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가르치기 - 학생이 스스로 생각하고 배우는 핀켈 교수의 새로운 교육법
도널드 L. 핀켈 지음, 문희경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도널드 L. 핀켈의 『침묵으로 가르치기(다산에듀/문희경 옮김』는 표지의 일러스트로 주장을 대변하고 원제 “Teaching with your mouth shut”을 병기함으로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저자인 도널드 L. 핀켈은 하버드 대학의 대학원생이었을 때부터 수업을 맡으며 다양한 교수법을 고안하고 실험했으며 에버그린 주립대학으로 옮긴 이후로도 오랜 시간 교수법에 대한 창의적 열정을 나눠왔다. “침묵으로 가르치기”는 저자가 30여년 동안 쏟은 헌신의 총합으로 “나는 가르치는 내내 교수법을 실험하고 토론하고 성찰하고 글로 써 두었다.(308p)” 밝히며 독자를 초대한다. 서문에서도 책의 목표를 개혁보다는 대화의 장을 열고 생각거리를 공유하는 것임을 말한다. 소크라테스와 루소, 존 듀이의 사상으로부터 이론적 근거를 가지고 발전시킨 핀켈의 교육법들은 제목인 “침묵으로 가르치기”의 실전 활용법을 세밀하게 제시한다.

 

 

좋은 교육과 훌륭한 교사란 무엇인가를 재정의하는 1장에서 “침묵으로 가르치기”는 상식적이고 유일한 듯한 “말로 가르치기”의 약점을 상기시키며 출발한다. 이는 반드시 학교 현장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다. 말로 가르치려다(방법론적으로도 다른 접근법에 무지하고, 여력이 없다는 핑계도 있겠지만) 효과는 커녕 감정적 충돌과 언쟁으로 끝나곤 하는 예는 다 꼽을 수도 없는 일상이다. 2장 부터는 그 해결법인 “침묵으로 가르치기”의 사례들이 등장하는데 “책이 말하게 하라”라는 고전적인 제안이 등장한다. “우화”와 “수수께끼‘로 배우는 방법은 솔깃하다. 나아가 질문이 녹아 있는 명작으로 가르치기는 ”카라마조프 형제들“을 비롯한 고전 명작을 보여주는데 대찬성이다. 특히 일리아드에서 끌어낸 질문은 그 자리에 앉아 함께 하고 싶어진다. "결국 명작은 잡다한 질문을 마구잡이로 던지는 것이 아니라, 일관되고 깊이 탐색할 수 있도록 독자를 이끌어준다. 우리는 여러 갈래를 따라 의미를 찾아다니다가 분열되고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집중해서 마침내 온전한 의미를 찾게 된다.(65p)" 바로 고전 명작의 힘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더해 5가지 문학작품을 더 소개해 주는데 기쁜 숙제를 받은 느낌이다.

 

 

3장은 “세미나 수업”으로 학생이 말하게 하는 법을 보여준다. 세미나의 세 가지 유형과 읽은 후 질문하고 토론하며, 주어진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네 가지 연구 모임도 살필 수 있다. 4장의 “교사와 학생이 함께 탐구하라”에서는 문제 중심으로 진행되는 탐구 수업은 관심사와 탐구 주제의 밀착도가 높아 “왜 배워야 하나요?”의 시큰둥한 반응에 효과적인 답이 되어줄 수 있다. 세미나 수업 사례로 든 “소크라테스를 찾아서”의 전반적인 과정은 ‘진정한 지적 공동체(138p)’란 이렇게 가능하겠구나 생각되고 “하지만 소크라테스를 공부한 지금은 남을 설득하는 삶, 다시 말해 설득하는 수사학은 사람의 영혼에 독이 되고, 내 영혼에도 독이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140p)”를 비롯한 학생들의 후기는 이를 증명한다.

 

 

5장의 “친숙한 글쓰기로 말하라”에서는 빨간 펜으로 보고서 체점을 하는 대신 감상편지를 써주는데 이런 감동 앞에 무감각하기도 힘들겠지만 숙고하고 실천하는 저자의 열정과 마음이 존경스럽다. ‘학생들끼리 감상편지 주고받기’에서 이런 편지들을 내가 받는다면, 상상하게 되고 아마도 하루 종일 가슴 뛰지 않을까 싶었다. 글쓰기 모임 운영하기에서 글쓰기의 주의할 점(159p)은 인상깊다. 6장에서는 학습을 일으키는 경험을 설계하는 법으로 탐구 문제 설계와 개념 연구 설계를 보여준다. 둘 다 흥미로운데 “소크라테스를 찾아서”- 아포리아 개념 연구 계획서는 무척이나 좋은 자료이지만 만들어 내기에는 내공(집중력과 고도의 관심, 열정, 실력 등)이 필요하리라는 생각도 든다. 권력과 권위를 구별하는 것이 침묵으로 가르치기의 핵심이 된다(254p)고 설명하는 7장부터 8장의 협력수업에 대한 반응과 효과, 변화 그리고 루소와 듀이로부터 실제 적용하려고 노력했던 요소들을 짚어보는 9장까지도 결국은 “침묵으로 말하기”의 또 다른 실험과 사례, 가능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듀이의 주장에는 말로 가르치는 방법이 인간행동을 변화시키는 데는 효과적이지 않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제 우리는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듀이는 인간이 경험을 성찰하면서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만이 유일한 배움의 길이라고 주장한다.(298p)” “침묵으로 가르치기”는 참된 교육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교육으로 변화되는가, 성장을 위한 접근법은 무엇이 있을까, 측정되고 숫자로 환산되고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치가 아닌 내적으로 충만하게 차오르는 ‘좋은 사람,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자각과 믿음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에 대한 사례들을 차곡차곡 모아서 정성껏 내어주는 책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다루면서도 전체 주제가 무엇인지 지향점을 잃지 않도록 반복해서 요약하고 정리해 주기 때문에 더 온전하게 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었다. 읽는 일과 쓰는 일, 질문하고 토론하고 나누는 일을 가다듬고 교정해 갈 수 있도록 세심하게 길을 안내해준다.

 

 

책 속에서>

                            

-무엇보다도 내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좋은 책은 교사의 설명 없이도 교육적 기능을 발휘한다는 사실이다.(73p)

-학생들은 글쓰기를 ‘종이 위에서 사유하는 방법’으로 이해해야 한다. 글은 사유의 결과를 보고하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사유의 폭을 넓히고 정리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글을 쓸 때는 먼저 ‘진지한 질문을 제기해야’한다. 진심으로 궁금한 질문이면서 글을 시작할 때는 답을 모르는 질문이어야 한다. (중략) 흔히 질문이 아니라 논제를 두고 글을 시작하라고 가르친다. 이는 질문하기도 전에 답을 알아야 한다는 말과 같다. 논제를 명시하고 시작하라는 말은 글을 쓰기 전에 탐구를 마친 상태여야 한다는 뜻이니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막상 진지한 질문을 던지면서 글을 시작하려면 두려움이 앞설 것이다. 글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글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글을 쓰려면 용기가 필요하지만 일단 시작하기만 하면 글을 쓰면서 주제를 탐구할 수 있다. (1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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