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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롤 가비에로의 모험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4
알바로 무티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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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우리는 다른 사람이다. 그러나 다른 이들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우리는 항상 잊어버린다. 이것이 아마도 사람들이 고독이라고 부르는 것이리라. 그게 아니면, 그것은 엄숙하고 장엄한 우둔함이다.-34쪽

트리폴리 근처의 절벽에 우뚝 서 있는 ‘로도스 기사의 성’ 유적에는 익명의 무덤이 있는데, 거기에는 "이곳이 아니었다"라는 비문이 적혀 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나는 그 말에 대해 생각했다. 그 말은 너무나 분명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우리가 참고 견뎌야 하는 모든 미스터리를 포함하고 있다.-35쪽

눈물의 위로도 받지 않은 채 나는 메마른 눈으로, 죽음이 그녀를 영원히 삼켜버리기 전 과거의 모습을 잠시나마 온전하게 간직하려고 마지막 몸부림을 쳤다. 죽음이 죽이는 것은 우리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우리 자신의 목숨이 아니기 때문이다. 죽음이 우리에게서 영원히 가져가는 것은 그들에 대한 기억이다. 흐려지고 희미해지다가 마침내 사라져버리는 모습이며, 바로 그때 우리도 죽기 시작한다.-318~3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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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룟 유다 지만지 고전선집 682
레오니트 안드레예프 지음, 이수경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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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모두들, 동물조차 유다를 속였다. 개를 쓰다듬으면 그의 손가락을 깨물었지만, 막대기로 때리면 유다의 발을 핥고 사랑스럽게 그의 눈을 쳐다봤다. 그래서 유다는 개를 죽여서 파묻었고 큰 돌멩이까지 그 위에 올려놨다. 그런데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유다가 개를 죽였기 때문에 이제 그 개는 더욱 생기를 띠고 구덩이에 누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개들과 함께 기분 좋게 뛰어놀고 있을지.-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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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카레바 단편집 지만지 고전선집 605
빅토리야 토카레바 지음, 김서연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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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젯밤 나는 무지개 꿈을 꾸었다. 꿈에 내가 호수 위에 서 있었다. 호수의 맑은 물에 무지개가 비쳤다. 그래서 나는 위로는 하늘에, 아래로는 호수에 걸린 두 개의 무지개 사이에 서 있게 되었다. 너무나 행복했다. 그건 현실에서는 절대로 맛볼 수 없는 행복감이었다. 그토록 충만한 행복은 오로지 꿈속에서만 느낄 수 있을 터였다. 실제로 나는 항상 뭔가가 꼭 부족했다.-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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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시 지만지 고전선집 650
시시 지음, 김혜준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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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일 땅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 도저히 버틸 수 없으면 어찌 될까요
 그가 물었다.
 내가 대답했다. 이것도 아주 간단한 일이에요. 만일 땅 위에 사람이 많으면 지구를 가득 채우겠죠. 온 지구의 표면 1센티마다 사람이 다 서 있다면 그다음에 오는 사람은 사람의 머리 위로 올라가겠죠. 돌로 만든 성을 쌓듯이 한 층 한 층 쌓여 가다가 맨 마지막에는 지구가 큰 소리를 내지를걸요. 숨을 못 마시겠어. 이 때문에 지구의 흡인력은 힘을 잃어버릴 거고, 맨 바깥의 사람들은 차례로 우주 속으로 떨어져 나갈 거고, 불꽃처럼 멋있을 테죠.
 그가 말했다. 그렇단 말이지요. 다시 말해서 당신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거지요. 내가 대답했다. 물론 전혀 문제가 안 되죠. 불꽃처럼 멋있는 사람들이 다른 별에 떨어지면 화성인, 목성인, 토성인, 태양인이 될 수 있으니까요.-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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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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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이 몹시, 뭐랄까, 유한해지는 거야. 내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 내가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그저 한동안 이것저것 빌려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거지. 무생물의 세계가 나를 비웃어. 나는 금방 사라지지만 그 세계는 계속되거든. 뭐 별로 심오한 얘기는 아니지. 나도 알아, 솔리, 곰돌이 푸우의 개똥철학이라는 거. 그렇지만 그것 때문에 견딜 수가 없어."-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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