 벗어나 나만의 들판을 찾아 나서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책이었습니다. 읽고 나면, 나 역시 어디론가 배낭을 메고 나서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그런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