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와 도덕, 정치와 도덕은 화해할 수 있을까?


‘고귀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비도덕적 수단이 *필요할 때, *올바른 정치가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기만과 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사람에게 *도덕적 고결함을 *요구할 수 있을지와 관련된 질문은 소크라테스 이래 *서양 정치철학사의 *가장 중요한 문제이자 가장 *난해한 숙제다. - P27

비록 *도덕적인 품성을 가진 사람이라할지라도 *‘현실‘을 무시하면 *‘정치적 감각‘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지만, *절대군주가 통치하던 시대에도 정치적 능력만큼이나 *도덕적 자질은 *정치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었다. *그만큼 정치와 도덕의 상관관계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렇다면 *정치 행위에 **일반적인 **도덕률을 **적용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치 행위 자체에 *‘공공선‘ 또는 *‘정치적 이유‘에서 *도덕과 *비도덕의 *경계를 **넘어서는 *독립된 잣대가 있는 것일까? - P27

베네데토 크로체(Benedetto Croce)가 토로하듯, *전자를 주장하더라도 *후자를 단순히 **‘몰(沒)도덕‘한 생각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오히려 *전자만을 고집하는 태도는 *‘살아 있는 실제(La vivente realta)’에 대한 신중한 고려를 *방해하고, *정치적으로 *필요한 행동마저 *이기적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 여기는 *편견을 부추긴다.

역으로 *도덕적 요구를 단지 *‘비정치적’이라는 이유에서 *무시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아울러 **‘다수의 의사가 곧 *한 사회의 *윤리적 잣대가 될 수 있는- 지’,
아니면 *‘다수의 의사와는 *독립된 **절대적인 도덕적 기준이 존재하는지‘도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다.

특히 *‘공공선‘의 내용을 *민주적 심의로 구성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도의 *정당성으로 삼는 *민주주의에서 그렇다.

**다수의 의사‘와 **‘항구적 진리의 *긴장은
**‘상대주의‘와 *‘정초주의‘가 빚어내는 철학적 갈등을 훨씬 넘어서는 정치사회적 고민을 수반한다.

그 어떤 *진리도 *민주적 심의를 무시한다면 *‘전제적(despotic)‘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고, *누구도 *다수여론의 전제‘가 **‘소수 현자의 **독재‘만큼이나 **위험하다는 *지적을 쉽게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다. - P28

/ ‘정치‘에 대한 ‘도덕‘의 우위

*정치철학에서는 *‘정치와 도덕의 긴장‘을 둘러싼 논쟁들을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누어 검토해 왔다.

*첫 번째 범주는 *정치와 도덕을 *구분해서 어느 한쪽의 *우위를 주장해 온 입장들을 포괄한다.

이탈리아 정치 이론가 노르베르토 보비오(Norberto Bobbio)가 소위 *‘엄격한 일원론(monismo rigido)’으로 분류한 견해들도 이 범주에 속하지만, 그의 분류와 일반적 분류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그가 ‘하나‘를 ‘다른 하나’로 귀속시키는 것만 이 부류로 한정한 점이다. - P29

반면 일반적으로는 *정치에 대한 *도덕의 우위를 전제로 *전자를 **후자의 **실현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이해하는 입장,

그리고 *‘도덕‘과 분리된 *‘정치‘의 *독자적 성격을 강조하며 *전자가 *후자의 *목적을 위해 *희생될 수 있다고 간주하는 주장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서양 정치철학의 전통에서 볼 때, **‘정치‘에 대한 **‘도덕‘의 우위는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가장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진 견해다.

소크라테스 이후 지속된 ‘군주의 교본(specula principum)‘ 전통에서 볼 수 있듯이, 오랜 시간 동안 정치철학자들은 정치 행위는 올바름 또는 ‘도덕‘에 대한 순수한 의무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 P29

‘좋은 삶(eudaimonia)’과 ‘탁월함(arete)‘을 중시했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물론이고, 에피쿠로스(Epikouros)조차도 ‘쾌락‘ 자체보다.
**‘바람직한 삶‘을 성찰의 주제로 삼았을 정도다.

이런 입장에서 본다면 *정치가 *도덕에 *귀속되거나 *도덕적 이상의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되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

종종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 그리고 아퀴나스의 사상을 통해 도덕과 분리된 정치의 독립성을 찾는 연구들을 보게 된다. - P30

그러나 이런 연구들이 제시하는 자료들은 대부분 ‘유연한 일원론(monismo flessibile)’, 즉 예외적인 위기 상황에서 일반적 도덕률의수정을 용인하는 견해로도 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플라톤이 『국가(Politeia)』에서 "*고상한 거짓말(gennaion pseudos)", 즉 "*공공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이 허용된다."고 말한 부분을 부각시킨다 해도, 전체적으로는 플라톤이 정치와 도덕의 분리 또는 독립을 주장했다고 보기 어렵다.

아울러 아리스토텔레스의 ‘신중함(phronesis)‘이 이성뿐 아니라 감성도 중시하는 철학적 태도에서 나온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공공선을 위해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행위라 할지라도 그가 ‘혼의 좋음‘ 또는 ‘영혼의 탁월함‘을 앞세웠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키케로의 ‘신과 인간의 법(lex divina et humana)’과 아퀴나스의 자애로움(caritas)‘이 ‘국가의 생존‘과 ‘정치적 타협‘을 위해 그들이 적용한 원칙들보다 우선시된다는 점을 누구도 쉽게 부정할 수없다. - P30

/ ‘도덕‘에 대한 ‘정치‘의 우위

다음은 정치와 도덕의 *분리 또는 **정치가 도덕에 *우선한다는 입장들이 있다.

**카를 슈미트(Carl Schmitt)가 『정치적인 것에 대하여(DerBegriff des Politischen)』에서 ‘정치‘에 대해 내린 정의가 이러한 입장을대변한다.

그는 **정치를 **친구와 적‘의 관계로 규정되는 독특한 영역으로 보았고, *도덕적으로 *좋은지 *나쁜지와 관련된 **윤리 영역과는 *구별된 잣대가 *정치 영역에 있다고 주장했다.

즉 도덕적으로 선하다고 판단되는 사람도 적대 집단의 구성원이면 적이 될 수 있고,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판단되더라도 동일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연대할 수있기에 정치적인 영역에서는 도덕적 판단이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한것이다. ‘도덕‘에 대한 ‘정치‘의 우위 또는 정치를 위한 도덕의 배제까지 명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사실 ‘정치‘와 ‘도덕‘의 분리 또는 ‘도덕‘에 대한 ‘정치‘의 우위를 주장하는 입장들은 근대 국가(stato)의 출현과 더불어 광범위하게받아들여졌다.

개개인의 사회계약이라는 추론적 역사‘를 통해 근대국가가 도덕적 굴레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게 된 과정과 이러한 주장들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테로(Giovanni Botero)가 군주의 권위가 인민의 동의로부터 비롯된다고 말하듯, 보댕(Jean Bodin)이 주권자의 절대적 권리의 근거 중 하나로 인민들이 권력을 양도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듯, 도덕이나 신앙으로부터 독립된 국가이성(Rasiondetat)‘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잣대가 근대 초기부터 잉태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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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으로서의 정치>


천국의 이상을 개인 내면에 구축하면서 정치와 세속적 관심사를 멀리하는 루터의 프로테스탄티즘가는 달리, **칼뱅의 프로테스탄티즘은 **현실을 인정하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세속적 요구와 **적극적으로 **대면할 것을 가르친다. - P38

마이클 왈저에 의하면, 칼뱅주의는 정치 현실에 대해 놀라운 정도로 현실주의적이고 탈도덕적인 인식을 특징으로 한다.

그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에 대한 *객관적이고 *비관적인 인식 방법을 내포하는 교리다.

*칼뱅주의의 신앙인들은 역설적으로 그것이 상업이든 정치든, 적극적으로 세속적 과업에 참여하고, 무언가를 이루어 내는 것을 통해 그 부분만큼 *구원받는다는 *믿음을 갖는다.

**세속의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무엇을 이루어 내야 하는 것은, 곧 **’책임 윤리’와 닿아 있는 부분이다. - P38

베버는 먼저 한 사람의 정치인이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요소를 지적한다.

열정, 책임감, 균형적 판단이 그것이다.
**열정은, **내적 소명 의식을 갖는 **정치인이 *정치 행위를 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라 할 수 있다.

허영심은 대부분의 보통 정치인들이나 정치 행위자들이 갖는 심리이기 때문에 매우 사소하면서도 인간적인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심리는 정치인을 내부로부터 위협하며, 대의를 추구하거나 거리 두기에 있어 치명적인 해를 미친다. - P83

열정을 뜻하는 독일어의 Passion 내지 Leidenschaft와 영어의 passion은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 **두 말은 *모두 **예수가 **받은수난‘이라는 말과 연결되어 있다.

메리엄-웹스터 영어 사전을참조하면, passion의 첫 번째 정의는 **"최후의 만찬과 그의 죽음사이에서 예수가 받은 고통이고 두 번째 정의가 **"강력한 느낌",
"이성과 구분되는 감정"이다. - P83

*예수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으로 **내면적으로 *공감하는 것에 *가까이 가고자 하는 *강력한 믿음, **감정의 치열함은, 곧 **고통이자 강력한 **감정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강렬한 *내적 신념이 **탐욕과 욕구를 **억제하는 **열정에 의해 **금욕적 정신을 갖도록 하는 칼뱅주의의 정신이고, 베버의 사회적 인간 행위에 대한 설명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 P84

그런데 **칼뱅주의의 맥락에서 **열정은, *개인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터져 나오는 *종교적 충동과 연결되는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엄격한 **규율의 교리이고, *복음에 **복종하고 **신을 위해 **희생하는 것을 가르친다.

*신앙인의 *종교적 에너지는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교회의 형태를 통해 *공적으로 *규율되지 않으면 안 된다. - P84

이런 맥락에서의 *열정은 차라리 *반감정적 열정, **이성에 의해 *규율되는 **차가운 열정을 의미한다. 한 사람의 정치인이 *정치 행위에 대해 열정을 가진다고 말할 때, 그것은 어떤 *정치적 신념이나 *목적을 추구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그것을 **실천하고 *실현하는 **행위와 그 **결과를 **포괄하는 것이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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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휴먼, 다시 말해 **증강된 인간을 구현하는 도구로서 **유전자 가위는 *핵심적 기술로 인식된다.

**인간 능력의 *증강은 **세 가지 측면을 포함한다.

*첫째는 **건강 증진과 수명 연장이다. 다양한 유전질환과 감염병,
대사질환으로부터 해방됨과 동시에 수명의 획기적 연장을 의미한다. - P170

둘째는 *현대를 살아가는 *삶에 적합하지 않은 **정서적 부조화의 극복 문제다.

*경계심이나 *불안과 같은 감정은 *수렵과 채집을 하던 과거에 *생존을 유리하게 했던 *정신적 요소로 작용했고, 이것이 우리의 *DNA에 *내재되어왔을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지금의 **문명사회에서는 *경계심보다 **협력심과 **신뢰감이 **생존에 더욱 필요한 감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들을 *진화 차원에서 *유전자에 녹여내기에는 *진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생물학적 시간과 문명화 및 물질적 환경이 변화해온 시간과의 괴리를 생명공학 기술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포함할 수 있다.

셋째는 인지능력의 증감이다.
다양한 유전자 기능에 대한 종합적 이해로 뇌의 인지기능에 대한 실마리가 하나씩 풀리고 있다.

Ai의 도움을 통해 이러한 이해의 폭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유전자에 대한 기능적 이해와 이를 **리프로그래밍하는 도구인 유전자 가위로 적어도 *기술적 차원에서는 증강된 트랜스휴먼의 *구현은 **가능 범위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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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 아트, 진중권


20세기에 사진과 영화라는 복제기술이 벤야민으로 하여금 새로운 미학을 구상하게 했듯이, 21세기에 컴퓨터와 디지털이라는 **합성기술 또는 기술생성 역시 우리에게 새로운 미학을 구성할 과제를 제기한다. - P279

벤야민의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에 상응하는 미디어아트의 구호는 **’기술합성 시대의 예술작품’이다.

소위 정보혁명의 생산 패러다임이 가능하게 만든 기술합성은 오늘날 *현실과 *가상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는 대신 **혼합현실이라는 새로운 차원이 가능하게 했다. - P280

텔레마티크 아트의 선구자인 로이 애스콧은 디지털 아트가 창출해낸 **가변현실이 우리의 자아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즉 우리가 여러 개의 **인격과 **정체성을 갖는 일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며, 이러한 *변형적 *인격의 *추가가 미디어아트의 목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 P280

그에 따르면, 우리는 **많은 자아, 많은 **현존, **많은 세계, **많은 의식의 수준 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 있게 될 것이다.

만약 네트 위의 모든 파이버와 노드, 서버가 우리 자신의 일부고 잠재성이라면, 이 네트와의 **상호작용은 분명 우리 자신을 **재구성하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통합된 자아 대신에 **다중자아를 갖게 될 것이며 그 결과로 **자아의 감옥에서 *해방될 것이라는 게 애스콧의 낙관주의다. - P280

"세계는 비디오게임이고 모든 인간은 그저 *아바타에 불과하다" - P281

인터렉티브 아트 작업을 하는 사이먼 페니는 *신체와 *공간을 *사물 사이의 *교섭, 곧 오브제와의 신체적 **인터랙션을 화두로 삼는다.

20세기가 영화의 세기였다면 **21세기는 **게임의 세기가 될 것이며, 게임의 멜리에스나 뤼미에르가 등장하고 있는 만큼, 언젠가는 모바일 게임의 셰익스피어도 탄생하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 P281

미디어아티스트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관심은 **예술과 **기술의 공조이고, **공진화다.

그렇다면, *근대 미학을 관장해온 **칸트적 미학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듯하다.

**미적 자율성이나 **무목적의 목적성 같은 개념이 예술과 기술의 극단적인 결합 형태인 미디어아트에는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히려 **예술과 **기술을 모두 뜻하던 아트 art라는말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듯싶다.

예술의 최전선은 그렇게 예술의 기원과 만난다. - P282

/ 무미예찬, 프랑수아 줄리앙


우리말로 **‘무미’라고 옮겨진 단어는 저자가 불어로 fadeur(영어로는 blandness)라고 옮긴 중국어의 담이다.

**담백하다고 할 때의 담으로 **묽다, 싱겁다, 자극이 적다 등의 의미를 갖는다.

저자가 보기엔 이 **‘담=무미’가 **중국의 문화와 미학적 전통에서 **중심적인 가치이자 바탕을 이루는 가치다.

그것은 **유, 불, 선 모든 사상의 지원을 받으며, **시, 음악, 회화 등 다양한 예술에 공통된 이상을 환기한다.

**예술은 *실용품이라기보다는 *사치품이다. 어떤 실용적인 용도를 목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인 경험 *그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듯 *비실용적이고 사치스러운 예술이 *진정한 예술로 정의되고 인정받는다. 왜냐하면 예술의 *그러한 **존재 방식 자체가 **귀족적이기 때문이다.

**예술의 **비실용성은 *실용성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부유한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매력이 된다. 자신의 *지위와 *우월성을 **과시할 수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술 시장은 *문화적 우월성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의 장이 되며, 특정한 *톱 아티스트에 대한 주목과 *과잉경쟁은 그렇게 해서 생겨난다. - P289

결과적으로 예술 시장은 극소수의 아티스트들이 천문학적 수입을 올리는 승자독식 시장이 되며, 마치 복권에서처럼 ‘당첨자를 제외한 대다수 예술가들은 빈곤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그렇다고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아무런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 것은아니다. 물론 여러 가지 통로를 통해서 후원을 얻을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강한 예술 창작의 **동인이 되는 것은 *금전적인 보상을 대신한 **‘심리적 소득, 혹은 **비금전적 내적 보상‘이다.

바로 **자신이 **재능이 있고 **뛰어난 인간이라는 **자만심과 **자기기만이 그들로 하여금 **자발적인 **가난을 선택하도록 만든다.

*예술가들의 *가난과 *예술 세계의 *구조적인 빈곤이 *지속되는 이유다. 상위 예술과 하위 예술의 경계가 점차 사라지게 되면예술경제의 특수성이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사회적 계층이 *존재하는 한 *예술경제의 *특수성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 P289

사회학적 관점에서 저자가 내리고 있는 예술의 정의는 이렇다.

*"예술이란 사람들이 예술이라 부르는 것이다." 즉 무엇이 *예술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들의 **사회적 인식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정의에서 ‘사람들이 가리키는 건 대중이라기보다는 ‘예술계에 속하는 일부 사람들이다. 즉 보다 구체적으로 정의하자면 "**예술이란 **일부 사람들이 **예술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정의가 의미하는 바는 예술이 *특정한 *사회적 계층이 갖고 있는 *예술적 취향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으며 *예술을 *정의하는 힘은 *사회적으로 *불평등하게 분포돼 있다는 점이다. - P288

사람들은 보통 사회적 계층에 따라 각기 다른 예술적 취향을 갖고 있다.

*우월한 예술과 *열등한 예술, *상위 예술과 *하위 예술의 구분은 그러한 *취향의 차이가 낳는다.

그럼에도 예술이 무엇인가에 대한 합의가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있다면 그건 한 그룹의 예술적 취향은 무시되는 반면에 다른 그룹의 예술적 취향은 존중된다는 뜻이다.

이것을 저자는 **‘문화적 비대칭성‘이라고 부른다. - P288

/ 전체를 고민하는 힘


하지만 경제 불황과 취업 대란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의 **대다수 **한국대학(원)생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열정의 상실에 대한 **염려보다는 **‘루저lose‘로 *전락하지 않을까라는 **불안일 것이다.

"싸구려 커피를 마시며
"눅눅한 비닐장판에 발바닥이 쩍 달라붙었다 떨어지는 생활에서 **탈출할 수만 있다면 **‘청춘‘이라도 **담보로 **내놓으려 하지 않을까. - P308

물론 문제는장래를 담보로 학자금을 대출받고 청춘을 불사르며 학업에 매진하여 기적적으로 성공의 사다리에 올라탄다 한들 "거기에 남는 것은 *이상하게 **부풀린 **오만과 **영혼을 잃어버린 **사고 밖에 없다는 데 있을 것이다"

막스 베버는 일찍이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이러한 **마지막 인간이 도달하게 될 *지점을 이렇게 기술했다.

"**영혼이 없는 전문가, **가슴이 없는 향락자. **이 공허한 인간들은 *인류가 *과거에 도달하지 못했던 *단계에 도달했다고 **자화자찬할 것이다." - P308

강상중 교수에 따르면, 베버의 **‘마지막 인간‘은 더 이상 **‘의미‘에 대해 생각하기를 그만둔 사람들을 가리킨다.

언어학적 의미를 넘어서 대저 ‘의미‘란 무엇인가? 아니 의미의 의미‘란 무엇인가?

자기 자신에 대한 집착을 벗어나
**‘우리‘를 거쳐서 관심과 고려의 범위를 그들에게까지 확장하는 걸 뜻하지 않을까.

"당신 없는 내 인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라는 노래 가사를 조금 비틀어 말하자면, **"그들까지도 행복하지 않다면 *내 인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라고 말할 때의 그 의미‘ 말이다.

그건 다 살리는일‘을 뜻하는 우리말 ‘다스림과도 상통한다. 한나 아렌트의 표현으로는
**‘함께 살아감living togethe 이다.

이** ‘다 살리는 일‘과 **‘함께 살아감‘이 *정치의 **본래적 목적이고 **의의다. 그것을 달리 **전체에 대한 관심이라고 말해도 좋겠다. - P308

**경제의 불안정성과 **사회적 불평등은 **근대 자본주의 체제의 **필연적인산물이지만,

**신자유주의 혹은 **금융자본주의의 도래와 함께 그 불안전성/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경제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격차만이 아니다.
**’두 국민 사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민국가 안에서의 계층 간 **소득 격차와 그에 따른 **사회적 위화감이 위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 P310

그러한 근원을 직시하는 데 리처드 세넷의 『뉴캐피털리즘』 위즈덤하우스, 2009도 도움을 준다.

세넷은 19세기 후반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민간 부문에 **군대의 조직 원리를 도입한 일에서 소위 **‘사회자본주의 social capitalisn‘의 기원을 찾는다.

*사회자본주의적 **관료제는 사람들에게 *예측할 수 있는 **합리화된 **시간 관념을 심어주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경력에 비추어 *앞으로의 **승진 경로와 늘어날 **재산 규모를 그려볼 수 있었다.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우면서 **노후를 설계해나갈 수 있었다. - P310

비록 베버는 이러한 **관료제 하의 삶을 **쇠창살에 갇혀 지내는 것에 비유했지만, 세넷이 보기에 베버의 비판은 일면적이다(작년 조사에서 한국의 대학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 1위가 공무원이었으며, 그들이 꼽은 이상적 배우자 직업도 공무원이었다).

오늘날 *다수의 *노동자들이 *관료제적 *쇠창살에서 해방되었지만 그들을 들씌우고 있는 것은 **‘비정규직‘이라는 더 잔혹한 올가미다. 사회자본주의는 과거의 이름이 되었다.

**피라미드적 **관료제 사회를 대신하여 들어선 것은 **무한경쟁을 독려하는 **‘승자독식 사회다. 1퍼센트의 승자가 모든걸 다 차지하고 나머지 99퍼센트가 퇴출되고 사회적 낙오자가 되는 사회가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승자독식사회는 개인이 아니라 우리의 시스템에 대해서 다시금 고민해보도록 한다.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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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랜스휴머니즘과 운명적 패러다임의 전환


트랜스휴먼, 다시 말해 증강된 인간을 구현하는 도구로서 유전자 가위는 핵심적 기술로 인식된다.

인간 능력의 증강은 세 가지 측면을 포함한다.
첫째는 건강 증진과 수명 연장이다.

다양한 유전질환과 감염병, 대사질환으로부터 해방됨과 동시에 수명의 획기적 연장을 의미한다.

둘째는 현대를 살아가는 삶에 적합하지 않은 정서적 부조화의 극복 문제다.

경계심이나 불안과 같은 감정은 수렵과 채집을 하던 과거에 생존을 유리하게 했던 정신적 요소로 작용했고, 이것이 우리의 DNA에 내재되어 왔을 것으로 해석된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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