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봤다 - 개정판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장바구니담기


모든 것이 정지한 듯했다. 들리느니 자신의 숨소리요, 보이느니 자신의 코끝에 솟은 땀방울이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일생처럼 긴 시간이 지났다. 문득 나그네의 코끝에서 땀방울이 떨어졌다. 나그네는 참았던 숨을 내뿜으면서 느닷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아니라구. 난 내 존재보다 더 강력한 사랑에 빠졌던 바보같은 사내라네. 지금 죽음을 찾아 길을 가는게 아닌가. 그러면서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오오, 인생은 계속되는거야. 나그네는 자신의 모순을 즐거워하며 계속 웃어댔다.-77쪽

우리는 평범하고 지루한 인생을 참을 수 없어하고 우리 자신보다 강렬한 존재가 되고 싶어하지만, 그런 의지 또한 인간적이긴하지만, 그 의지가 물질화되어 우리를 영웅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우리가 인간인 한 평범하고 지루한 인생에서 우리는 완전히 벗어 날 수 없다. 초월하려는 것도 인간이고, 결국 세속으로 돌아오고야 마는 것도 인간이다.-9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개정판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구판절판


비밀이란 심술궂어서 자기를 절대 보이기 싫어하는 것만큼이나 누군가에게 공유되어지기를 간청하는 속성이 있다. -19쪽

아줌마들은 자기의 삶을 너무 빨리 결론짓는다. 자갈 투성이 밭에 들어와서도 발길을 돌려 나갈 줄을 모른다. 바로 옆에 기름진 땅이 있을지도 모르는데도 한 번 발을 들여놨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뻐빠지게 그 밭만을 개간한다. -68쪽

자기의 고통을 드러내놓지 않는 삶은 그 고통을 가슴속에 쌓아놓고 있는것이다. 해소되지 못하고 가슴속에 차고차곡 압축 저장된 그 고통은 언젠가는 엄청난 폭발력으로 터져나올 수도 있다. -69쪽

삶은 장난기와 악의로 가득 차 있다.

누구의 삶에서든 기쁨과 슬픔은 거의 같은 양으로 채워지는 것이므로 이처럼 기쁜 일이 있다는 것은 이만큼의 슬픈 일이 있다는 뜻임을 상기하자.삶이란 언제나 양면적이다.-310쪽

우리들이 나라고 생각하는 나는 나라는 존재의 진실에 얼마나 가까운 것일까-322쪽

무엇을 믿고 무엇을 믿지 않는다 말인가.
이 세상 모든것은 다면체로서 언제나 흘러가고 또 변하고 있는데 무엇때문에 사람의 삶속에 불변의 의미가 있다고 믿을 것이며 또 그 믿음을 당면하고도 어이없게 배반당함으로써 스스로 상처를 입을 것인가.

삶도 그런것이다. 어이없고 하찮은 우연이 삶을 이끌어간다. 그러니 그 뜻을 캐내려고 애쓰지마라 삶은 농담인것이다. -36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인의 화
김열규 지음 / 휴머니스트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한국인의 화 <김열규>-휴머니스트


*화병 또는 화증은 1996년에 국제 정신의학계에 가장 한국적인 정신신경장애증상으로 정식 등록되었다. 이제 'Hwabyung'은 국제 언어다. 'Kimchi'만큼 한국색 짙은 글로벌리즘 언어다. -187쪽


*한국인의 심암(心癌), 그것이 화증이다. 화병은 한국인 마음에 기생하는 악성종양이다. -193쪽


*화를 떳떳하고 당차게 낼 수만 있다면, 그 이상 좋은 인격 단련은 흔하지 않을 것이다. 화내어서 되려 자기 정화를 할 수 있을 것이고 먼저 불을 놓은 사람을 응징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개과천선하게도 할 것이다. 이 지경이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을 수가 있을 것이다.

화를 내어서 오히려 인품을 빛낼 수 있다면..... 때론 참지 않아도 좋을 화가 있다. -125쪽


*공자는 안회가 '화를 옮기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칭찬했다. 군자는 궁극적으로 화를 내지 않지만 이는 실천하기 매우 어려운 것이고 그 차선의 길이 자신의 화를 남에게 부리지 않고 자신의 마음 안에서 소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화를 옮기지 않는 것, 그것만으로도 남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군자의 길을 걷는 것이다. -2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 조선의 문장가 이옥과 김려 이야기, 제1회 창비청소년도서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고 1
설흔 지음 / 창비 / 2011년 4월
장바구니담기


아무쪼록 이것을 잘 보시고 삼가고 힘쓰시기 바라오. 스스로의 이름을 팔지 말고, 스스로의 재주를 함부로 자랑하지 말며, 이익을 추구하다가 재앙을 부르지 말고 재물 때문에 죽지 마시오. 스스로 똑똑한 채 망령되이 굴지 말고, 남을 원망하거나 시기하지 마시오. 땅을 잘 가려서 디딜 만 한 곳인지를 알아본 뒤 발을 내디디고, 때에 맞추어 갈 때 가고 올 때 오도록 하시오. -71쪽

-71쪽

그래도 견디리라. 좌절하는 순간 내 인생은 그대로 결딴나고 마는 것이니-7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 이해인 산문집
이해인 지음, 황규백 그림 / 샘터사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음에 드는 사람만 사랑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 마음에 안 들고, 성격도 안 맞고 하는 일마다 못마땅하게 생각되는 어떤 사람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노력을 해서 그것이 사랑으로 변할 수 있다면 참으로 아름다운 승리가 아니겠는가?  나는 이제사 조금 알 것 같다. 때로는 내 맘에 안 드는 사람을 진정으로 환대하고 받아들일  때 서로 막혀있던 통로가 트이고, 조그만 사랑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음을, 그리고 이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음을.     74쪽

 

 

* 작은 기쁨

            

사랑의 먼 길을 가려면

작은 기쁨들과 친해야 하네

아침에 눈을 뜨면 작은 기쁨들을 부르고

밤에 눈을 감으며 작은 기쁨들을 부르고

자꾸만 부르다 보니

작은 기쁨들은

이제  큰 빛이 되어 나의 내면을 밝히고

커다란 강물이 되어 내 혼을 적시네

내 일생 동안 작은 기쁨이 지어 준

비단 옷 차려입고

어디든지 가고 싶어

누구라도 만나고 싶어

고맙다고 말하면서

즐겁다고 말하면서

자꾸만 웃어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