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왜냐하면, 결국 이런 어처구니 없는 믿음을 통해 일본 여성들의 머리 속에 박히는 것은, 좋은

일은 절대로 바라서는 안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적 쾌락을 바라지 마, 기쁨이 너를 파멸시

킬 테니까. 사랑에 빠지는 꿈을 꾸지 마, 너는 그럴 만한 사람이 아니니까. 너를 사랑하는 사람

들은 너의 환상을 보고 사랑하는 것이지 절대 너의 진실때문에 사랑하는 게 아닐거야. 삶이 너

에게 무엇이든 가져다 줄 수 있다고 기대하지마. 해가 지날수록 네게서 무언가 없어지게 될테

니. 평정같은 단순한 것조차 바라지마. 너는 평온해질 아무 이유가 없으니까.

 

 일하는 걸 바래. 너의 성(性)으로 보아 높이 올라갈 기회는 거의 없겠지만, 그래도 회사에 충성

을 다하기를 바래. 일을 하면 돈을 벌게 될거야. 돈을 번다고 기쁨을 느끼는 건 아니지만, 예를

들어 결혼할 때 그걸 내세울 수는 있을거야. 사람들이 네 본연의 가치 때문에 너를 원한다고 생

각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을테니까.

 

 이것말고 장수를 바랄 수도 있고 - 그런데 이건 아무 이득이 없어. 불명예스러운 일을 겪지 않

기를 바랄 수도 있지 - 이건 그 자체가 목적이야. 네가 합법적으로 바랄 수 있는건 이게 전부야.

 

 그리고 이제 끝없이 이어지는, 네가 져야 하는 쓸데없는 의무가 시작되지. 너는 나무랄 데가

어야 돼. 그게 아주 최소한이라는 이유 단 하나만으로. 나무랄 데 없다고 해서 그냥 그렇다는

사실 말고 뭔가 특별히 생기는 것도 아니야. 이건 긍지도 아니고 즐거움은 더 더욱 아니지.

 

P.74
 
 
 
유머러스하면서 잔인하다.  일본인의 특성을 콕 집어낸 묘사들이 대단하지만 민족이나 인종을 떠나서 보편적으로 공감하게 만드는 예리한 통찰력과 문장들이 대단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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