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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 없는 워킹맘의 육아×직장 생존비책
안유림 지음 / 나비소리 / 2025년 6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부터 강렬하다. '빽 없는 워킹맘의 육아X직장 생존비책'. 이 책은 힐링이나 위로를 던져주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대신, 직장 경력 15년 차, 엄마 5년 차 워킹맘의 리얼한 생존기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작가가 얼마나 치열하게 버텨왔는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저자는 공공기관에서 15년간 일하며 풀타임 워킹맘으로 아이를 키워온 안유림 님이다. 그녀는 육아휴직을 1년 반 동안 사용했고, 세 명의 도우미 선생님을 거쳐 사내 최초로 9개월간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근무를 활용했다고 한다. 지금은 '육아시간' 제도까지 활용하며 다섯 살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워킹맘의 정석이자 롤모델 같은 분이다. 하지만 단순히 성공 스토리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의 고뇌와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점이 인상 깊었다.
책은 크게 여섯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첫 장 '출산의 신'에서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다룬다. 특히 "10개월의 임신 기간, 무엇이 가장 힘들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워킹맘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었다. 출산 과정에서 겪은 고통과 두려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버텨내는 작가의 모습은 뭉클함을 자아냈다. 특히 "정말 말할 힘도 없는 메스꺼움이 2할이었다"는 표현은 그 고통의 깊이를 짐작게 했다. 예측 불가능한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고민하는 부분에서는 비단 출산뿐 아니라 삶의 여러 고비를 넘기 위한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이어지는 챕터에서는 육아와 직장 생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고군분투가 이어진다. '워킹맘은 직장인입니다'라는 챕터에서는 육아와 직장 생활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실,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균형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내 회사를 배려하면서 말한다'는 소제목은 워킹맘들이 직장에서 겪는 미묘한 갈등과 고민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빽 없이 오로지 자신의 노력과 지혜로 헤쳐나가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냈다. 가족친화제도와 일·생활 균형 정책을 담당하며 여성가족부 장관상까지 받았다는 저자의 이력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듯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아이를 낳아야 할지 고민하는 후배에게'라는 마지막 챕터였다. 작가는 이 장에서 후배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자신의 진심을 전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를 통해 얻는 행복과 삶의 의미를 강조한다. "매일이 행복하지만, 매일이 힘들기도 한 것이 현실이니까요"라는 문장은 워킹맘의 삶을 너무나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미리 겁먹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는 예비 워킹맘들에게 큰 용기를 줄 것 같았다.
이 책은 단순히 워킹맘의 육아와 직장 생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선다. 그것은 한 개인이 현실의 벽 앞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고, 결국에는 자신만의 길을 찾아나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위로와 힐링 대신 '생존'을 이야기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생존기 자체가 가장 큰 위로와 용기를 준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하는 공감과 함께, '나도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선사한다. 빽 없이 시작했지만, 결국 자신만의 빽을 만들어가는 저자의 이야기는 이 시대의 모든 부모들에게 진정한 '생존 비책'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