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복어 문학동네 청소년 70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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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현기계공고 하이텍기계과 2학년 복어 김두현, 기린 준수, (사냥하는 암사자: 내가 그리는 인물의 캐릭터)이재경의 서사는 잘 다듬어진 날것의 냄새가 난다.

이들은 아빠의 외도와 엄마의 자살, 오빠의 산업재해, 소년 가장이라는 보기만해도 한숨이 나오는 환경에 처해있다. 그러나 굳건함과 성실함, 애정과 관심을 쏟는 몇몇의 좋은 어른들, 어려움을 함께 하는 든든한 친구들이 있어 희망을 놓지 않을 수 있다.

이 작품으로 그간 만났던 #문경민 작가의 전작을 다시 읽고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다.

P.157
"기자님, 얘기해 주세요. 얘는 당사자예요. 기자님이 7년 준에 쓴 기사(주식으로 재산 날린 비정한 불륜 남편...홧김에 아내는 청산가리), 얘 맘속에서 평생이에요. 학교에서 두현이 별명이 청산가리예요. 얼마 전에 그 별명 때문에 애들이랑 싸움 붙어서 사회봉사 조치도 받았고요."

**모두가 다른 삶의 굴곡을 살아가는, 바로 이 사회를 만들어가는 어른의 태도와 의식을 돌아보게 된다. 비단 작중 기자뿐일까? 손에 쥔 화면 속 세상을 전부인양 생각하는 나는 과연 기자를 비난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

P.129-130
"그 사람이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다는 거랑 이 세상이 생각보다 훨씬 후지다는 거."(꼭 기억할거야)
"도무지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어서 가만 놔둘 수가 없어. 돈이 최고인 세상은 너무 별로 아니냐?"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건 시간이고 정말 중요한 건 그 시간 동안 어떻게 살았느냐니까, 잘 살 기회가 훨씬 더 많은 내가 이미 이긴 거지."
"두고 봐. 내가 언젠가 이 세상 제대로 손 한번 봐줄 테니까."

**주요 등장인물 재경의 호기로운 저 다짐이 세상에서 나를 세워가는 많은 청소년들에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현실에 잠식된 어른들의 마음을 흔드는 외침이 되기를, 재경과 두현과 준수가 꼭 이 세상을 제대로 손 봐주면 좋겠다.

P.175
"복어 독의 독성은 청산가리의 천 배에 달한다. 복어 독에 중독되면 숨을 쉬지 못하게 되고 결국 질식해서 죽는다. 복어 독은 해독제가 없다.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숨을 쉴 수 있게 해 주는 응급조치를 받으면서 몸 안에서 복어 독이 사라질 때까지 버텨야 한다."

**더 독해져라, 세상의 복어들아! 그리고 지금의 이 허접한 세상을 물어뜯어 혼쭐을 내주라!

P.185-187
"운명이 있다고 믿지는 않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조건은 존재했다. 조건이 매여 살고 싶지 않았다. 조건이 자격은 아닐 것이다. 잘 살아갈 조건, 행복할 조건 같은 말에는 고개가 끄덕여졌지만 잘 살 자격, 행복할 자격 같은 말에는 '뭐라는 거야?'하며 눈을 치뜰 것이다.
...
무엇을 하든 기대하는 것이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일터에서 기분 좋은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두어 명은 있었으면 했다. 억지로 근무시간을 채우기 보다는 내 몫을 확실히 할 수 있으면 했다. 이것이 나의 욕심 이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건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 사란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 그리고 하나 더 더하자면 세상을 밝히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
한번 깨졌던 내 영혼은 정밀하게 깎아 낸 금형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말끔했다. 마음의 표면에 신선하고 뜨거운 기운이 감돌았다. 일렁이는 이 마음에 무슨 이름을 붙일까 생각하는데, 불현듯 '투지'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나는 쇠도 깎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 "나는 쇠도 깎을 수 있는 사람이다!" 철벽같은 옹성의 이 시대에 금이 갈 수 있도록 이 의지를 응원하고 싶다. 저마다의 기대를 만나며 사는 삶을 살 수 있기를 기도한다.

**더 많은 독자들이 '쇠'를 깎아버리는 사람이 되기를...보잘 것 없는 나의 '투지'를 더 뜨겁고 더 날카롭게 벼려 더해주고 싶다. 청소년문학은 바로 이런 맛인 것 같다. 펄떡이는 가슴과 매서운 눈으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삐뚤어진 세상을 향해 악다구니를 쓰는 그런 용기를 다시금 되찾는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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