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 최고the Best가 아니라, 유일함the Only으로 승부하라!
김정태 지음 / 갤리온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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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교를 다닐 때 목회적 소명에 대해 갈등을 하던 친구가 있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확신이 없으니 당연 공부가 되지 않을 터, 그 친구의 학기 평균은 0.7이었다.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은 ‘왠 사프심이냐?’고 놀리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0.7’의 소유자인 그 친구는 지금 자기 사업을 하며 잘 살고 있다. 그런데 거의 20년이 되어 가는 이 때에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해 감이 오는 모양이다. 신대원 진학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샤프심 학점’이라고 놀려대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때는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었다. 지금 같으면 어림도 없으리라. 모 일간지에서 보니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널리 쓰는 말로 ‘스펙 6종 세트’가 있다고 한다. 학벌, 학점, 토익, 인턴십, 자격증, 봉사활동이 6종 세트의 필수요소이고, 여학생들은 여기에 성형이 추가되어 ‘7종 세트’란다. 여기에 교환학생, 공모전 수상, 방송출연, 출판 등을 새로 추가한 신종 스펙 세트도 속속 나오고 있으니, 한 마디로 요즘 젊은이들은 피곤한 인생을 산다.
그런 세태를 거스르며 저자는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호기로운 구호를 외친다. 우선 제목이 마음에 든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한눈에 들어온다. 이 책의 주장은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방향, 가치, 역량, 그리고 행동이 담겨 있는 스토리를 추구하라는 것이다. 스펙 과잉의 늪에 빠져 시간만 낭비하지 않으려면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최고(the best)가 아니라, 유일함(the only)으로 승부하라. 그래야 매력적인 인생을 살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외침이다.
이렇게 스펙 열풍에 역풍을 가하는 스토리 예찬가 김정태는 누구인가? 그의 이력을 살펴보니, 글쎄… 스펙이 알차다. 고려대에서 한국사를 전공했고, 다른 사람이 들으면 ‘간지’있다 할만한 UN 거버넌스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는 언론 홍보관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삼십 대 중반의 나이에 이미 여러 권의 책도 썼다. 정말 스토리가 스펙을 이기는 걸까? 약간 의구심이 든다.
그러나 저자는 스펙을 쫓아서 만든 인생이 아니라 스토리를 쫓다 보니까 생긴 스펙이라고 말한다. 2006년 대학원 졸업 직전 그의 일기에 쓰여 있던 파편적 단어들은 “재정적 어려움, 인간관계와 진로 방향에 대한 걱정, 비교, 우울, 인턴십 실패” 였다(315). 단어만 들어도 정말 우울하다. 그랬던 그였는데, 지금은 행복해하고 만족해한다. 자신만의 스토리를 찾아 나섰기 때문이란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주장은 결국 저자의 이야기이기에 더욱 울림이 크다.
저자는 에리히 프롬의 통찰력을 빌어와 소유 양식과 존재 양식의 삶을 비교한다. 재산, 지식, 사회적 지위, 권력 등의 소유에 전념하는 ‘소유 양식’의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자기 능력을 능동적으로 발휘하며 삶의 희열을 확신할 수 있는 ‘존재 양식’의 삶을 살 것인가? 에리히 프롬의 말을 김정태의 표현으로 환원하면 스펙을 추구할 것인가 스토리를 추구할 것인가로 이해할 수 있다. 두 가지 삶의 양식에 모두 만족이 있는 것은 사실인데, 시간을 두고 계산을 해보면 스토리를 추구하는 삶의 양식이 결국 승자가 된다. 소득이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이 되면 결국 개인의 성장과 타인과의 살아 있는 관계가 행복감을 더하기 때문이다. 인생의 넓은 무도회장을 온갖 물건들로 가득 채우고 싶지 않다면, 스토리적 삶의 양식을 추구하는 것이 지혜로운 선택이다.
책을 읽으며 ‘균형감’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저자의 주장은 ‘스펙무용론’이기 보다는 ‘스펙 과잉을 조심하라’ 정도로 이해된다. 스펙은 뼈대일 뿐, 그 뼈대 위에 나만의 스토리라는 스타일을 입히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일부러 세워놓은 조형물이 아닌 이상 뼈대 뿐인 몸매에 누가 매력을 느끼겠는가? 적당한 볼륨감과 감각적인 옷맵시를 자랑해야 빛이 나기 마련이다. 그러고 보니 그 동안 주객이 전도되었음을 깨달았다. 스펙이라는 뼈대를 세운 것도 결국은 스토리라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었는데 말이다.
저자는 다른 사람이 뛴다고 덩달아 뛰지 말고 자신의 보폭으로 걸으며, 선택의 두려움을 기꺼이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원금 보장형 인생은 사실 그 무엇도 보장하지 않으며, 아무 것도 잃지 않으려는 소극적인 태도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니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위하여 스토리텔러(story teller)가 되고 더 나아가 스토리두어(story doer)가 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말한다. 나만의 스토리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고 강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마지막 말은 직접 듣는 것이 낫다고 여겨 그대로 옮겨 본다. “성공을 단념하자 내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비교를 멈추자 구별되기 시작했다. 최고를 포기하자 유일의 길로 나아갔다. 상품을 포기하자 작품으로 변해갔다. 욕망을 내려놓자 만족이 찾아왔다. 경쟁을 피하자 공존이 가능했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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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사랑하다
권오승 지음 / 홍성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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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야기를 글로 쓰면 소설 한 권쯤은 될 겁니다.” 자신의 인생 이야기 한 토막을 풀어낼 때, 흔히 들었을 법한 말이다. 누구의 이야기이든, 그 인생이 잘났든 못났든, 그것은 자못 흥미롭다. 한 사람의 인생에 녹아 든 희로애락을 통해 또 다른 나의 인생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즈음은 유명인들만 자서전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이웃집 아저씨 같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도 자서전을 쓰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이야기의 과잉이 아니라 저마다 독특한 의미를 띤다. 평범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는 역설적이게도 세상에서 유일한 것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권오승의 “법으로 사랑하다”는 법학교수인 저자가 예수님을 만나 변화된 자신의 삶에 대한 자서전이다. 사람이 직업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직업이 사람을 만들기도 하지 않는가? 법조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답게 저자는 원칙주의자이며 항상 노력하기를 쉬지 않는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자신에게 철저한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도 높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그것이 정의이고 사랑이라는 신념을 갖고 살았다. 그런 그가 교회 전교인 수련회에서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사랑의 사람으로 변화되어 가는 모습은 주 안에서 “은혜 받음”이 무엇인지, 그것이 얼마나 놀라운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어려운 환경에서 남다른 노력과 열심으로 법학교수가 되고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까지 지낸 저자는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단 한번도 은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자신의 노력에 비해 환경과 여건이 좋지 않아 결과가 시원찮은 적이 많았다고 여겼다. 그런데 간절한 기도 가운데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나고 보니, 은혜 받은 적이 전혀 없다던 과거가 실상은 모든 것이 은혜였다는 새로운 깨달음으로 바뀌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권오승의 변화는 가깝게는 그의 가족으로부터 시작하여 제자들과 지인들, 더 나아가 아시아의 체제전환국을 ‘법’으로 섬기는 일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이사이에 끼워져 있는 가족들의 글과 저자의 간증은 예수로 말미암아 변화된 삶이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감동을 주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아내를 신사임당의 기준으로 맞추려는 아집을 내려놓고 있는 모습 그대로의 아내를 사랑하게 된 남편, 방황하는 아들로 인해 갈등하며 눈물의 기도를 쉬지 않았던 아버지, 제자들을 더욱 깊이 사랑하게 된 교수, 섬기는 리더십으로 직장을 변화시킨 지도자, 하나님의 관점에서 경제를 바라보게 된 법학자, 자신의 은사로 세계인을 섬기려는 비전가, 은혜 받은 한 사람이 얼마나 놀라운 일들을 이룰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되는 대목들이다.
우리는 보통 악인이 극적인 체험으로 변화되어 하나님의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에 감동하고 열광한다. 그러나 건실하며 열심히 사는 평범한 사람이 은혜를 받고 변화될 때 일어나는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다. 평범한 사람의 간증은 자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소박하기까지 하다. 때문에 우리 귀에 크게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극적인 인생보다 일상적인 인생이 세상에는 더 많으며, 그렇게 은혜를 체험하고 변화된 사람이 더 많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보통 사람이 은혜로 말미암아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 ‘변화된 사람’이 되었음을 저자는 삶으로 간증한다.
글을 읽으며 홀로 되신 어머니가 떠올랐다. 저자처럼 다른 사람에게 내세울만한 화려한 이력은 없으나 ‘어머니’라는 위대한 이름을 가진 그분의 이야기 역시 기록되어야 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은혜 받은 평범한 사람의 이웃 사랑 이야기도 기록되어야 할 만큼 독특하며, 그 안에도 하나님의 뜻이 깃들어 있기에 그러하다. 써야 할 책이 한 권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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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기도에 침묵하실 때
제럴드 L. 싯처 지음, 마영례 옮김 / 성서유니온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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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 지금 나에게 기대하시는 것은 무엇일까? 좀더 기다리라는 것일까? 기도를 드리지만 아무런 감흥이 없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내 믿음의 인내는 시험 당하고 있다.” 3년 전 노트에 기록했던 묵상 내용 중 일부이다. 책을 읽으며 3년 전 힘겹게 씨름했던 기도 기간이 생각났다. 아니,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사역의 전환기 속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바라며 기도했던 그 당시에 나는 피가 마르는 것 같은 인내를 겪어야 했다. 그 당시 묵상 노트에 기록했던 내용들은 하루하루 나와의 싸움이었다. 기도를 포기해야 하는가 아니면 더 인내하며 기도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언제까지 기도해야 하는가? 왜 나는 이토록 믿음 없이 갈팡질팡할까?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고통스러워했다. 그때 이 책을 만났더라면 좀더 좋았을 것을……  


제럴드 싯처는 그의 책 『하나님이 기도에 침묵하실 때』를 통해 하나님의 침묵 앞에서 고통 하는 기도자의 영적 순례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종교, 철학 교수로 사역하는 그이지만, 저자는 신학자의 메마른 기도 담론이나 부흥사의 기도 응답 5단계 식의 기도론을 거부한다. 대신 고통스럽지만 진실한 광야 기도의 길로 인도한다. 그의 말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는 이 책의 주제가 단지 흥미롭거나 저자의 탁월한 이야기 솜씨 때문만은 아니다. 침묵하시는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전 실존이 저울질 당하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겪으며 본인 스스로가 찾고자 원했던 그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 닥친 교통 사고로 그의 아내, 어머니, 그리고 막내 딸을 잃었으니 왜 그렇지 않겠는가? 생각만 해도 끔찍스럽다. 모진 고통 속에 담금질 당한 그가 깊은 고민을 통과하여 내놓은 대답들은 그래서 신뢰가 간다. 또 얄궂게도 위로가 된다.  


이 책에는 기도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던져보았을 법한 좋은 질문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속 시원하다. “우리의 모든 기도가 다 응답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108), 우리의 기도가 응답되려면 완벽한 믿음이 있어야 하는가? (154), 우리 기도에 응답해 주시도록 하나님을 밀어붙이는 일을 그만 두어야 할 때는 언제인가? (168)” 이런 식이다. 제자는 좋은 질문 없이는 만들어지는 법이 없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교실을 개방했던 공자도 “배우려는 자가 조급해하지 않으면 알려주지 않고, 표현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가르치지 않는다. 한 모서리를 들어주되 나머지 세 모서리를 알아채지 못하면 다시 반복하지 않는다”(논어)는 원칙을 갖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제럴드 싯처는 응답되지 않는 기도라는 주제에 대한 철저한 제자도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게다가 이 책은 기도에 대한 균형감도 갖고 있다. 고통의 동굴을 통과하는 사람은 균형감각을 잃기 십상이다. 그래서 고통을 이겨냈을지라도 남겨진 흉한 상처는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저자는 ‘하나님이 기도에 응답하지 않으실 때’라는 기도의 한 부분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퍼즐의 한 조각만을 논하지 않고, 전체 그림 속에서 ‘응답되지 않는 기도’라는 퍼즐 조각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우리가 놓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기도는 단지 필요한 것을 구하는 것을 넘어서 더 큰 장으로 우리를 부른다는 것(8장), 그래서 결국 기도는 우리를 바꾸어 갈수 밖에 없다는 것(9장), 그리고 더 넓은 관점으로 기도 응답이란 탐험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10장). 역사와 성경을 아우르는 저자의 신학적 통찰은 그래서 자칫 신파가 될 수도 있는 책의 주제를 치우치지 않는 시각으로 이끌어간다.  


이 책이 갖는 최고의 장점은 기도할 수 있게 하는 “용기”이다. 하나님께서 비록 우리가 원하는 때에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응답하시지 않는다 해도 ‘끈덕진 기도’는 결국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다듬어 갈 것이며, 진정 우리가 원해야 할 것을 이루도록 이끌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이 모든 것을 아시기에 다만 신뢰하며 기도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더군다나 응답되지 않는 기도는 더 이상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믿음의 선배들이 그러했고, 오늘 우리 모두가 그러하다.  

책을 빠져 나와 바라본 현실은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러나 ‘응답되지 않은 기도’에 대해 더욱 끈덕지게 기도해야 할 탄약과 동지를 얻었다. 저자의 말처럼 결국 기도는 응답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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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짜인가, 가짜인가! 규장 A. W. 토저 마이티 시리즈 2
A. W. 토저 지음, 이용복 옮김 / 규장(규장문화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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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은 무서운 것이다. 설명하자면 긴 개인적인 이유로 인하여, 토저는 가까이 두고 읽어야 할 작가들의 목록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현대 복음주의 교회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책’이라는 『 크리스처니티 투데이 』의 화려한 칭송과 무수히 많은 광고 포스터를 보면서도 꿋꿋이 읽지 않았다. 덕분에 내 책꽂이에는 이번에 구입한 『 나는 진짜인가, 가짜인가? 』(이하 ‘진짜, 가짜’)를 포함해서 토저의 책은 달랑 두 권이다. 그나마 있던 한 권도 누가 선물해주어서 고이 모셔두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번에 ‘진짜, 가짜’를 읽으면서 선입견 때문에 하마터면 좋은 저자를 잃어버릴 뻔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러한 깨달음이 그 동안 선입견 때문에 잃고 지나갔을 좋은 사람들이 내 인생에서 얼마나 많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번지면서, 늦게나마 좋은 저자를 한 명 더 찾았다는 생각에 조금 위로가 되었다.  


저자의 메시지는 힘이 넘친다. 단문으로 구성된 쉬운 문체로 본질을 파고들뿐만 아니라 익숙한 성경의 예는 매우 적절하게 저자의 논지를 강화한다. 예를 들어 사단이 아기 모세를 죽이려 한 사건을 새신자의 성장을 방해하는 사단의 획책으로 비유하거나, 요나와 사도 바울이 만났던 폭풍을 비교하면서 십자가의 고통과 징계를 당함으로 겪는 고통이 고통이란 점에서는 동일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식이다. 저자의 이러한 탁월한 비유는 말씀에 대한 오랜 묵상에서 비롯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인스턴트 기독교에 대해 저자는 매우 강력한 어조로 비판한다. 이들은 결신자를 만들겠다는 열의에 사로잡혀서 세일즈맨들이 사용하는 기법을 사용하는 죄를 범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사람들에게 ‘그리스도를 영접하면 만사형통한다’는 생각을 심어줌으로 진정한 회개 없는 가짜 그리스도인을 양성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것은 사람들을 속이는 것이며 결국 사상자만을 양성한다고 개탄한다. 마치 대차대조표를 만드는 것처럼 진짜와 가짜를 대비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신앙의 결단 앞에 서도록 만드는 저자의 능력이 돋보인다.  


저자는 자신을 ‘복음주의적 신비주의자’로 여겼다고 한다. 그러나 신비주의자가 의미하는 바, 영적 신비에 경도된 신앙인의 모습이 저자의 책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는 매우 뛰어난 균형감각으로 진짜 그리스도인이 갖추고 추구해야 할 신앙의 태도를 조목조목 지적해준다. 오히려 자신에게 신비주의적 요소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지, 이성과 지식 그리고 교리의 중요성을 여러 장을 할애하여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하나님을 깊이 추구하길 원했던 저자의 바램은 책 곳곳에서 읽히며 그런 자리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특별히 ‘감정의 성화’라는 새로운 깨달음은 이 책을 통해 얻은 최고의 가치였다.  


워렌 위어스비는 저자의 대표작으로 ‘하나님을 추구함’(The Pursuit of God), ‘성령충만한 진짜 크리스천’(The Divine Conquest), 그리고 ‘하나님을 바로 알자’(The Knowledge of the Holy)를 꼽는다. 이 세 권의 책을 읽어 보면, “하나님, 그리스도, 성령님, 교회에 대한 저자의 본질적인 생각과 오늘날 세상을 향한 그리스도인들의 채무”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불행히도 저자의 대표작을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다. 한 권씩 읽고 음미하는 가운데, 주님을 더욱 깊이 만나길 소원했던 저자의 바램이 고스란히 나의 것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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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카메론 지음, 임지호 옮김 / 경당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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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화두 중 하나는 당연 ‘창조성’이다. 심지어 구태의연의 대명사라고 말하는 공무원조차 ‘창조성’을 부르짖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자기만의 색깔을 나타내며 창조적으로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의 바램일 것이다. 다만 ‘어떻게’라는 부분에서 제자리 걸음만 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 안의 창조성을 깨우는 12주간의 여행’이라는 이 책의 부제는 호기심을 매우 자극한다. 그리고 저자는 여성적인 섬세함으로 그 길을 친절히 안내한다.  

창조성은 이미 모든 사람 안에 존재한다고 이 책은 전제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들은 “위대한 창조주가 내려주신 각자의 고유한 창조성을 발견하고 되살리는 지극히 단순한 과정”에 불과할 뿐이란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창조성을 발현하는 세 가지 요소로 일련의 상징적 규칙과 절차로 이루어진 ‘영역,’ 그 영역으로 가는 길목에서 문지기 역할을 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활동 ‘현장,’ 그리고 창조성을 발휘하는 ‘개인’을 꼽았다. 그렇다면 『 아티스트 웨이 』는 창조성을 발휘하는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고 구체적인 노하우를 제시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매우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마치 조엘 오스틴의 『 긍정의 힘 』을 예술가의 창조성 개발에 적용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 창조적으로 살지 못한 이유들을 대부분 ‘게으름’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 그것도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게을러서 창조적으로 살지 못한 것이 아니라 “첫걸음을 어떻게 떼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란다. 그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두려움”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녀의 이런 배려는 그 동안 창조적인 작업을 진작시키지 못했던 많은 “그림자 아티스트들”에게 얼마나 힘이 될까?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감을 북돋게 하는 것은 이 책 최고의 미덕이다.  

또한 이 책이 제시하는 방법은 결코 어렵지 않다. 매일 아침 3장 분량의 모닝 페이지를 쓰라. 그리고 정기적으로 아티스트 데이트를 실행하라. 이것이 전부이다. 이것이 왜 좋은 방법인지에 대해 저자는 깊은 설명은 하지 않는다. 다만 경험에서 우러나온 그녀만의 노하우를 소개하고 그 동안 이 방법을 통해 덕을 봤던 사례들을 여기 저기에서 제시한다. 내면의 창조적인 마음이 발현되도록 아티스트 데이트를 실천하라는 저자의 말은 일면 수긍이 된다. 그런 제안을 한 사람은 이전에도 여럿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CEO였던 빌 게이츠는 1년에 두 번, 일주일간 독립된 공간에서 ‘생각주간’을 갖는다고 한다. 칼럼이스트 정진홍은 흥미와 호기심을 배양하는 방법으로 ‘크레이징 데이(crazing day)’를 만들라고 말한다. 뭔가에 미치고 열정을 분출하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모든 내용들은 저자가 주장하는 ‘아티스트 데이트’와 유사하다.  

그러나 매일 아침 논리성이나 주제에 제한 받지 않는 모닝 페이지를 쓰라는 방법은 ‘정말 그럴까’라는 생각을 내내 하게 만들었다. 고든 맥도날드는 일기 쓰기를 통해 자신이 결코 대면해보지 못한 내면의 속사람을 마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모닝 페이지는 논리적 사고가 창조성을 방해하기에 그것을 배제하고 자유롭게 쓰라고 말할 뿐이다. 논리성이 창조성을 저해하기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저자는 이론보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책이 제시하는 방법이 정말 효과를 나타낼지에 대한 평가는 꾸준히 실천해 본 뒤로 미뤄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창조적인 아티스트의 삶에서 재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용기”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두려움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일단 시작하겠다고 결심하고 걸음마”를 떼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창조적인 예술가의 길은 용기 있는 실천가의 몫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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