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마녀사냥
역사상 특이한 현상들이 많지만 ‘마녀사냥‘만큼 이해하기 힘든 현상도 드물 것이다.
15세기 말부터 수백 년 동안 유럽에서 마녀로 판정을 받고 처형당한 사람이 약 **10만 명에 이른다.
마녀 집회 현상에 대해서는 전문 역사가들 사이에서 아직까지 완전히 의견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어떤 연구자들에 따르면 나중에 지독한 오해를 사고 억울하게 희생당하긴 했지만 마녀라고 오해받을 만한 어떤 역사적ㅇ니 내용이 실재했다는 견해이다.
이와 달리 어떤 연구자들은 그런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으며 순전히 조작된 내용일 뿐이라는 주장을 한다.
신학자, 종교재판관, 정부 당국자 들이 그들이 읽은 종교 서적을 내용을 가지고 차츰 하나의 정형화된 개념을 만들어서 그것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옭아맸다는 것이다. 이 견해에 따르면, 마녀 집회 같은 것은 순전히 상상력의 물이다.
그리고 이 두 견해의 중간적인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우선 먼 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교 전통이 있었고(첫 번째 견해), 이것을 *권력 당국이 받아들여서 자신들의 생각대로 *개념을 조작해서 일반 민중들을 공격했다(두 번째 견해)는 것이다.
- P203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인간은 본디 무지몽매한 존재라 한번 미망에 빠지면 집단적으로 가혹한 고문과 살인을 저지르는 한심한 종자라서 그럴까?
유럽 문화, 특히 기독교는 극단적인 잔혹성을 내면에 품고 있는 문화이기 때문일까? - P204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마녀사냥이 언제 일어났는가 하는 점이다. 흔히 마녀사냥을 중세적 현상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근대 초의 현상이다.
마녀사냥이 가장 극성을 부렸던 시점은 **1590년대이며, 그 후 1630년대와 1660년대에 다시 정점에 올랐다. 유명한 미국 매사추세츠 주 세일럼의 마녀재판은 그보다도 뒤인 1692년에 있었던 일이다.
- P204
/ 마녀사냥과 여성
마녀사냥의 중요한 대상이 여성이었다는 점은 마녀사냥의 의미가 여성에게 가부장제 질서를 강요하는 것이었다는 해석을 낳게 한다.
- P205
그렇다면 누가 희생되었는가?
희생자들의 특징을 추려 보면 ‘여성, 빈민, 노인‘으로서, 이런 사람들이 악마의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된다고 여겨졌다.
가장 전형적인 인물형은 "가난한 차지농(남의 당을 빌려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농민)의 부인, 특히 과부로서 50~70세의 연령대이며, 성질이 사나워 보이는 할머니"이다.
페미니즘 이론에서는 마녀사냥이라는 것이 근대 초에 **가부장제 질서가 더욱 굳건해지면서 전반적으로 남성 세계가 여성을 공격한 현상이라는 주장을 편다.
- P206
/ 고문
마녀사냥은 사회 전체를 위협하는 **악마적인 힘을 제거하기 위한 **‘성스러운 작업‘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고문을 하는데 대해서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
후기로 가면서 그나마 약간 개선의 여지를 보인 점은 고문을 단 한 차례만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뜻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으니, 혐의자를 한번 고문하기 시작하면 쉬지 않고 계속 고문을 가하는 것이다.
- P207
/ 종교재판소
고야의 그림은 재판장을 압도하는 무시무시한 권력의 힘을 잘 보여준다.
*국가와 *교회는 *각자의 권력과 권위를 위해 결탁하여 *민중들을 **질서 체계 속으로 끌어들였다.
마녀사냥을 주도했던 인물들은 위험한 존재로부터 사회를 지키는 훌륭한 일을 하고 있따고 자부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 시대 그 사회의 관점에서 보면 마녀사냥은 미친 짓이 아니라 **합리적인 행위였을 수 있다.
- P208
역사학자의 입장에서는 단죄는 아니더라도 어떻든 설명과 해석, 평가를 해야 한다. 물론 그게 쉽지 않다는 게 문제이다. 먼저 몇 가지 기존 설명들을 보자.
흉년, 전쟁, 전염병 등과 같은 재난이 심해졌을 때 그에 대한 반응으로 마녀재판이 많이 벌어졌으리라는 설명이 있다.
개신교와 가톨릭이 서로 상대방을 마녀로 몰아서 공격했으리라는 설명도 제시되었다. 그러나 이 설은 기각되었다.
마녀재판이 물론 나쁜 일이지만 공동체 내에서 그 어떤 기능을 맡아서 했다는 설명도 있다.
마을에는 같이 지내기가 좀 곤란한 사람들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예컨대 아주 가난한 사람이 있어서 도와 달라는 요청을 자주 하는데, 사람들이 때마다 도와 줄 수도는 없고 그냥 있자니 마음에 걸린다고 하자.
마녀사냥은 사람들의 죄책감이 기형적으로 발동하여 이런 사람들을 아예 제거하는 방향으로 작동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 밖에도 희생자들의 재산을 빼앗기 위해서 한 짓이라는 식의 다른 여러 설명들이 있으나 대부분 부정되었다. - P209
마녀사냥은 중세적 배경을 가졌지만 본질적으로 근대적 현상이라는 점을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근대로 들어오면서 *일반 민중들은 *정치적으로, 종교적으로 *큰 에너지를 띠게 된다. 이들을 그 상태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되고 **질서 체계 안으로 끌어들여야 할 것이다.
**질서를 부과한다는 것은 곧, 그것을 거부하는 자들을 **억압한다는 것을 뜻한다.
**근대의 권력 당국, 곧 국가와 교회는 그들의 권위에서 벗어나려는 자들을 제거하고 모든 국민들의 **복종을 확립하려고 하였다.
**국가는 교회로부터 이데올로기를 빌리고 교회는 국가로부터 힘을 얻는다.
한 국가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사고마저도 함께해야 한다. 모두 같은 기독교를 믿어야 하며, 교회의 축성을 받은 국왕을 잘 따라야 한다.
국민들 가운데 어떤 자는 기독교도이고 어떤 자는 이슬람교도이고 또 어떤 자는 무당을 믿는 상태로는 **통치하기가 어렵다.
**근대 국가는 **‘균질한 영혼‘들이 국가 기구에 복종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이것이 마녀사냥이 결과적으로 행한 역할이다. - P210
마녀사냥과 같은 현상을 보노라면 우리 마음속에 집단 광기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된다.
마녀사냥은 그 모습 그대로는 근대 초 유럽의 특이한 현상이지만 유사한 현상은 언제나 있었다.
**사회 전체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불순한 세력! 그것은 히틀러에게 유대인이고, 파시스트들에게는 공산주의자들이며, 남한 정권에서는 북한이 사주하는 불순 세력이고 북한 정권에게는 ‘남한과 미제의 스파이들‘이다.
**때로 권력은 일부러 그런 위험 세력을 조작해 내서 사람들을 선동하려 한다.
그런 조작이 너무나도 쉽게 먹혀 들어간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내면에 **‘마녀사냥‘식의 충동이 잠재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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