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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인으로부터 온 편지 - 정신건강을 지켜내는 가장 오래된 지혜
노영범 지음 / 새빛 / 2025년 6월
평점 :
품절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수만 년 전 조상이 보낸 편지,
제 몸을 다시 보게 됐어요!
"아이고, 허리야."
"사랑니는 도대체 왜 나는 걸까?"
우리가 무심코 던지는 이런 질문들에 대해
수만 년, 수백만 년 전의 조상들이
답장을 보내준다면 어떨까요?
그것도 딱딱한 논문이 아니라,
마치 오랜 세월을 건너온 편지처럼 말입니다.
치과의사이자 고인류학에 깊은 관심을 가진
노영범 작가의 책, <고대인으로부터 온 편지>는
바로 그런 놀랍고도 따뜻한 경험을 선물하는
책입니다.
솔직히 '고인류학'이나 '해부학' 같은 단어는
조금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박물관 유리 상자 속
먼지 쌓인 화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 ‘나’와 ‘우리’의 몸에 새겨진
아주 오래된 역사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현직 치과의사답게 뼈와 치아라는
구체적인 증거물을 통해, 마치 탐정처럼
고대 인류의 삶을 생생하게 복원해냅니다.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우리가 현대 사회에서 겪는 몸의 불편함들이
사실은 인류 진화의 자연스러운 ‘대가’라는 점을
알려준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두 발로 서서 걷게 된 ‘직립보행’은
인류에게 자유로운 두 손을 선물했지만,
그 대가로 척추에 무리를 주어
허리 디스크와 목 통증을 안겨주었습니다.
제 고질적인 허리 통증이
단순히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백만 년 전 용감하게 두 발로 일어선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영광의 상처(?)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묘한 동질감과 위로를
받게 됩니다.
특히 치과의사인 작가의 전문 분야가
빛을 발하는 대목은 단연 ‘치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불을 사용하고 음식을 부드럽게 익혀 먹으면서
인류의 턱은 점점 작아졌습니다.
좁아진 턱에 비해 치아의 개수는 그대로이니,
맨 끝에 자라는 사랑니는
비집고 나올 공간이 없어 삐뚤어지거나
잇몸 속에 숨어 말썽을 부리게 된 것이죠.
늘 귀찮고 아프기만 했던 사랑니의 존재 이유를
인류의 식생활 역사와 연결해 이해하고 나니,
제 입안의 작은 우주가 새롭게 보였습니다.
고대인으로부터 온 편지 책 작가는
차가운 뼈 화석에서 따뜻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어냅니다.
짧았던 평균 수명, 출산의 고통,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 등
고대인들의 팍팍한 삶을 상상하며 안타까워하고,
그들이 남긴 흔적을 통해 가족애와 동료애를
발견하며 감동합니다.
우리는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위대한 생존자들의 후예’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죠.
덕분에 책을 읽는 내내 까마득한 조상들에게
고마움과 존경심을 느끼게 됩니다.
무엇보다 <고대인으로부터 온 편지>는
어려운 과학 지식을
정말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는 데
성공한 책입니다.
작가는 전문 용어 사용을 최소화하고,
우리 일상적인 경험에 빗대어 설명합니다.
마치 실력 있고 친절한 동네 의사 선생님이
진료실에서 차근차근 내 몸의 원리에 대해
설명해 주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유 모를 허리 통증, 뻐근한 목 때문에 고생하며
"내 몸은 왜 이럴까?" 궁금했던 분
<사피엔스> 같은 거대 담론을 좋아하지만,
내 몸과 연결된 구체적인 이야기가 궁금한 분
과학 책은 어렵다는 편견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과알못’(과학을 알지 못하는 사람)
우리의 존재가 조상들의 생존과 노력 끝에
이어진 기적이라는 사실을 느끼며
겸손과 감사를 배우고 싶은 분
책을 덮고 나면, 거울 앞에 서서 내 몸을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두 발과 척추, 턱과 치아 하나하나에 담긴
수만 년의 역사를 느끼며,
내 몸을 조금 더 아끼고 사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고대인으로부터 온 편지>는 우리 몸이
바로 우리 조상들이 보낸 가장 진솔하고
오래된 편지임을 깨닫게 해주는,
아주 특별한 과학 교양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