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개념에 대하여 / 폭력비판을 위하여 / 초현실주의 외 발터 벤야민 선집 5
발터 벤야민 지음, 최성만 옮김 / 길(도서출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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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로서의 자본주의>

우리는 우리를 감싸고 있는 그물망을 잡아당길 수는 없다.

자본주의는 추측건대 죄를 씻지 않고 오히려 죄를 지우는 제의의 첫 케이스이다. 이 점에서 이 종교체제는 엄청난 운동의 추락 과정 속에 있다.

122쪽.

걱정들(Die Sorgen)은 자본주의 시대에 고유한 정신병이다. 빈곤, 떠돌이-걸인-탁발승적 행각에서 정신적(물질적이 아닌) 탈출구 없음. 그처럼 탈출할 길이 없는 상태는 죄를 지우는 상태이다. 

걱정들은 이 탈출구 없음의 죄의식을 나타내는 지표다. ‘걱정들은 개인적이고 물질적인 차원에서가 아니라 공동체 차원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한다는 불안에서 생겨난다.

종교개혁기에 기독교는 자본주의의 흥기에 유리한 여건을 마련했다기보다, 기독교 자체가 자본주의로 변형되었다.

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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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맨서 환상문학전집 21
윌리엄 깁슨 지음, 김창규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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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깁슨의 SF 소설 『뉴로맨서 (Neuromancer, 1984)」는 1984년과 1985년에 걸쳐 휴고, 네뷸러, 필립 K. 딕, SF 크로니클 등 SF계의 주요상을 모두 석권하며 과학소설 하위 장르인 이른바 ‘사이버펑크‘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흔히 사이버펑크의 3대 작가로 윌리엄 깁슨, 브루스 스털링, 루디 러커를 꼽는데, 이중 대중적 인기나 소설의 파급 효과 면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저없이 윌리엄 깁슨을 최고로 꼽는다.

뉴로맨서를 전기로 삼아 널리 알려진 개념으로는 사이버스페이스와 매트릭스가 있다. 현 시점에서 사이버스페이스 (또는 사이버공간이라는 말도 쓰인다.)라는 말은 어딘가 구태의연한 느낌마저 줄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 (『뉴로맨서가 세상에 나온 지 이십 년이 넘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우리가 사용하는 사이버스페이스와 『뉴로맨서』 안에서의 그것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421쪽

우리는 흔히 인터넷과 그 안에서 사용자들의 커뮤니티가 형성하는 추상적인 공간을 가리켜 사이버스페이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것과 더불어 기하학적인 도형과 입체로 시각화된 자료 객체, 또는 데이터베이스들의 세상을 동시에 표현하는 단어로 쓰인다. 또한 이런 세계는 모두 좌표가 매겨진 격자 위에서 펼쳐지며, 이런 의미에서 ‘매트릭스‘ 라는 말로도 표현되는 것이다.

윌리엄 깁슨은 이 사이버스페이스라는 개념을 조금은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공간으로 사용한다. 이 소설 속에서 주인공인 케이스가 각종 데이터베이스에 침투하고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는 단순히 키보드와 모니터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현재의 우리가 인터넷을 사용하기 위해 사용하는 장치들을 생각해 보자.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모니터와 키보드가 있고, 마우스 등의 각종 보조장치들이 있다. 

그러나 『뉴로맨서』의 세계에서는 이보다 한층 진일보한 인터페이스가 사용자의 감각과 사이버스페이스를 직접 연결한다. 자의식을 완성하기 위해 드러나지 않는 활약상을 보이는 인공지능인 뉴로맨서가 케이스와 접촉하는 방법 역시 이러한 접촉 방식 하에 현실과 환상이 구분되지 않는 공감각적 통로인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아직까지 우리는 이십 년 전의 소설보다도 원시적인 입력 장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혹자는 월리엄 깁슨이 『뉴로맨서를 쓸 당시에 이른바 ‘컴맹‘ 이었다는 점을 들이 그가 소설에서 제시한 일련의 인터페이스들을 무지의 소산으로 치부해 버리기도 한다.)

(...) 뉴로맨서에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등장한다. 심스팀, 사이버스페이스, 죽어서도 네트워크 속에 존재하는 인물, 인공지능... 물론 이것들은 뉴로맨서가 씌어진 1984년 당시에도 결코 새로운 개념이 아니었다.

그러나 윌리엄 깁슨은 이것들을 효과적으로 묶어서 독자들이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조립했다.

거기에 각 등장인물들의 과거 현재, 그리고 인공지능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현란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문체와 어울러지면서 독자적인 생명력을 지닌 하나이 세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422쪽. 4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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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산업혁명은 이처럼 모든 것을 최대한의 강도로 연결하며, 국지적인 단락은 점차 불가능하게 만든다. 미래의 사과 일이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강한 중력장 그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을 목전에 둔 우리의 상황이다. 

특히 산업혁명의 ‘융합‘ 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것은 다음 세 가지 경우다. 두 세계가 융합해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무척 크기 때문이다.

· 인간과 기계의 융합
· 현실과 가상의 융합
· 공학과 생물학의 융합
· 위 3개 융합 간의 2차 혹은 3차 융합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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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생명공학, 합성생물학의 발전은 인류가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여러 문제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인류는 생물계에서 처음으로 신과 같은 막강한 힘을 손에 쥐게 되었지만, 그것들이 불러올 결과에 대해선 아직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알파고를 개발했으면서도 알파고가 왜 그런 바둑을 두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프로그래머의 고백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인류는 이제 무생물을 넘어 생물마저 마음대로 다루게 되었지만, 그것들이 정확하게 원하는 결과만 가져다줄지는 알 수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생명공학은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세 가지 융합 간의 2차 융합

4차 산업혁명의 미래가 우리 시대를 크게 바꿀 것이라고 예견하는 이유는 단지 이 세 가지 융합 때문만은 아니다. 이 세 가지 융합의 결과가 또다시 무한대로 재융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과 기계의 융합, 현실과 가상 세계의 융합, 공학과 생물학의 융합은 그 자체로 머물지 않고 수없이 다양한 이종교배를 낳으면서 새로운 사업과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다.

4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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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근본 문제】

2018년에 발표한 국민연금 제4차 재정 계산 결과에 의하면, 현재 방식대로 운영될 경우 국민연금 기금이 2057년에 소진된다. 이때부터 수급자에게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가입자는 소득의 약 27%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현재 9%를 기여하는 우리와 비교해 미래 세대는 3배를 납부한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연금 개혁의 강도가 셀 수밖에 없고, 이는 현재 세대에겐 무척 불편한 일이다.

다른 나라도 이렇게 연금 논란이 클까? 연금 선진국에서는 가입자가 받을 연금액과 내는 보험료가 대략 수지 균형을 이룬다. 

독일과 스웨덴의 경우 공적연금의 소득 대체율이 약 48%이고, 보험료율은 약 19%이다. 이 나라들은 앞으로 인구와 경제 환경이 변하는만큼 주기적으로 제도를 조정해나가면 된다. 즉, 개혁의 폭이 그리크지 않다.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 경제 침체 등 인구, 경제 변수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국민연금제도 내부에 수지불균형 문제를 안고 있다. 

2018년 국정감사에 제출된 국민연금연구원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에서 평균소득 가입자가 얻는 수익비가 약 2.6배다. 100을 내고 나중에 260을 받는다는 의미다. 지금은 국민연금 역사가 30년되지 않아 대부분 가입자여서 기금이 쌓여 있지만, 나중에 그들이 모두 수급자로 바뀌면 기금이 소진되고 미래 세대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34쪽

여기에 더해 국민연금은 보장성도 충분치 않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명목 소득대체율(40년 동안 보험료를 내는 경우의 대체율) 40%는 외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 아니지만 불안정한 노동시장 구조탓에 가입자의 미래 평균 가입기간이 그리 길지 않아, 실제로 받는실질대체율은 20%대 초반에 그친다. 

예를 들어, 2018년 평균소득(월 227만 원) 가입자가 25년 동안 가입한다면 은퇴 후 받을 연금액 은월 57만 원이다. 노후를 보내기에 부족한 금액이다.

 이에 연금 개혁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도 중요한 주제로 등장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소득대체율 인상‘을내걸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참여연대 등 주요 노동, 시민 단체들도 국민연금 가입자의 입장에서 소득대체율 50%를 요구한다.

2015년에는 국회에서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사실상 소득대체율 50%에 합의하기도 했다.

결국 국민연금 개혁은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위한 소득대체율, 미래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보험료율, 두 요소의 짝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보장성과 재정 안정화가 서로 상충한다는 점이다. 보장성을 강화하면 더 많은 보험료율 인상이 요구되고, 재정 안정화를 강조하면 소득대체율 인상을 동반하기 어렵다.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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