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를 잡아라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5
로알드 달 지음, 지혜연 옮김, 퀜틴 블레이크 그림 / 시공주니어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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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의 『마녀를 잡아라(시공주니어/퀸틴 블레이크 그림/1983)』는 아동문학에 자주 출연하는 마녀를 전면에 내세우는 작품으로 제목부터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작가도 작품도 인기가 많아 ‘가장 대담하고, 신나고, 뻔뻔스럽고, 재미있는’ 어린이책을 만든 작가라는 평을 듣는 로알드 달은 독특한 그만의 세계를 구현하고, “찰리와 초콜릿 공장”등 책보다 영화가 먼저 떠오르는 작품들을 비롯해 잊혀지지 않는 장면들을 각인시키킨다. “마녀를 잡아라”도 역시 퀸틴 블레이크와의 작업으로 ‘로알드 달’표 동화에 인장 역할을 한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존 테니얼의 삽화를 만났을 때 가장 완벽하듯이 퀸틴 블레이크의 삽화는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가지며 존재감을 발휘한다.

 

 

“동화책에 나오는 마녀들은 언제나 우스꽝스러운 검은색 모자에 검은 망토를 두르고는 빗자루를 타고 다닌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동화가 아니다. 이것은 진짜 마녀에 관한 실화이다.(9p)” 진짜 마녀에 대한 정보를 진지하게 전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주인공은 부모님과 할머니의 고향인 노르웨이에서 지내며 본격적으로 ‘마녀’, ‘사실에 기초한 마녀의 역사’를 접한다. 여섯 가지 마녀 구별법을 익히고 각오를 다지지만 우연히 마녀들의 정기총회 자리에 숨어있다 발각되어 돌연 생쥐로 변하고 만다.

 

 

변했으면 돌아오는 것이 동화의 규칙 또는 묵언의 약속이라 생각했지만 혼자만의 착각인 듯 종결되는 마무리, 반전이 없다는 반전에 멍한 순간이 잠시 지속되었다. 그리고는 자꾸 왜 그랬을까, 작가는 왜 그랬을까, 숨은 ‘고귀한’ 의도, 내가 여전히 깨우치지 못한 의도는 무엇일까, 대체 어쩌란 말인가 등의 혼잣말을 중얼댔다. “한 가지 여쭤 봐도 돼요, 할머니?”(중략) “생쥐는 얼마나 오래 살까요?”(중략) “아, 그렇지 않아도 네가 언제나 그 이야기를 꺼내나 기다리고 있었단다.(260p)” 두 주인공의 침착하고 의연한 대화를 어른 독자인 내가 전전긍긍 쩔쩔 매며 따라가고 있었다. 인생을 살아가리라는 예상은 여지없이 깨지고 생쥐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 앞에서 우리의 씩씩한 주인공은 박수받을 만하다. “전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요.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는데 자기가 무엇인지, 어떻게 생겼는지가 무슨 문제가 되겠어요.(264p)”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마녀가 데려간 아이들의 이야기는 책 속의 책처럼 몰입된다. 무시무시한 내용을 주저라곤 없이 쿨하게 전하는 할머니는 의아하면서도 유쾌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가장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수용하는 등 지혜로운 면모가 인상깊다. ‘맛있었니?’, ‘더 먹고 싶으냐?(132p)’하며 마녀가 주인공의 친구 브루노 젠킨즈를 유혹하는 부분은 “사자와 마녀와 옷장(C.S.루이스)”의 겨울 마녀가 터키 잴리로 에드먼드를 유인하던 장면을 오마주한 듯 연상되어 즐거웠다. 브루노가 시시각각으로 작아지던 장면(140p)은 아이에서 작은 쥐까지 책의 양 면을 활용해 우하향 대각선으로 그려내 시각적 효과를 만끽할 수 있었다. 빼어난 묘사와 멈추고 생각하게 되는 문장들을 읽으며 또 한 편의 소중한 로알드 달을 간직한다.

 

 

마지막은 “자, 출발!”이라는 희망적 장으로 마무리된다. 할머니와 손자가 개인의 차원을 넘어 구원의 영역을 확대할 때 걸림돌이라고는 없다. 대수롭지 않은 세부사항으로 치부하자 걸림돌은 디딤돌로 변하기 때문이다. 여왕마녀를 소탕함으로 모든 어린이들에게 닥칠 위험의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새롭게 시작할 때 독자의 마음도 두근거린다. 재미와 의미를 맘껏 즐길 수 있는 동화를 영화로 또 그래픽 노블로 다시 볼 수 있다니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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