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톨 - 동굴 콕! 원시 소년 스콜라 창작 그림책 3
패트릭 맥도넬 지음, 노은정 옮김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받아보고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 모니터로 책 소개 이미지를 볼 때와 차원이 다른 포스다. ‘종이책은 사라질 것인가라는 화두에 항상 종이책을 지지하는 나로서는 그것이 옳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나만의 태블릿 컴퓨터를 선사받은 느낌이다. 아이패드를 꺼내 옆에 두고 사진을 찍어보니 크기도 정말 똑같다. 면지를 펴고 비밀번호를 계속 누르는 나를 보고 아이가 엄마, 지금 뭐하는거야?’라고 어이없어한다. ‘너도 눌러봐, 이거 진짜같지 않냐!!’라고 나도 모르게 자랑을 늘어놓고 있다. 작가를 찾아보지 않을 수 없다. 칼데콧 아너 상을 수상했던 분으로 인기 만화의 작가이기도 하다. ‘내 친구 제인이 궁금해진다.

 

스마트폰이며 태블릿 컴퓨터, 게임기에 푹 빠져있는 원시소년 디지톨에게는 더 이상 알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친구와 노는것도 관심이 없다. 동굴 속 작은 공간에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디지톨 때문에 엄마 아빠는 고민하게 되고 다툼도 잦아진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마트 폰 때문에 겪는 고충을 이야기하다 보면 많은 부모들이 한마음이 된다. 아이의 스마트 폰을 망치로 내리쳤다며 내가 왜 그랬나 자책하는 분, 어딘가에 숨겼는데 기억이 안나고 전원도 나가 몇 달째 못찾고 있다는 분, 베란다 바닥에 던져 박살났다는 분 등 웃픈 현실이다. 새가슴이라 이렇게는 못했지만 내 가슴 속도 부글부글 끊을때가 많다. 주로 언젠가 후회하게 될 것이다’, ‘니가 낭비한 시간이 니 가슴을 쓰리게 할 것이다는 등의 협박성 발언을 하지만 별로 신통치 않고 속만 탄다.

 

디지톨은 운이 좋다. 화산이 터지며 한 차례 폭풍을 겪어 새로운 마음으로 거듭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아름다움이 도처에 있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는다. 모니터에서 고개를 들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가족도 친구도 다시 찾는다. 가족과 친구에게 돌아온다. 밤하늘 가득한 별이 펼쳐진 마지막 장면은 설레일만큼 아름답다. 어제 저녁 퇴근한 남편이 중학생 딸에게 하는 말, ‘너무 오래 보는 것 아니야? 이 책을 봐봐. 스마트폰 때문에 니가 지금 할 수 있는 좋은 것들을 많이 놓치고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어. 그럴까봐 아빠는 걱정돼.’ (내가 아빠라면 말은 관두고 힘으로 확 뺐고 싶다!) 유쾌하고 기발하고 재미있는 그림동화다. 게다가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놓치지 않고 독자들이 거부감 없이 충분히 공감하도록 들려준다. 어른이지만, 나는 이 책에 열광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