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시간 historical time으로 20세기를 보는 두 개의 시각이 경쟁하였다.
이탈리아의 역사정치학자인 *조반니 아리기는 20세기를 *’긴 20세기’의 끝자락이라고 규정하였는데 반해
*홉스봄은 *20세기는 *1914년에 시작하여 1991년에 이미 끝난 *짧은 20세기라는 상반된 역사적 성격 규정을 하였다. - P21
아리기는 브로델의 장기지속 longue duree 시간 개념을 차용하여, 플로렌스, 베니스 제노아, 네덜란드, 대영제국의 헤게모니와 아메리칸 임페리움으로 이어지는 700년에 걸친
*긴, 긴 20세기라는 너무 긴 20세기를 그림으로써 2세기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하기 어렵게 하였다.
*홉스봄은 *20세기 전반(1914-45)은 *전쟁, 야만, 학살로 얼룩진 *‘파멸의 시기’였고
20세기 *후반은 *냉전, 케인지안 황금기, 민주주의 사회문화혁명 그리고 *현존 사회주의가 몰락한 1991년에 종말을 고한 *’황금기 golden age였다고 하면서
*전쟁과 평화, 야만과 문명, 현존 사회주의(스탈린주의)의 등장과 몰락이라는 두 극단이 한 세기 내에 연쇄적으로 실험된 *짧은 세기로 규정하면서 희망, 평화, 번영, 공존의 21세기로 빨리 가기를 원하는 소망적 사고를 담고 있다. - P22
*한국의 20세기는 사실상 *1876년 개항으로부터 시작되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긴 20세기‘이다.
*한국의 ‘긴 20세기‘는 *개항, 식민지배, 해방 후 내전상태, 분단국가 건설, 전면적인 한국전쟁이라는 *내파(內破)와 외파(外破)의 전반기와민주주의의 도입과 좌절, 군사 쿠데타, 압축적 산업화, 민주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이어지는 자유, 평화, 번영의 후반기로 나눌 수 있다. - P22
*긴 20세기의 *전반기가 *제국주의, 식민주의, *냉전, 사회혁명, *전쟁으로 얼룩진 20세기라면,
*후반부는 *군부독재라는 긴 막간기(interlude)를 *제외하면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로 이어지는 모범적인 부르주아 근대화의 시간이었다.
한국의 20세기가 시간의 길이로 보면 아리기의 600년이 넘는 긴 20세기 보다는 짧으나 홉스봄의 짧은 20세기(1914-1991) 보다는 길다.
왜냐하면 한국의 20세기는 21세기에 들어선 지 10년이 넘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긴 20세기는 *한국 민족시간(national time)이 *세계시간(world time)‘에 편입된 1876년 개항부터 세계시간과의 *지체현상은 있었지만 *대체로 세계시간의 흐름과 *공명(共鳴)하면서 흘러갔다.
따라서 현재 진행형인 한국의 ‘긴 20세기‘는 지난 세기 말부터 헤게모니적인 정치경제 레짐으로 군림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대항적 정치경제 헤게모니에 의해 대체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 비동시성의 동시성 개념의 모방과 혁신
적극적 혁신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는 한국의 역사적 시간의 특수성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후발 산업국가인 한국은 *전근대, *근대, *탈근대를 *단계적으로 이행해 온 *선진국과는 *달리
*전근대, 근대, 탈근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역사적 시간의 동시성을 보여 주고 있다.
선진국이수백 년에 걸쳐 달성했던 근대화를 수십 년 만에 압축적으로 달성하려 한 데서 나온 부작용인 것이다.
우리는 정치, 기업경영, 노사관계, 가족관계에서 여전히 전근대적인 관습, 가치, 행태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으며, 근대화를 완성하지 못한 채 21세기에 들어서고 있다. - P23
*아나톨리 칼레츠키가
애덤 스미스의 신고전주의 자본주의 1.0 세대, 케인즈의 국가 개입주의적 자본주의 2.0 세대 이후에
프리드만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3.0 세대하에 있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생명을 다하고 *공감, 공유, 공존의 *자본주의 4.0이 도래할 것이라고 했으나 아직 자본주의 4.0이 헤게모니를 획득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Kaletsky, 2011) - P23
오히려 표피적으로는 신자유주의가 다시 원기를 회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불확실성의 근원은 미국의 헤게모니가 쇠퇴하고 있으나 중국을 비롯해서 미국의 헤게모니를 대체할 경제나 국가가 없다는 것이다.
*그람시의 표현을 빌리면, *"옛것은 죽어가고 있으나 새것이 태어나지 않고 있는 과도기적 상황이다.(Gramsci, 1971)
최장집 교수는 *후발산업화 국가에서 *근대화의 3대 프로젝트인 *산업화, *국민국가 형성, *민주화가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을 **‘근대화 변화의 동시성(simultaneity of changes at different levels)‘으로불렀다.(최장집, 1996b: 18) - P23
*분단 국가가 지속됨으로써 우리는 **여전히 *근대화의 *기본적 단위인 **민족국가(국민국가)를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화가 본 궤도에 올라섰으나 여전히 **시민권과 **법치주의가 확립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20세기 *근대의 성과라 할 수 있는 **복지국가의 건설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우리는 *’근대’를 완성하지 *못했으나 **’세계시간의 동시화’라는 압력에 의해 *탈근대에 들어가고 있다. - P24
*21세기 *탈근대화시대의 과제인 *지식정보사회, *안전사회, *문화적 풍요, *환경공동체, *질 높은 생활정치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제도 *관습 *의식에 남아 있는 *전근대성을 *탈피하고, *국민국가 건설, *민주화와 *산업화를 *세 축으로 하는 근대화를 완성하며, *미래 지식정보사회에 대해 대비하는 탈근대화의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임혁백 안석교, 2000: 26-27) - P24
필자는 ‘긴 20세기에 전근대, 근대, 탈근대의 시간이 동시적으로 나타나는 *비동시성의 동시성의 *원인은 **압축적 후발 산업화였다고 보았다.
*후발 산업화를 *압축적으로 달성하려는 조*바심, 속도전, 역사단계의 단축(telescoping stages)이 *전근대를 *온존시킨 채, *근대에 들어가고, *근대를 완성하지 못한 채, *탈근대에 들어가는 *비동시성 현상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새천년과제는 한편으로 *전근대성을 탈피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근대성을 완결하고 또한 *탈근대에 *진입해야 하는 *3중적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한국은 *압축적 근대화 과정에서 경제발전과 고도성장을 위한 *경제지상주의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는 동안
*정신적, 문화적 자산의 관리를 소홀히 했고, *사람과 사람 간의 질서 있는 관계를 마련하는 데 필수적인 *사회적 소통과 *공동체를 우선하는 *공화주의적 가치관의 *빈곤에 직면하였다.
그러나 성장주의적 사회 지배층은 *이러한 가치관을 *성장 저해 요소로 간주하여 *배척하고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하였고,
밀레니엄이 다가오고 있는 *캘린더적 20세기 말 시간에서 한국의 *‘비동시성의 동시성‘은 *역사적 정체성의 *혼란 초래와 *집단적 정신 분열증을 초래, 그리고 *집단 간 사회적 신뢰의 붕괴 가능성을 경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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