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하는글
*예술사조를 *변화시키는 요인은 무엇인가? 예술이란 어떤 의미에서는 비즈니스와 같아서 언제 어디에서나 변화해야 한다는 속성이 있다.
*돌을 *조각으로 바꾸는 *물리적 변화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사물에 *형태를 부여하는 지적인 작업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예술사조를 바꾸면 그 예술사조가 *또 다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며 그것 자체로 인식할 수 있는 *새로운 사조를 만들어내곤 한다.
예를 들어 *기원전 5세기의 *그리스 조각가들은 *혁신적인 누드 표현법을 선보였는데, 이는 *인간의 몸에 대한 *지적 인식의 *변화상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별나게 *긴 팔다리와 후세를 생산하는 *비옥한 생식력이 *그 시대의 *이상적인 *인간상이었던 것이다. 결국 *예술사에 있어서 *변천이란 공학에서의 *신소재 개발이나 *정치적 프로세스라기보다는 *화학반응에 비유되는 게 더 적합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아이디어란 어떻게 정의되어야 하는가?
*혹자는 *종이, 유리 거울, 카메라 옵스큐라, 플라스틱, 인터넷 같은 **기술적인 혁신이라고 말한다.
이 중 어느 것도 예술을 *염두에 두고 *발명되지는 않았지만 예술가가 *탐구할 *새로운 영역을 *제공했음은 틀림없다.
혹자는 죽은 자를 애도하거나 정치적인 선전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라정의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예술이 지난 1,000년간 사회 · 정치적 압박 속에서 소기의 목적을 위해봉사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생각들은 예술을 액자 속의 그림이나 벽화에 한정시키는 관점을 확장시킨다.
어쨌든 *예술에서 *아이디어란 *조잡하게 *데이터화할 수 있는 게 아니라 20세기 초반에 파블로 피카소 Pablo Picasso와 조르주 브라크 Georges Braque가 정물화의 개념을 바꾸었듯이 **재창조의 *연속을 통해 이루어진 기나긴 *전통으로서의 **혁신을 의미할 것이다.
이따금 *아이디어는 **화려하고 급작스런 *변화보다는 **꾸준하고 **연속적인 *적응의 과정을 통해 얻어지기도 한다.
회화의 영역이 나무 액자로 만든 휴대용 그림에서 캔버스로 확장된 것을 혁명적인 변화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일단 캔버스를 사용하고 500년 동안 예술가들은 이 소재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캔버스의 사용은 미술을 변화시켰다. 그 이후로는 *로스트 왁스 주조법, 프로이트적인 무의식, *필름 등을 사용해 예술가가 얼마나 빨리 *무한대의 가능성으로 *혁신을 만드는가가 작업의관건이었다.
15세기 초, 얀 반 에이크 Jan win Eyck와 디르크 바우츠 Dieric Bouts가 다루기 전까지 *유화물감은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번 사용되고 나자 유화물감은 광택을 내는 등의다양한 기법으로 삽시간에 활용됐다. 또한 그 정교함의 수준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마찬가지로 투명 아크릴 수지와 나일론 필라멘트는 그 이전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재료였지만, 나움 가보 Naum Gubo가 <선의 구성>이라는 선형 구조물에 사용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플라스틱 오브제로 찬양받게 된다.
이 책은 선사시대에서 중세시대, 르네상스, 근대와 현대의 순서로 친숙한 역사적 궤도를 추구한다.
그러나 도입부는 각각의 사조 안에서 독립적인 연대기를 형성한다. 동굴 벽화 그리기나 점토 굽기같은 작업은 수만 년 동안 계속 되어온 반면 디지털 동영상 같은 작업은 최근에 시작되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나는 *이 모든 작업들이 *누적된 *경험의 **연속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21세기 예술가도 *고대로부터 이어지는 *시각적 도식과 테크닉을 사용하고 있으며 각각의 예술 작업은 다음 단계로 이행될 때마다 **연속성을 지니고 있다.
예술가들은 전 시대 예술에서 작품의 영감을 받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과거의 작품들은 **재해석을 통해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성경책이나 우화 그림, 중세시대 옷들은이제 거의 극소수만 제작되고 있지만, 현대예술에 많은 영감이 되고 있다.
예를 들면 손에 돋보기를 쥐고 큰 붓을 휘두르며 제작된 벽화와 미니아튀르의 융합, 500개의단어가 쓰인 풍경화 같은 작품들이 그것이다.
예술가의 연대기를 보면 치마부에 Cimalbue, 두초 디부오닌세냐Duccio di Broninsegna, 엘 그레코EI Greco, 에드바르 뭉크 Eduard Mumch, 피에트 몬드리안 Pieter Mondriaan 같은 유명 작가의 이름이 빠져 있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아이디어의 연속성을 위해 리스트에서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예술가들은 과감히 뺐기 때문이다.
나의 의도는 *미술사 입문자들에게 *문을 열어주는 것이지 *방 안에 가구를 *빼곡하게 들여놓는 게 아니다.
예술가를 염두에 두고 1963년 바우하우스 교수였던 요제프 알베르스Josef Albers가 쓴 『색채의 상호작용」이란 책에서 택한, 이론보다 실천에 우위를 둔 방식을 참고했다.
그가 유명한 색상 표현법에서 언급했듯이 **이론과 **실천은 *대립되고 *병치되기보다는 **상호작용하고 있으며 *파고들수록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
책 전체를 통틀어 ‘예술가가 어떻게 작업하면서 아이디어를 구현해내는가에 일관되게 초점을 맞추었으며, 작품이 대중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비평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묘사했는가에 중점을 둔 이전의 미술사 책들과는 서술 방식에 있어 차이를 두려고했다.
그래서 르네상스, 계몽주의, 사실주의, 입체주의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서양미술을 논하기가 불가능해보이더라도 이러한 관습적인 카테고리들을 과감하게 뺐으며 비율이나 미, 숭고함 같은 미학 용어 역시 삭제했다.
또한 한두 개를 제외하고 될 수 있으면 모든 주의 -ism‘를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했으며, 이러한 시도들이 종래의 미술사의 지형을 과감하게 재정비할 수 있기를희망한다.
사실 *미술 표현 양식을 통해 *연대와 *문화 변천을 측정하는 것보다 더 *정확한 지표는 없다.
이런 목적에 충실하려면 특정 부분을 부각시키고 나머지는 배제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예를 들면 그리스미술에서 동상과 조각상을 배제하고 청동 술잔의 양각화에만 집중한다든지,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alázquez의 그림 중 <시녀들>만 집중 조명하거나 귀스타브 쿠르베 GuestaveCourber의 화가의 작업실〉, ‘팩토리‘라는 그의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는 앤디 워홀 Andy Warhol,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의 친숙한 액션페인팅, 자신의 비디오 작품 속에서 콘트라포스토 자세로걷고 있는 브루스 나우먼 Bruce Nanman 같이 예술가가 활발한 활동을 보인 시기와 작품만을집중하여 부각시켰다.
유화, 수채화, 판화, 콜라주, 용접 등의 목록을 아이디어에 포함시킬 것인지에대한 의문은 이론과 실천에 관한 문제를 다시 상기시킨다.
무엇보다 그것들의 미디어로서의 기능이 미술사를 다른 기술적 매뉴얼과 구분되게 한다. 이러한 용어들은 냄새, 질감, 양감, 시각적 요소로가득한 실제 작품의 감각적인 존재감을 완전히 보유하도록 도와준다.
다양한 소스와 형태에서출발한 이런 아이디어들은 예술을 바꾸고, 학문적 영역보다는 스튜디오에서 더욱 더 생생하게빛을 발하며 지금도 번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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