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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이 엉망진창일 때가 있습니다 - 정신과 의사가 알려주는 ‘감정적인 나’를 잘 길들이는 법
이치 지음, 송지현 옮김 / 시그마북스 / 2025년 7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혹시 머릿속이 온갖 생각들로 뒤엉켜 '내 머릿속은 고장 났다'고 느껴본 적이 있나요?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는 불안감, SNS를 볼 때마다 비교하며 느끼는 피로감, 타인의 말 한마디에 와르르 무너지는 인간관계,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자존감 때문에 괴로웠던 분이라면, 여기 당신을 위한 따뜻한 처방전 같은 책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의 정신과 의사 유키가 쓴 《머릿속이 엉망진창일 때가 있습니다》입니다. 이 책은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길을 잃고 지친 현대인들에게, '감정적인 나'를 잘 길들이는 법을 알려주는 친절하고 실용적인 안내서입니다.
이 책의 가장 독창적이고 핵심적인 접근법은 우리의 내면을 '감정적인 나'와 '이성적인 나'라는 두 개의 캐릭터로 나누어 설명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우울, 불안, 분노와 같은 감정들을 억지로 누르거나 없애야 할 문제적 대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정적인 나'는 우리의 솔직한 마음을 대변하는 어린아이와 같다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이성적인 나'가 현명한 어른이 되어, 토라지고 상처받은 '감정적인 나'를 이해하고, 다독이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러한 의인화는 매우 효과적입니다. 감정에 압도당하는 대신 한 걸음 떨어져 나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돕기 때문입니다. 마치 어깨 위에 앉은 작고 귀여운 캐릭터들처럼, 책 속의 아기자기한 삽화들은 이 개념을 직관적으로 이해시켜 줍니다.
책의 구성은 독자가 자신의 마음을 차근차근 탐색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매우 체계적으로 짜여 있습니다. 1장에서는 먼저 내 마음이 왜 힘든지, 그 원인과 상태를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2장에서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이성적인 나'를 키우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하는데, '자신만의 가치 찾기', '마법의 주문 사용하기' 등 즉시 따라 해 볼 수 있는 팁들이 가득합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인 3장에서는 의존형, 회피형, 자기 파괴형 등 '망가진 머릿속을 극복한 6명의 이야기'를 통해 실제 사례를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모습과 비슷한 사례를 보며 공감하고, 구체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4장과 에필로그에서는 부정적인 생각의 고리를 끊고, 앞으로도 계속 편안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장기적인 지혜를 전수합니다. 어려운 심리학 용어 대신 일상 언어와 비유로 가득해, 심리 서적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라도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큰 미덕입니다.
만약 당신이 사소한 일에도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거나, 남들의 시선에 얽매여 나 자신을 잃어가는 기분이 들거나, 혹은 그저 머릿속을 떠다니는 복잡한 생각들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다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이 책은 당신의 마음이 '영원히 고장 난' 것이 아니라, 그저 '가끔 엉망이 될 뿐'이라고 따뜻하게 위로하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엉망이 된 방을 남의 손이 아닌 '내'가 스스로 치울 수 있다는 자신감과 구체적인 도구를 함께 쥐여줍니다. 다정한 상담가에게 조언을 듣는 것처럼 편안하게 읽히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은 전문적인 통찰로 가득합니다. 《머릿속이 엉망진창일 때가 있습니다》를 통해 요동치는 감정의 파도 위에서 허우적대는 대신, 그 파도를 능숙하게 타는 지혜로운 서퍼로 거듭나는 특별한 경험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이 작은 책 한 권이 당신의 마음에 기대 이상의 고요한 평화를 가져다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