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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영화 한 편>

 

 

봄이 오나 했더니 어느새 더위가 성큼 다가왔다. 여름이 그리운 햇살이 따갑게 내리쬔다. 몇 해 전부터는, 아무리 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추위 보다 낫다 싶은 생각이다. 또, 낮이 길어 늦게까지 바깥이 환하니 더없이 좋다. 이 모든 게 나이 먹어가는 현상이지 싶다.

이제 오십 줄에 접어든 나도 이렇게 나이 듦을 실감하는데, 팔십을 바라보시는 우리 친정엄마는 어떠실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지난 주 정말 모처럼 엄마를 모시고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올 초에 연신내에 어르신을 위한 청춘극장이 생겼다는 정보를 얻어 가게 되었다.

마침 그 곳은 우리가족이 40년이나 살았던 곳이다. 6년 전 어머니는 오랫동안 정들었던 집을 팔고 연신내 주택에서 경기도 광주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가셨다. 말년에는 공기 좋은 곳에서 편하게 살고 싶으시다는 바람 때문이다.

6년 만에 와 보는 그곳은 참 많이 변했지만, 지하철에서 내려 연신내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나의 젊은 날의 추억과 어린 시절의 기억 들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엄마와 나는 지하철역에서 몇 미터 되지도 않는 짧은 길을, "여기는 옷가게가 있던 자린데, 저기는 산부인과가 있던 자린데..." 하면서 걸었다.

드디어 극장에 도착. 영화관에서 흑백영화를 보긴 아마도 처음인 듯싶었다. '오드리 헵번'과 '게리쿠퍼' 주연의 <하오의 연정>이란 영화였다.

엄마는 예전에 영화를 무척 좋아하셨다. 모처럼 극장 나들이에 한껏 좋아하시는 엄마를 보니 더 죄송스럽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친정엄마랑 단 둘이서 영화를 본 것이 처음인 것 같았다.

어렸을 적에는 아버지와 동생들과 모두 함께 '사운드오브 뮤직', '메리 포핀스', '황금박쥐'....같은 영화를 보았었다. 그리고 사춘기때는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다녔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연애한답시고 지금의 남편과 모든 영화를 섭렵했었다. 그러다 보니 엄마를 모시고 영화 한편을 본 적이 없게 되었다. 친정아버지도 별로 살가운 분이 아니시라, 엄마는 몇 십 년을 극장에 한 번 못 가보셨다. <애수>의 로버트 테일러를 무척이나 좋아하시는데....

그러고 보니 참 무심한 딸이었다 싶다.

앞으로 내가 우리 엄마랑 얼마나 많은 영화를 더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니 마음 한 켠이 아려온다.

세상의 모든 딸들이 다 그렇듯이, '엄마'란 말이 입가를 맴돌기만 해도 목이 메이고 가슴이 뭉클해온다.

내가 앞으로 얼마만큼의 시간동안 '엄마'를 불러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또 얼마만큼 엄마와 함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한 많이 함께 하고 싶다.

엄마만 늙으신 게 아니라 나도 이젠 젊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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