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뒤에서
사라 델 주디체 지음, 박재연 옮김 / 바람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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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뒤에서
#사라델주디체
#바람의아이들

나라를 자알 다스리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유식한 척하는 어른들의 그릇된 욕심과 아집이 전쟁을 초래한다. 그로 말미암아 희생되는 것은 전쟁 이후의 모든 것이다. 군인, 물자, 자원, 자연, 민간인, 그 중 수많은 여자들 그리고 어린이...

#커튼뒤에서 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에 살던 유대인들의 삶을 어린 당사자 시점으로 보여준다. 당사자인 주인공은 8살(만 나이)의 여자아이다. 5년 남짓한 시간의 흐름 속에 작가는 사방에서 범위를 좁혀오다 마침내 불덩이가 되어 솟구치는 전쟁을 그려냈다.

저자는 당시 팽배했던 유대인과 비유대인의 갈등, 그 안에 싹트던 여성 권리에 대한 요구라는 사회 정치적 배경을 펼쳐 놓았다. 그 안에 주인공이 겪는 엄마의 죽음, 아빠의 외도와 재혼, 새로운 가정이라는 개인적인 상처와 사건을 그려 넣었다. 우리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과 삶이 언제나 사회 그리고 정치와 함께 흘러가고 있음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배경은 본격적인 나치의 유대인 차별, 마침내 일어나는 전쟁의 발발, 극에 달하는 유대인 학살에 이른다. 그 안에서 주인공과 동생의 삶은 평범과 점차 멀어진다...

작품의 시작점의 커튼 뒤는 쪽쪽이를 문 아기의 까꿍놀이에서 우당탕탕 어린이들의 숨바꼭질, 어른들의 비밀을 감추기에 최적화된 일상의 공간이다.

그러나 서사 말미의 커튼 뒤는 고작 13살인 주인공과 그 보다 어린 동생에게 죽음과 삶이라는 시간을 가르는 위태롭고 거대한 경계의 공간이 된다.(경찰에게 피해 커튼 뒤에 숨어 죽음과 엄마와 가족을 생각하는 두 자매가 극도로 긴장한 모습을 보며 11살 첫째가 이 장면이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들키면 술래였던 놀이가 들키면 죽음의 수용소로 끌려가야하는 숨바꼭질이라면...그 어떤 누가 동참하고 싶어할까?
주인공과 동생은 그 놀이를 원한 적이 없었다.

지구상 어딘가에는 지금도 전쟁이 진행 중이다.
들키면 죽는 숨바꼭질을 강요하는 누군가가 있다.
그저 과거 그들의 일이었고 안타깝고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되는 역사적 지식으로 끝나지 않기를.
이렇게 편안하게 훌륭한 그래픽노블을 보고 감동해 피드를 올리는 시간이 무관심한 방관자로 전락하지 않기를.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라도 있다면 동참하고, 사회적 편견과 갈등, 정치적 이슈와 흐름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는 태도를 생각한다.

어린이가 즐겁게 놀고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라면 어떤 부류의 어른들이라도 조금 더 자주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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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젤리의 유통 기한 티쇼츠 1
박서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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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젤리/엘리/프롬테리/장태희/..이수희
라임을 맞춘 듯한 #퍼플젤리의유통기한 의 주요 인물의 이름이다. 주요 내포독자인 청소년을 겨냥한 저자의 치밀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생각해보면 누군가 혹은 무엇에 대한 덕질, 덕후, 성덕은 인간이 가진 보편성이 아닐까 싶다. 중년과 노년층을 중심으로 탄탄한 팬덤을 세운 트로트, 주부들 사이에 꼬꼬무(꼬리에 꼬리를 무는, 핫한 드라마 끝나면 또 나타나는 뉴-핫) 드라마 덕질, 유소년들의 아이돌 그룹까지... 쳇바퀴같은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소중한 그 무엇, 저마다의 취향은 달라도 결국 개인은 그로 인해 조금 더 싱싱한 삶을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무덤덤한 모범생인 반장 다인이는 여성 아이돌 그룹 퍼플젤리와 특히 멤버 엘리를 조용히 덕질해왔다. 다인이가 학교에 결석 중인 부잣집 안하무인 태희에게 관심을 갖게된 이유는 바로 같은 대상에 대한 덕질 때문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사랑하고 사랑받는 상상을 하기도, 너무 좋아서 닮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 대상이 영원히 깨지지 않는 존재로 남길 바란다. 너무나 다른 둘이 서로에게 특별한 의미와 관계가 되는 그 시작점에 그런 마음이 있고, 퍼플젤리가 있다.

눈길을 사로잡는 공들인 표지와 삽화, 강한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소재와 짧지만 임팩트있는 이야기는 #티쇼츠 라는 프레임에 아주 잘 어울린다. 흥미로운 영상을 보듯, 글로도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형태의 청소년문학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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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시선 (반양장) -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2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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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시선 은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무게를 가졌다. 이런 작품은 인생과 정체성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청소년들에게 사회와 현실의 문제를 고민해볼 수 있는 귀한 계기가 된다.(물론 어른에게도! 어쩌면 어른에게 더욱!!)

현대사회에사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과거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나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과 타인이 시선은 얼마의 차이가 있다. 때때로 그 격차를 좁히기 어려워지면 삶이 종종 휘청인다.
그럴 때, 중심을 잡아주는 단단함은 다름아닌 '세상에 하나뿐인 우주' 바로 '나'이다.

염세주의자 혹은 성악설을 신봉하는 듯 차갑고 날선 주인공 율이는 비정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사회 부적응자, 시한폭탄 이라는 단어로 나열되는 인물이다.
이도해는 학교에서 정신병자라며 왕따를 당한다.
돈, 성적, 운동 모두 우수한 서진욱의 실상은 포장만 화려할 뿐이다.
주인공 서율은 두 인물과 관계를 맺으며 아빠의 죽음이후 외면했던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고 내면의 벽을 깨며 삶을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되찾는다.

무관심, 방관, 외면
존중과 공감

비난과 힐난
인정과 격려

자신의 내면과 감정에 대한 직시
타인의 언행과 태도를 예민하게 감지하는 눈치

우리는 '시선'에 있어 피해자이자 가해자이기도 하다.
이 모순을 부정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다.
그 안에 진심을 담으려 노력하고, 진짜(실체)를 보려고 애쓰는 것이, 모두의 삶이 펼쳐지고 교차하는 이 드넓은 우주에 아름다운 별천지를 수놓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 않을까?

"의미는 타인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슬퍼하기 보다 나아가기를 선택했다. 그러니까 나는 북극성이 되기로 했다. 북극성은 길잡이별. 비록 가장 밝고 큰 별이 아니어도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별이니까. "
P.209

"인간은 나약하다. 너무 쉽게 부서지고 무너진다.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고 자신을 숨기며 끊임없이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그렇게 부서지고 무너지면서 강인해진다. 모순적이었다.
모순적이기에 인간은, 삶은 매력적인 것이었다."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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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저택
김지안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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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아지는 따뜻한 색감, 몽글몽글 사랑스러운 그림, 따뜻한 이야기와 감동은 #김지안 작가의 특징이다. 신작 #장미저택 은 저자가 얼마나 자연과 어린이를 섬세하게 관찰하고 정성스럽게 표현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춤이다.

다양한 장미의 종류와 크기, 색깔, 향기 그리고 뾰족한 가시와 강인한 생명력을 의인화된 주요 등장 인물과 그 캐릭터, 배경과 놓치기 쉬운 디테일에 녹여냈다.

한 번 보고 이야기를, 다시 보며 장면을, 또 다시 보며 그림을, 그리고 천천히 책장을 넘기며 작가가 숨겨놓은 보물을 발견해내는 듯한 즐거움에 빠진다.

베일에 쌓인 장미저택 주인의 모습에서 처음의 감동을 잊은 채 목표에 매몰되어 성급히 완벽을 쫓는 사람들이 보인다. 어린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어른이라면 뜨끔할지도...

돕기, 잘 몰라도 시도하기, 뜬금포 섬세한 선물 건내기, 즐거움 찾기, 작은 역할도 큰 역할처럼 참여하기, 잘 웃기, 위로하기, 표현하기... 주인공으로 낙점된 다섯마리의 밭멧쥐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뾰족하게 가시가 돋힌, 한겨울 내리는 함박눈처럼 차가운, 메말라버린 장미같은, 꼭닫힌 대문같은 마음을 찰칵! 하고 여는 것은 다름 아닌 멧밭쥐들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 작고 소소한 행동이다.

어린이와 어른의 모습이 대체로 그러하듯...
겨우내 황량했던 들판이 따뜻한 봄이 지나며 싱그럽고 다채로운 꽃으로 가득차듯...

가을에서 겨울을 지나 봄을 건너 장미로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끝냈다. 작렬하는 태양, 무더운 여름에 우리는 김지안 작가의 시원한 작품을 다시 만날 듯 싶다. 그땐 초록초록한 주인공들을 만나게 될것만 같은 느낌이다. 벌써부터 두근두근!

아이들과 세번 네번...꼭 여러번 읽어보기!
두 딸은 어떤 보물을 찾아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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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복어 문학동네 청소년 70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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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현기계공고 하이텍기계과 2학년 복어 김두현, 기린 준수, (사냥하는 암사자: 내가 그리는 인물의 캐릭터)이재경의 서사는 잘 다듬어진 날것의 냄새가 난다.

이들은 아빠의 외도와 엄마의 자살, 오빠의 산업재해, 소년 가장이라는 보기만해도 한숨이 나오는 환경에 처해있다. 그러나 굳건함과 성실함, 애정과 관심을 쏟는 몇몇의 좋은 어른들, 어려움을 함께 하는 든든한 친구들이 있어 희망을 놓지 않을 수 있다.

이 작품으로 그간 만났던 #문경민 작가의 전작을 다시 읽고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다.

P.157
"기자님, 얘기해 주세요. 얘는 당사자예요. 기자님이 7년 준에 쓴 기사(주식으로 재산 날린 비정한 불륜 남편...홧김에 아내는 청산가리), 얘 맘속에서 평생이에요. 학교에서 두현이 별명이 청산가리예요. 얼마 전에 그 별명 때문에 애들이랑 싸움 붙어서 사회봉사 조치도 받았고요."

**모두가 다른 삶의 굴곡을 살아가는, 바로 이 사회를 만들어가는 어른의 태도와 의식을 돌아보게 된다. 비단 작중 기자뿐일까? 손에 쥔 화면 속 세상을 전부인양 생각하는 나는 과연 기자를 비난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

P.129-130
"그 사람이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다는 거랑 이 세상이 생각보다 훨씬 후지다는 거."(꼭 기억할거야)
"도무지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어서 가만 놔둘 수가 없어. 돈이 최고인 세상은 너무 별로 아니냐?"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건 시간이고 정말 중요한 건 그 시간 동안 어떻게 살았느냐니까, 잘 살 기회가 훨씬 더 많은 내가 이미 이긴 거지."
"두고 봐. 내가 언젠가 이 세상 제대로 손 한번 봐줄 테니까."

**주요 등장인물 재경의 호기로운 저 다짐이 세상에서 나를 세워가는 많은 청소년들에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현실에 잠식된 어른들의 마음을 흔드는 외침이 되기를, 재경과 두현과 준수가 꼭 이 세상을 제대로 손 봐주면 좋겠다.

P.175
"복어 독의 독성은 청산가리의 천 배에 달한다. 복어 독에 중독되면 숨을 쉬지 못하게 되고 결국 질식해서 죽는다. 복어 독은 해독제가 없다.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숨을 쉴 수 있게 해 주는 응급조치를 받으면서 몸 안에서 복어 독이 사라질 때까지 버텨야 한다."

**더 독해져라, 세상의 복어들아! 그리고 지금의 이 허접한 세상을 물어뜯어 혼쭐을 내주라!

P.185-187
"운명이 있다고 믿지는 않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조건은 존재했다. 조건이 매여 살고 싶지 않았다. 조건이 자격은 아닐 것이다. 잘 살아갈 조건, 행복할 조건 같은 말에는 고개가 끄덕여졌지만 잘 살 자격, 행복할 자격 같은 말에는 '뭐라는 거야?'하며 눈을 치뜰 것이다.
...
무엇을 하든 기대하는 것이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일터에서 기분 좋은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두어 명은 있었으면 했다. 억지로 근무시간을 채우기 보다는 내 몫을 확실히 할 수 있으면 했다. 이것이 나의 욕심 이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건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 사란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 그리고 하나 더 더하자면 세상을 밝히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
한번 깨졌던 내 영혼은 정밀하게 깎아 낸 금형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말끔했다. 마음의 표면에 신선하고 뜨거운 기운이 감돌았다. 일렁이는 이 마음에 무슨 이름을 붙일까 생각하는데, 불현듯 '투지'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나는 쇠도 깎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 "나는 쇠도 깎을 수 있는 사람이다!" 철벽같은 옹성의 이 시대에 금이 갈 수 있도록 이 의지를 응원하고 싶다. 저마다의 기대를 만나며 사는 삶을 살 수 있기를 기도한다.

**더 많은 독자들이 '쇠'를 깎아버리는 사람이 되기를...보잘 것 없는 나의 '투지'를 더 뜨겁고 더 날카롭게 벼려 더해주고 싶다. 청소년문학은 바로 이런 맛인 것 같다. 펄떡이는 가슴과 매서운 눈으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삐뚤어진 세상을 향해 악다구니를 쓰는 그런 용기를 다시금 되찾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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