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와 도덕, 정치와 도덕은 화해할 수 있을까?


‘고귀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비도덕적 수단이 *필요할 때, *올바른 정치가라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기만과 폭력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사람에게 *도덕적 고결함을 *요구할 수 있을지와 관련된 질문은 소크라테스 이래 *서양 정치철학사의 *가장 중요한 문제이자 가장 *난해한 숙제다. - P27

비록 *도덕적인 품성을 가진 사람이라할지라도 *‘현실‘을 무시하면 *‘정치적 감각‘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지만, *절대군주가 통치하던 시대에도 정치적 능력만큼이나 *도덕적 자질은 *정치가를 판단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었다. *그만큼 정치와 도덕의 상관관계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렇다면 *정치 행위에 **일반적인 **도덕률을 **적용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치 행위 자체에 *‘공공선‘ 또는 *‘정치적 이유‘에서 *도덕과 *비도덕의 *경계를 **넘어서는 *독립된 잣대가 있는 것일까? - P27

베네데토 크로체(Benedetto Croce)가 토로하듯, *전자를 주장하더라도 *후자를 단순히 **‘몰(沒)도덕‘한 생각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오히려 *전자만을 고집하는 태도는 *‘살아 있는 실제(La vivente realta)’에 대한 신중한 고려를 *방해하고, *정치적으로 *필요한 행동마저 *이기적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 여기는 *편견을 부추긴다.

역으로 *도덕적 요구를 단지 *‘비정치적’이라는 이유에서 *무시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아울러 **‘다수의 의사가 곧 *한 사회의 *윤리적 잣대가 될 수 있는- 지’,
아니면 *‘다수의 의사와는 *독립된 **절대적인 도덕적 기준이 존재하는지‘도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다.

특히 *‘공공선‘의 내용을 *민주적 심의로 구성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도의 *정당성으로 삼는 *민주주의에서 그렇다.

**다수의 의사‘와 **‘항구적 진리의 *긴장은
**‘상대주의‘와 *‘정초주의‘가 빚어내는 철학적 갈등을 훨씬 넘어서는 정치사회적 고민을 수반한다.

그 어떤 *진리도 *민주적 심의를 무시한다면 *‘전제적(despotic)‘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고, *누구도 *다수여론의 전제‘가 **‘소수 현자의 **독재‘만큼이나 **위험하다는 *지적을 쉽게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다. - P28

/ ‘정치‘에 대한 ‘도덕‘의 우위

*정치철학에서는 *‘정치와 도덕의 긴장‘을 둘러싼 논쟁들을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누어 검토해 왔다.

*첫 번째 범주는 *정치와 도덕을 *구분해서 어느 한쪽의 *우위를 주장해 온 입장들을 포괄한다.

이탈리아 정치 이론가 노르베르토 보비오(Norberto Bobbio)가 소위 *‘엄격한 일원론(monismo rigido)’으로 분류한 견해들도 이 범주에 속하지만, 그의 분류와 일반적 분류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그가 ‘하나‘를 ‘다른 하나’로 귀속시키는 것만 이 부류로 한정한 점이다. - P29

반면 일반적으로는 *정치에 대한 *도덕의 우위를 전제로 *전자를 **후자의 **실현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이해하는 입장,

그리고 *‘도덕‘과 분리된 *‘정치‘의 *독자적 성격을 강조하며 *전자가 *후자의 *목적을 위해 *희생될 수 있다고 간주하는 주장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서양 정치철학의 전통에서 볼 때, **‘정치‘에 대한 **‘도덕‘의 우위는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가장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진 견해다.

소크라테스 이후 지속된 ‘군주의 교본(specula principum)‘ 전통에서 볼 수 있듯이, 오랜 시간 동안 정치철학자들은 정치 행위는 올바름 또는 ‘도덕‘에 대한 순수한 의무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 P29

‘좋은 삶(eudaimonia)’과 ‘탁월함(arete)‘을 중시했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물론이고, 에피쿠로스(Epikouros)조차도 ‘쾌락‘ 자체보다.
**‘바람직한 삶‘을 성찰의 주제로 삼았을 정도다.

이런 입장에서 본다면 *정치가 *도덕에 *귀속되거나 *도덕적 이상의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되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

종종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키케로, 그리고 아퀴나스의 사상을 통해 도덕과 분리된 정치의 독립성을 찾는 연구들을 보게 된다. - P30

그러나 이런 연구들이 제시하는 자료들은 대부분 ‘유연한 일원론(monismo flessibile)’, 즉 예외적인 위기 상황에서 일반적 도덕률의수정을 용인하는 견해로도 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플라톤이 『국가(Politeia)』에서 "*고상한 거짓말(gennaion pseudos)", 즉 "*공공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이 허용된다."고 말한 부분을 부각시킨다 해도, 전체적으로는 플라톤이 정치와 도덕의 분리 또는 독립을 주장했다고 보기 어렵다.

아울러 아리스토텔레스의 ‘신중함(phronesis)‘이 이성뿐 아니라 감성도 중시하는 철학적 태도에서 나온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공공선을 위해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행위라 할지라도 그가 ‘혼의 좋음‘ 또는 ‘영혼의 탁월함‘을 앞세웠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키케로의 ‘신과 인간의 법(lex divina et humana)’과 아퀴나스의 자애로움(caritas)‘이 ‘국가의 생존‘과 ‘정치적 타협‘을 위해 그들이 적용한 원칙들보다 우선시된다는 점을 누구도 쉽게 부정할 수없다. - P30

/ ‘도덕‘에 대한 ‘정치‘의 우위

다음은 정치와 도덕의 *분리 또는 **정치가 도덕에 *우선한다는 입장들이 있다.

**카를 슈미트(Carl Schmitt)가 『정치적인 것에 대하여(DerBegriff des Politischen)』에서 ‘정치‘에 대해 내린 정의가 이러한 입장을대변한다.

그는 **정치를 **친구와 적‘의 관계로 규정되는 독특한 영역으로 보았고, *도덕적으로 *좋은지 *나쁜지와 관련된 **윤리 영역과는 *구별된 잣대가 *정치 영역에 있다고 주장했다.

즉 도덕적으로 선하다고 판단되는 사람도 적대 집단의 구성원이면 적이 될 수 있고,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판단되더라도 동일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연대할 수있기에 정치적인 영역에서는 도덕적 판단이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한것이다. ‘도덕‘에 대한 ‘정치‘의 우위 또는 정치를 위한 도덕의 배제까지 명시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사실 ‘정치‘와 ‘도덕‘의 분리 또는 ‘도덕‘에 대한 ‘정치‘의 우위를 주장하는 입장들은 근대 국가(stato)의 출현과 더불어 광범위하게받아들여졌다.

개개인의 사회계약이라는 추론적 역사‘를 통해 근대국가가 도덕적 굴레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게 된 과정과 이러한 주장들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테로(Giovanni Botero)가 군주의 권위가 인민의 동의로부터 비롯된다고 말하듯, 보댕(Jean Bodin)이 주권자의 절대적 권리의 근거 중 하나로 인민들이 권력을 양도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듯, 도덕이나 신앙으로부터 독립된 국가이성(Rasiondetat)‘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잣대가 근대 초기부터 잉태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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