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일의 본질을 도망의 니힐리즘이라고 부른다면, 선장 에이해브의 본질은 공격의 니힐리즘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 P710
이 작품은 오히려 여러 가지 암시가 가득 채워져서 의미가 팽창하는 작품이라고 말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어쨌든 한 가닥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다층적이고 복층적인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 P711
미국에서 민족 말살을 그 가해자 쪽에 속하는 백인 작가가 명시적으로 고발하는 것은 멜빌 시대에는 물론 곤란한 일이었다.
자기 검열이라는 것도 있다. 그래서 고발은 암호화되고 암시가 된다. - P712
모비딕의 암시의 경계는 이렇게 공간에서도 시간에서도 한없이 팽창해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최종적으로 부정을 향해 팽창해간다. 작가 멜빌은 인간의 *모든 역사를 *비극으로 보고, *대ㅎㅇ해시대 이후의 세계의 지리적 팽창을 *비참과 오염의 확대로 보고, 바다와 별을 포함한 우주의 생성을 무언가 위대한 존재가 저지른 과오로 인식한다.
멜빌의 비극 의식은 국내에서는 고립되었지만, 국외에서는 호응하는 의식과 병립해 있었다.
러시아에서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가 출현한 것은 거의 동시대였다.
멜빌은 유럽이 낳은 정신적 습관인 *민주주의, 기독교, 개인주의, 자유주의 등을 음미하고 그 치명적인 함정을 가차 없이 척결한다. - P717
*『모비 딕』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된 *초기(1920~1940년대)에는 에이해브가 주인공이고 이슈메일은 그냥 화자였다.
그 무렵 미국문학은 *‘르네상스‘ 를 맞이해서 *상징주의적, *신화적 비평이 주를 이루었는데, 여기에 맞춰 *모비 딕도 *신, 악, 우주 같은 개념으로 *상징화되었고, 에이해브도 거기에 맞서거나 도전하는 *인간 영웅으로 해석되었다. - P724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팍스아메리카‘가 확립된 뒤에는 이슈메일을 단순한 화자에서 독립된 존재로 파악하고, 그를 작가 허먼 멜빌의 대변자로 보게 된다.
이때 *주안점을 두고 본 것이 *’미국 제국주의‘ 개념인데, *19세기 중엽에 수립된 **‘명백한 운명‘ (Manifest Destiny 미국은 북아메리카 전역을 정치·사회·경제적으로 지배하고 개발할 신의 명령을 받았다는 주장으로, 팽창주의와 영토 약탈을 합리화하기 위해 수립되었다)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이 『모비딕의 *기저에 있다는 *해석이다.
자기 시대의 관점, 취향, 태도에서 반걸음 앞서면 동시대인들이 그럭저럭 따라가지만,
한 걸음 앞서버리면 따라가지 못하고, 그래서 아예 무시해 버린다. 그게 선각자의 운명이 아닐까. - P725
*비극도 너무 *장엄하면 슬픈 게 아니라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걸 미학에서는 *숭고미라고 하는데, 내가 뭔가 *고양되는 느낌, 그래서 내 삶이 구원받는 느낌이 드는 것, 그게 문학을, 예술을 접하고 경험하는 이유가 아닐까.
*번역을 *’장미 밭에서 춤추기’라고 비유한 것은,
그렇게 *가시밭 같은 조건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 나름대로 글쓰기를 수행할 수 있는 *’고통 속의 즐거움’을 그렇게 표현해본 것이다. - P728
모든 것을 파괴하지만 정복하지 않는 고래여!
나는 너에게 달려간다.
나는 끝까지 너와 맞붙어 싸우겠다.
지옥 한복판에서 너를 찔러 죽이고,
증오를 위해 내 마지막 입김을 너에게 뱉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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