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사랑하다
권오승 지음 / 홍성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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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야기를 글로 쓰면 소설 한 권쯤은 될 겁니다.” 자신의 인생 이야기 한 토막을 풀어낼 때, 흔히 들었을 법한 말이다. 누구의 이야기이든, 그 인생이 잘났든 못났든, 그것은 자못 흥미롭다. 한 사람의 인생에 녹아 든 희로애락을 통해 또 다른 나의 인생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즈음은 유명인들만 자서전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이웃집 아저씨 같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도 자서전을 쓰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이야기의 과잉이 아니라 저마다 독특한 의미를 띤다. 평범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는 역설적이게도 세상에서 유일한 것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권오승의 “법으로 사랑하다”는 법학교수인 저자가 예수님을 만나 변화된 자신의 삶에 대한 자서전이다. 사람이 직업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직업이 사람을 만들기도 하지 않는가? 법조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답게 저자는 원칙주의자이며 항상 노력하기를 쉬지 않는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자신에게 철저한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도 높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그것이 정의이고 사랑이라는 신념을 갖고 살았다. 그런 그가 교회 전교인 수련회에서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사랑의 사람으로 변화되어 가는 모습은 주 안에서 “은혜 받음”이 무엇인지, 그것이 얼마나 놀라운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어려운 환경에서 남다른 노력과 열심으로 법학교수가 되고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까지 지낸 저자는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단 한번도 은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자신의 노력에 비해 환경과 여건이 좋지 않아 결과가 시원찮은 적이 많았다고 여겼다. 그런데 간절한 기도 가운데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나고 보니, 은혜 받은 적이 전혀 없다던 과거가 실상은 모든 것이 은혜였다는 새로운 깨달음으로 바뀌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권오승의 변화는 가깝게는 그의 가족으로부터 시작하여 제자들과 지인들, 더 나아가 아시아의 체제전환국을 ‘법’으로 섬기는 일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이사이에 끼워져 있는 가족들의 글과 저자의 간증은 예수로 말미암아 변화된 삶이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감동을 주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아내를 신사임당의 기준으로 맞추려는 아집을 내려놓고 있는 모습 그대로의 아내를 사랑하게 된 남편, 방황하는 아들로 인해 갈등하며 눈물의 기도를 쉬지 않았던 아버지, 제자들을 더욱 깊이 사랑하게 된 교수, 섬기는 리더십으로 직장을 변화시킨 지도자, 하나님의 관점에서 경제를 바라보게 된 법학자, 자신의 은사로 세계인을 섬기려는 비전가, 은혜 받은 한 사람이 얼마나 놀라운 일들을 이룰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되는 대목들이다.
우리는 보통 악인이 극적인 체험으로 변화되어 하나님의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에 감동하고 열광한다. 그러나 건실하며 열심히 사는 평범한 사람이 은혜를 받고 변화될 때 일어나는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다. 평범한 사람의 간증은 자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소박하기까지 하다. 때문에 우리 귀에 크게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극적인 인생보다 일상적인 인생이 세상에는 더 많으며, 그렇게 은혜를 체험하고 변화된 사람이 더 많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보통 사람이 은혜로 말미암아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된 것이 아니라 ‘변화된 사람’이 되었음을 저자는 삶으로 간증한다.
글을 읽으며 홀로 되신 어머니가 떠올랐다. 저자처럼 다른 사람에게 내세울만한 화려한 이력은 없으나 ‘어머니’라는 위대한 이름을 가진 그분의 이야기 역시 기록되어야 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은혜 받은 평범한 사람의 이웃 사랑 이야기도 기록되어야 할 만큼 독특하며, 그 안에도 하나님의 뜻이 깃들어 있기에 그러하다. 써야 할 책이 한 권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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