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카로사의 시 <서양의 비가>를 빌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독일 사회를 상징적으로 제시하면서 이를 다시 *재건할 수 있는 *정신적 조건을 탐색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폐허가 된 독일 사회는 현대 문명, 즉 한편으로는 *공리주의적 정신과 *균일화된 관료적, 기술적 형태를 구현하는 *합리화의 힘에 의한 *사회 경제적 발전,
다른 한편으로는 과학 기술 발전에 뒷받침된 현대 문명 일반을 상징적으로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 P22
오늘날 많은 한국 사람들이 한국의 경제 발전이 성공했다고 자족하는 시기에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독일 사회에 이를 대비시키는 것은 하나의 *은유로서 흥미롭다.
"가슴에 불빛을 지닌 사람"이 그 자신의 정신의 불빛을 살릴 소재들을 그 자신의 마음의 고향으로부터 찾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다시 *옛것으로 *되돌라갈 수는 없다.
그것은 진정으로 *고향 상실이라는 측면을 갖는다. - P24
그렇지만 우리는 그로부터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원리로서 폐허가 된 고향에서의 경험을 되새기면서 *유기체적 소공동체의 *가치를 끌어낼 수 있고, 폐허의 잔해 속에서 미래를 건설할 조각들을 찾을 수 있다고 믿고 또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카로사가 말하는 *문제의식은 또한 그의 앞선 시기를 살았던 대사회학자 *베버의 **‘합리화(rationalization)‘라는 말로 집약될 수 있는 *두개의 테마,
즉 *‘탈신비화/탈마술화‘와, *내면적 정신의 자기 발현과 *퇴영적 변용이라는 다이내믹스와 만나게 된다.
*전통 사회로부터 *현대사회로의 *전환은 *탈신비화와 계기(繼起)를 같이한다. - P23
그리고 *탈신비화의 *끝자락은 *합리화의 *시작과 접맥되면서 합리화를 증폭하는 새로운 *근대 사회를 연다.
*종교의 신앙과 윤리, *공동체의 유기체적 결속과 *꿈과 마술의 시대는 *현대 사회와 같은 *발전과 번영을 갖지는 못했어도 **내면적 *정신세계가 **풍요로울 수 있는 *정신적 문화적 공간을 허용했다.
*근대를 특징짓는 *합리화의 시대는 *내면적 정신과 *종교적 윤리의 효능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변용하는 과정을 통해 *근대를 *자본주의의 정신으로 다시 *주형(鑄型)하기에 이르렀다. - P23
이 *금욕적 윤리는 *처음에는 *상업적 부의 축적과 병행할 수 있었지만, 자본주의 경제 질서가 본격적으로 가동됨에 따라 강력한 *합리화를 추동하는 *자본주의 정신으로 *변용되었다.
이 정신은 이제 **"쇠창살의 우리"라는 비유로 표현되듯이 *인간을 *옥죄는 족쇄가 되어 급기야 *종교의 윤리를 **대체하기에 이르렀다. - P24
베버는 자본주의에 대해 두 모순적인 측면, 즉 *경쟁하는 윤리적 이상 사이에서 *분열증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나는 *청교도적 금욕주의와 자기절제이고, 다른 하나는 *부의 축적과 재산을 통하여 *세속적 행복을 추구하는 *공리주의와 *행복주의 eudaimonism가 그것이다.
베버는 이 양자 사이에서 긴장을 발견했다. - P25
그렇다면 남은 절반은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합리화의 부정적 결과, 정쟁이 남긴 폐허, 문명의 파괴를 초월하고, 새로운 시대를 개척할 길로 우리를 인도할 정신의 불빛을 발견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해답을 찾는 것이다.
저자는 정신의 불빛을 발견하기 위해 *상승과 *하강이 상호 교호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 P25
그는 플라톤과 칸트를 따르면서 *인간이 *자기 성찰의 능력에 *내재돼 있는 *신성함의 핵심 요소로서 **’초월적 transcendental 차원을 갖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동시에 인간의 *실존적 상황을 구성하는 가장 *현실적인 인간의 삶의 영역 내지 *삶의 세계에 관여한다. - P25
즉 그는 이 두 차원을 동시에 사유한다. 여기에서 한편으로 상승의 방향은, 이 초월적 차원과 더 많이 관련된 것으로, 우주론과 맞닿아 있는 영역이다.
다른 한편으로 하강의 방향은, 경험적, 미시적, 실존적, 구체적, 상황적인 인간의 구체적인 삶의 세계로 내려가는 정신의 작용이다.
*정신의 상승과 *하강이 만나는 것은 일찍이 칸트가 도덕적 이성에 대해서 말했던 한 감동적인 구절,
"*천공에 빛나는 별, *마음속에 확고히 있는 도덕률"이라는 표현으로 비유될 수 있을 것 같다. - P26
*위를 향한 우주에 대한 *경외감이 인간을 *겸허하게 만들고, *인간 정신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도덕률을 견강하게 한다면, 그 둘의 관계는 *상호 교호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 P26
즉 *문화의 힘은 *민주주의보다 *상위에 있고 훨씬 *범위가 넓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이 말은 분명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대중의 의견에 기초한 *민주주의는 훨씬 더 *질적으로 **고양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사실과 진리, *이성과 윤리성에 기초하기보다 *여론의 힘이 *필연적으로 동반할 수밖에 없는 **포퓰리즘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포퓰리즘은 *닫힌 문화, *교조주의, *이데올로기적 동원에 커다란 *취약성을 노출하여, 잘 질서 잡힌 도시를 건설하는 데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민주주의가 공론장(그것의 원형으로서 아테네의 포럼)에 기초하는 것이라고한다면, 우리는 이성적 공론장에서의 숙의(熟議)를 통해 잘 질서 잡힌도시를 건설하는 목표에 얼마나 다가갈 수 있는가? 이것은 하버마스가 제시해 온 해답이기도 하다.
그러나 *저자가 문화의 안과 밖‘에서제시하는 방법은, 하버마스가 생각하듯이 *포럼에 참여한 *대중 사이에서의 *숙의와 이들 사이의 *이상적 의사소통만으로 *이상적인 민주주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 것과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고 할수 있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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