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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카메론 지음, 임지호 옮김 / 경당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21세기의 화두 중 하나는 당연 ‘창조성’이다. 심지어 구태의연의 대명사라고 말하는 공무원조차 ‘창조성’을 부르짖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자기만의 색깔을 나타내며 창조적으로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의 바램일 것이다. 다만 ‘어떻게’라는 부분에서 제자리 걸음만 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 안의 창조성을 깨우는 12주간의 여행’이라는 이 책의 부제는 호기심을 매우 자극한다. 그리고 저자는 여성적인 섬세함으로 그 길을 친절히 안내한다.
창조성은 이미 모든 사람 안에 존재한다고 이 책은 전제한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들은 “위대한 창조주가 내려주신 각자의 고유한 창조성을 발견하고 되살리는 지극히 단순한 과정”에 불과할 뿐이란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창조성을 발현하는 세 가지 요소로 일련의 상징적 규칙과 절차로 이루어진 ‘영역,’ 그 영역으로 가는 길목에서 문지기 역할을 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활동 ‘현장,’ 그리고 창조성을 발휘하는 ‘개인’을 꼽았다. 그렇다면 『 아티스트 웨이 』는 창조성을 발휘하는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고 구체적인 노하우를 제시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매우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마치 조엘 오스틴의 『 긍정의 힘 』을 예술가의 창조성 개발에 적용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 창조적으로 살지 못한 이유들을 대부분 ‘게으름’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 그것도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게을러서 창조적으로 살지 못한 것이 아니라 “첫걸음을 어떻게 떼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란다. 그것은 게으름이 아니라 “두려움”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녀의 이런 배려는 그 동안 창조적인 작업을 진작시키지 못했던 많은 “그림자 아티스트들”에게 얼마나 힘이 될까?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감을 북돋게 하는 것은 이 책 최고의 미덕이다.
또한 이 책이 제시하는 방법은 결코 어렵지 않다. 매일 아침 3장 분량의 모닝 페이지를 쓰라. 그리고 정기적으로 아티스트 데이트를 실행하라. 이것이 전부이다. 이것이 왜 좋은 방법인지에 대해 저자는 깊은 설명은 하지 않는다. 다만 경험에서 우러나온 그녀만의 노하우를 소개하고 그 동안 이 방법을 통해 덕을 봤던 사례들을 여기 저기에서 제시한다. 내면의 창조적인 마음이 발현되도록 아티스트 데이트를 실천하라는 저자의 말은 일면 수긍이 된다. 그런 제안을 한 사람은 이전에도 여럿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CEO였던 빌 게이츠는 1년에 두 번, 일주일간 독립된 공간에서 ‘생각주간’을 갖는다고 한다. 칼럼이스트 정진홍은 흥미와 호기심을 배양하는 방법으로 ‘크레이징 데이(crazing day)’를 만들라고 말한다. 뭔가에 미치고 열정을 분출하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모든 내용들은 저자가 주장하는 ‘아티스트 데이트’와 유사하다.
그러나 매일 아침 논리성이나 주제에 제한 받지 않는 모닝 페이지를 쓰라는 방법은 ‘정말 그럴까’라는 생각을 내내 하게 만들었다. 고든 맥도날드는 일기 쓰기를 통해 자신이 결코 대면해보지 못한 내면의 속사람을 마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모닝 페이지는 논리적 사고가 창조성을 방해하기에 그것을 배제하고 자유롭게 쓰라고 말할 뿐이다. 논리성이 창조성을 저해하기만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저자는 이론보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책이 제시하는 방법이 정말 효과를 나타낼지에 대한 평가는 꾸준히 실천해 본 뒤로 미뤄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창조적인 아티스트의 삶에서 재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용기”라는 말이다. 그러므로 두려움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일단 시작하겠다고 결심하고 걸음마”를 떼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창조적인 예술가의 길은 용기 있는 실천가의 몫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