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빠지기 직전의 집 I LOVE 그림책
석영주 지음, 차호윤 그림,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파도에 흔들리는 삶, 그 속에서 피어난 희망의 등불, '바다에 빠지기 직전의 집' 서평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배경으로 한 '바다에 빠지기 직전의 집'은 단순한 동화책을 넘어, 삶의 근원적인 질문들을 던지는 깊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표지에 그려진 소녀와 거친 파도의 대비는 이 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줍니다. 바다에 빠지기 직전의 위태로운 집은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풍 앞에서 흔들리는 가족의 삶을 상징하며, 그 집을 지키려는 소녀의 작은 손길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인간의 의지를 대변합니다.

이 책은 6.25 전쟁 당시 부산 피난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무려 320km가 넘는 길을 걸어 바닷가에 다다른 피난민들의 모습은 당시의 절박함과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낯선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쳐야 했던 그들의 삶은 마치 거친 파도에 휩쓸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모래성 같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들의 고통을 그저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속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인간애와 희망의 씨앗들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보여줍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소녀는 집으로 몰려드는 피난민들을 처음에는 낯설고 두려운 눈으로 바라봅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따뜻한 품에 안겨 "경아, 손님들을 반가이 맞이해야지. 우리 집에 잠시 머물게 될 거야"라는 말을 듣고, 굳게 닫혔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불편했던 손님들이 점차 가족의 일부가 되고, 서로의 고통을 나누며 의지하는 모습은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집은 더 이상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서로의 온기를 나누고 마음을 치유하는 공동체로 변모합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그림체에 있습니다. 물감을 번지게 한 수채화 기법은 당시의 불안하고 희미했던 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그림 속에 담긴 따뜻한 색감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인간의 모습을 부각시킵니다. 특히, 소녀가 바닷가 바위에 앉아 조개껍데기를 줍는 장면은 전쟁의 비극 속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며,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립니다. 이처럼 글과 그림의 완벽한 조화는 독자들이 책 속의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듭니다.

'바다에 빠지기 직전의 집'은 단순히 6.25 전쟁을 겪은 세대에게만 의미 있는 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넘어, 삶의 거친 파도를 만난 모든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혼란 속에서 마치 바다에 빠지기 직전의 집처럼 위태로운 순간을 겪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순간에도 혼자가 아님을, 서로의 손을 잡고 온기를 나눌 때 우리는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음을 이야기해줍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집니다. "혼돈 속의 빛, 그리고 진흙 속의 연꽃에 대한 굳건한 이야기." 이는 전쟁의 혼란과 진흙탕 같은 삶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개인의 희생과 신앙의 고통 속에서 얻은 복잡한 감정에 대한 보답 같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바다에 빠지기 직전의 집'은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전하는, 삶의 소중한 가치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명작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