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볼
이현 지음, 이영환 그림 / 비룡소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에서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무언가를 계속하기는 쉽지 않다.
경제적 여력,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 타고난 재능과 노력의 한계, 미래에 대한 불확실과 불안...

이런 고민과 어려움은 비단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 그치지 않는다. 진심을 담을수록 그 갈등의 골은 깊다.

좋은 아동문학은 주요 대상 독자외에도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들에게 닿는 파동이 다채롭다. #플레이볼 은 10대의 삶에는 물론 마흔을 넘은 여성 독자의 인생도 다시 곱씹는 시간이었다.

13살의 주인공이 좋아하는 것을 조금 더 천진난만하게 충분히 즐겼으면 하는 바람에 안타까웠고,
우리 인생에서 생각보다 자주, 어쩌면 가장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직면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에 감동했다.
다시 자신의 방식으로 야구를 사랑하는 모습에 안도했다.

#이영환 작가의 그림으로 이전 작품과 색다른 읽는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익히 좋은 작품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신선함을 안겨주는 이 놀라움은 무엇인지! 이전의 플레이볼을 애정한다면 새로운 작품도 꼭 만나보길 권하고 싶다. 이참에 둘을 비교한다면 더더욱 꿀잼!!

내 곁의 어린이도 곧 이런 고민에 놓일테고, 과거의 나도 그런 갈등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 시간이 얼마나 고됐는지 잊고 있던 나를 다시 일깨운다.

결코 어리지 않은, 어린이들은 자신과 자기 삶에 가장 진지한 순간에 깊이 흔들리며 고민하고 천천히 그 진동을 겪어내며 단단하게 자리잡을 것이다. 어른으로서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건 믿음과 기다림이 아닐런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근 할머니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기자기한 사랑스러운 그림으로 유아와 어린이들에게 인기만점인 #안녕달 작가의 신작 #당근할머니 에서
외할머니와 손주 사이의 사랑과 추억이 즐거움과 넉넉함으로 넘쳐흐른다.

할머니 손은 요술손인지, 할머니가 키우는 것, 만드는 것, 관심을 주고 보살피는 것은 뭐든지 튼실하다.
말 강아지 닭 젖소, 블루베리 오이 포도 복숭아 토마토 상추 그리고 당근!
할머니 주변은 환하고 다뜻하다.
생명력, 건강, 활기, 즐거움, 편안함, 행복 그리고 사랑이 할머니라는 별을 빙빙 돌고있는 행성같다.

할머니가 손주를 생각하듯, 아이도 할머니를 생각한다.
예쁜 머리핀을 꽂고, 아껴둔 용돈을 챙긴다. 온 마음을 다해 할머니와 포옹하고, 둘만의 시간을 차곡차곡 쌓는다.

이렇게 할머니와 사랑을 주고 받으며 아이는 마음도 몸도 포동포동 살이 오른다. 자고 일어나면 할머니와 인사하지 못한 것이 못내 서운하겠지만 분명 한뼘 더 쑤욱 자랄 것이다. 할머니 역시 손주와 보낸 시간과 사랑으로 삶의 보람을 느끼고 에너지를 채운다. 그리고 마이크를 잡고 신나게 인생을 즐길 것이다.

연필과 색연필로 그려낸 듯한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다뜻한 그림과 사랑이 넘쳐흐르는 이야기가 참 잘 어울린다.

맛과 건강을 두루 챙긴 맛있는 간식을 둘이 먹기에는 틀림없이 많아 보일만큼 많이, 그러나 무심한 듯 휙휙~ 만들어내는 장면 정말 요리 중인 것 같다. 너른 들판에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당근할머니와 손주의 시간은 분명 잊지못할 추억이 될테고, 하늘 위로 날아가는 학이 둘에게 축복을 내리는 듯 하다. 엄마돼지아기돼지 동요가 그림을 통해 시각적으로 보여지며 그 아기자기한 맛이 더욱 배가된다.

두어달 뒤 여름방학이 되면 아이들이 이 책을 들고 할머니를 찾았으면 좋겠다. 손이 크고 품이 너른 할머니 곁에서 두 뼘 자라나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셰이커 래빗홀 YA
이희영 지음 / 래빗홀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지금을 얼마나 충실하게 살고 있는지?
'완전'하다 또는 '완벽'하다 라고 느끼는 순간이 있었는지?
이불 킥을 하게 만든, 뒤늦게 꿈에서 반복 재생되는 그 순간으로 되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나우, 이내, 하제
이내, 롸잇나우, 사랑하제

한민, 성진 그리고 잉크

어떤 작품이든 인물들의 이름을 곱씹는 성향이다보니
인물들에 넣은 작가의 말이 들리는 듯 하다.

어쨌든 지금을 사랑하자
이내 지금을 사랑할 수 밖에...
어둠처럼 새까만 잉크로
지워지지 않게 날아가지 않게 잊혀지지 않게
기억하라.

짝사랑과 단짝 친구, 우정과 사랑, 죽음과 삶
과거와 후회, 불안과 미래,
그렇다면 현재는?

저자가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며 흘러가는 독자들의 두 손에 꼭 쥐어주고 싶은 메세지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먼지가 되어
김아직 지음 / 사계절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아직!
#녹슬지않는세계 로 처음 만나, 와아...!!!
#노비스탐정길은목 을 만나며, 어머!!
나의 기대주!

작가만의 세계를 열어 초대장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을 마주하면 벽도 제한도 없는 거대한 세상에 날개를 펼치고 유영하는 기분이다.

대놓고 B급 SF장르를 어필하는 솔직함과 자신감
너무 사랑스럽다.

쌍심질 켜듯 양쪽 눈썹이 자주 산모양이 되는 요즘
책을 보며 피식피식 웃을 수 있다는 건 참 다행이다.

#먼지가되어 사라질만큼 고달픈 현실에서도 나라는 존재, 나의 삶을 놓지않는 결연함! 주인공 유어는 얼토당토않게 벌어진 사건을 해결해가며 굳건하게 스스로를 만들어간다.

맏딸이자 언니의 역할(이른바 K장녀), 발버둥치며 주류가 되기위해 안간힘 쓰느라 #나 라는 존재는 희미해진다. 여기저기 옭아매는 이 갑갑한 곳을 벗어나 자유롭고 싶다. 진공청소기의 꽉찬 먼지통을 비울 때, 흩날리는 미세먼지들처럼 바람에 쓸려 휙! 날아간다면...

그러나 안타깝게도 날아간 먼지 역시 이 지구상 어딘가에 존재할테다. 이러나 저러나 세상에 존재해야 한다면 내 마음대로, 아쉬움없이 살아보리라!

B급 SF장르라고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더 이 세상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같지도 않은 말을 하고,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시대, 정체를 숨기고 젠틀한 척 권력을 움켜쥐고 삶과 행복을 외치는 어른들, 그 속에 '나' '존재' '꿈'은 사치인 듯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사람들...그냥 휩쓸려갈지, 그래도 엠머 물총을 들고 두 다리에 힘 빡! 주고 버텨볼지...결국 나에게 달렸다.

유어!
세상이 그러할지라도 유연하게 헤엄치는 생명체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나요? - 2024 글로벌 혼북상 대상 수상작 작은 곰자리 76
시드니 스미스 지음,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천천히, 찬찬히 음미하며 입안 가득 퍼지는 감동
잠자리에 누워 두 아이와 함께 보며 온몸으로 번지는 감동

시드니스미스의 작품은 내머리가 하얗게 새어서도 한장 한장 넘겨가며 과거가 될 지금의 감동을 안겨주고, 미래가 될 그때의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이건 그냥 알게되는 직감이다.

잠자리에 든 엄마와 아이가 나누는 평범한 대화는
가족 나들이, 두발 자전거 배우기, 천둥번개와 정전, 낯선 곳으로의 여행...그리 특별할 것이 없다.

그런데
그들의 시선이 머물러 있는 곳에 뒤죽박죽 놓인 이삿짐들!!!
아이들과 함께 페이지를 이리저리 넘겨가며 이야기가 담긴 물건을 찾아본다. 추억 속 배경처럼 놓여있던 사물도 찾는다.
"아~!" "여기,여기!"를 외쳐가며 서사를 그림을 맥락을 감동을 함께 공유한다.

물건 하나 하나가 과거의 기억을 불러오고, 두 화자의 시선은 미묘하게 다른 듯 섬세하게 닮은 당시를 회상한다. 지나간 시간이 켜켜이 쌓여 그들만의 추억이 되고, 다시 차곡차곡 삶을 놓아 그들만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그림을 보며 독자는 화자의 위치에 서게 된다. 그 때의 그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받는 이 따스하고 아련한 느낌에 감탄이 절로 난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곁에 있는 사람과 시간과 기억과 추억과 삶을 쌓고있다. 얼마나 벅차고 감동적인지! 눈 앞에 놓인 사소한 잡동사니 하나하나가 내 인생의 일부를 담아놓은 것 같이 느껴진다.

조용히 그림을 느낀 후 불을 끈다.
"기억나니? 자기 전에 책 읽어준다고 스탠드를 켰잖아."
"너무 환해서 그림책은 더 잘 보이고 잠이 달아났잖아요."
까르르르~
"기억나요? 엄마가 ......"
종알종알...

잠이 들기 전 한참을 재잘대다가 어느 순간 잠이 들었다.
마치 시드니 스미스와 그의 엄마처럼...
어른이 된 후 겪는 어떤 상처들은 어린 시절의 추억을 약으로 삼는 듯 하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지금 우리의 시간이 나에게 그리고 두 딸에게 위안이자 위로이자 보약처럼 든든할 수 있기를...

이 책, 참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