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시간 곰곰그림책
이혜란 지음 / 곰곰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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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에서 자랐어도 나물과 풀의 차이, 꽃이름도 잘 모르는 내가 박새, 쇠박새, 진박새, 곤줄박이, 직박구리의 생김새와 울음소리를 알게 되었다. 1년 전 이사온 아파트 단지에는 8층 높이까지 닿는 키가 큰 나무가 무성하다. 아이들 등교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느리게 걸으며 나무를 음미하다보면 작은 숲속을 산책하는 듯 상쾌하다. 청솔모, 새, 나뭇잎과 열매, 꽃을 자세히 들여다 보며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 자연의 변신에 새삼 감탄한다. 가장 놀라운 순간은 파도처럼 일렁이던 감정이 어느 새 순화된다는 점!

나무는 다 아는 듯하다. 오래 한자리를 지켰으니,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았으니, 모진 세상의 풍파를 겪었으니... 그럼에도 오늘도 묵묵히 '평범' 하면서도 '충실'하게 자신의 시간을 산다. 세상의 이치를, 자연의 섭리를 나무만큼 잘 아는 생명이 또 있을까? 나무를 보면 긴 시간 속 찰나의 걱정일 뿐이라는 안도 내가 안고 이고 지고있는 고민 긴 시간 속 찰나의 걱정일 뿐이라는 안도감과 결국 순리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리고 지금 느끼는 소소한 것들에 대한 감사와 자신에게 충실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된다.

#나무의시간 을 받고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우리가족입니다 와 #뒷집준범이 로 #이혜란 작가님께 마음을 빼앗긴 이유다. 누구나 알지만 외면했던 이야기를 조분조분 꺼내 감동을 주고, 진지하게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다. #나무의시간 역시 여기저기 들고 다니며 펼쳐보았다. 잔잔한 감동과 깨달음.

구부정한 어린 나무가 마당 한가득 그늘을 드리우는 듬직한 나무가 되는 이야기. 어느 가을, 바람에 띄우는 나무의 씨앗에게 바람이 속삭인다. '너는 천년을 사는 나무란다.' 나무는 그 엄청난 세월을 모르지만 그저 매일을 산다. 어느 겨울 밤, 달빛이 누구냐고 묻자 나무는 대답한다. '별과 구름, 해와 달, 그리고 바람과 함께 춤추는 나는 나무입니다.'라고.

한 사람의 인생을 보는 듯한 감정이었다. 이렇게 살 수 있다면 죽음 앞에서 후회가 많지는 않겠다는... 요즘 한참 생각하는 '평범'과 '충실'이라는 두 단어가 그림책을 보는 내내 떠올랐다. 나도 나무처럼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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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 흔들려도 매일 우아하게 - 모멸에 품위로 응수하는 책읽기
곽아람 지음, 우지현 그림 / 이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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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아람 작가의 인생과 글이 얄밉고 샘났다. 그런데 책은 인덱스로 떡칠을 해놨다.
같은 성별, 비슷한 나이, 책을 좋아한다는 취향 말고는 작가와 닮은 점을 도통 찾을 수가 없다. 대부분 농사를 짓던 고향, 안정적인 가정형편에 몰두하느라 자식을 살갑게 챙기지 못한 부모님, 20대 주요 활동반경은 중국, 현재는 기혼자에 경력단절의 전업주부, 학창시절 책에 빠질뻔하다 살아나 데면데면 지내다 책과 화해한지 몇 년되지 않았다.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인생에 저마다의 행복과 고충이 있겠지만, '삶'이라는 길을 걸으며 멈칫멈칫 망설이고 걱정하는 순간은 크게 다르지 않은가보다. 나와 전혀 다른 누군가도 같은 고민과 생각을 한다는 위로는 책에서 얻을 수 있는 큰 기쁨 중 하나다.

작가가 읽었던 수많은 책들 중에 삶의 통찰을 얻게해 준 귀한 20권, 20명의 여성을 만났다. 읽어보지 못한 작품, 공감할 수 없는 캐릭터도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신지식 선생 #전혜린 작가 #아스트리드린드그렌 작가와 작품 그리고 곽아람 자신의 이야기는 통째로 표시를 해두었다. 영화같은 인연과 진한 우정 그리고 애틋한 그리움, 중년이라 일컫는 연령대를 맞으며 생기는 고민, 요즘 푹 빠진 작가와 인간의 본성인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눈물이 핑, 한숨이 포옥, 읽다말고 하늘을 찾는 나의 눈과 마음이 글을 읽는 나를 대변했다.

기자라는 작가의 직업적 특성상 객관적이고 날카로운 시선, 냉철한 판단력과 날쌘 추진력이 어딘가에 흔적을 남겼을텐데, 오히려 글은 매우 따뜻하게 느껴졌다. 마치 일이라는 전쟁터를 벗어나 자신의 쉼터에서 긴장을 풀고 안도의 숨을 고르는 모습처럼 말이다. 그녀도 나도 당신도 저마다의 전쟁터에서 매일 흔들린다. 안식처에 돌아오면 나만의 방식으로 어질러진 마음을 추스리고 털어 세운다. 그러면서 단단하고 견고하게 성장한다.(이것을 '우아' 하다고, 품위를 지키는 바탕이라고 생각한다.) 곽아람 작가는 책과 등장인물과 작가로부터 위로와 힘을 얻었다. (아! 이점이 비슷하구나!) 그리고 꽤 효과가 좋다고 독자에게 건넨다. "잘 받았어요. 고마워요."라고 말해본다.

* 위 책은 이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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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 사계절 그림책
서현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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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후라이 아냐?(계란후라이를 좋아하는 편)
둘째: 호라이? 호랑이??(아직은 동물이 더 친숙한 편)
엄마: 오라이~, 오라이!(버스표를 받는 버스 안내원을 접한 세대이나, 오라이! 는 들어보지 못한 덜 옛날 사람)

실생활에서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출간된 모든 작품을 통틀어 노란색 덕후라 짐작케하는 #서현 작가는 유머를 찾아헤매는 영혼으로 매일 재미있는 일을 한 가지씩 한단다. 신간의 제목부터 모녀 셋이서 깔깔깔 웃음보가 터졌으니 작가의 매일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계란후라이 하나가 이렇게 생활과 삶 곳곳에 스며들어있다니, 작가의 섬세한 관찰력과 표현에 엄지가 올라간다. 특히 #호라이 에 빠진 5살 둘째는 인간형태의 주인공이 그려진 페이지마다 검지손가락으로 따라 그리며 설명한다. "여기가 머리고 팔이고 등이고 이렇게 구부러진게 다리고 발인거야." 같은 듯 모두 다른 호라이는 세심한 눈길로 살펴보면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반짝이는 존재다. 마치 좋아하는 단짝 친구를 관찰하듯 반대로 눈길이 닿는 곳에서 찬찬히 나만의 친구를 찾듯 말이다.

단순하면서도 변화무쌍한 호라이, 그를 오로지 혼자 소유하고 싶어하는 고양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다. 마치 애니메이션 캐릭터 '톰과 제리' 처럼 뗄래야 뗄 수 없는 애증관계로 느껴졌다. 결코 혼자서는 즐겁지도 의미가 더해지지도 않는 찰떡궁합! 이것 역시 아이들이 알아본다. 여기서 피하고, 저기서 달아나고, 그러다 함께 있는 장면에서 웃으면서도 긴장을 놓칠 수 없는지 소리를 질러댄다. 역시, 재밌고 유쾌하다. 작가가 슬며시 건낸 힌트를 직감으로 기똥차게 알아채는 독자, 역시 색깔 중에 가장 밝은 노란색처럼 가장 맑은 어린이가 그 진가를 흡수하는 모양이다.

수많은 #호라이 속 까메오로 출현한 #간질간질 #눈물바다 #커졌다 주인공 3총사를 보는 순간, 동공확장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지목하는 아이들! #서현 작가의 재치와 치밀함에 '역시' 라는 단어가 툭툭 튀어나왔다.(#호라이 를 본 아이들이 전작을 꺼내 '다시 보기'를 하게 만드는 그림책 전수자, 작가의 이름을 결코 까먹을리 없을 것이다.)

요즘 TV에서는 #유재석  #놀면뭐하니 의 #유야호 를 외친다. 엄마와 딸 셋은 잠자기 전 #호라이 ~! 를 외쳤다. 아이들이 #호라이 가 동동 떠다니는 꿈을 꿀지도 모르겠다.

*위 책은 사계절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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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호라이 사계절 그림책
서현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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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며칠 친정 지역의 코로나 19가 나아질 기미보다 오히려 우려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에 바람이 부는 날인데도 갑갑하다. 급기야 오늘 아침 아이들의 등교를 도와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엉뚱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우주의 보이지 않는 어떤 엄청난 존재가 그간 인간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댓가를 치르게 하는 것은 아닐까, 인간의 노력과 본성으로는 절대로 손을 쓸 수 없는 무시무시한 일이 시작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끝에 불현듯 #호라이호라이가 생각났다.

호라이 와 호라이호라이 는 형제책 이니 함께 읽으라고 안내를 받았다. 시리즈가 아닌 함께 보는 형제책 이라니 역시 새로운 시도라 신선하다. 아마도 #서현 작가님이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 뜻일테다.
#호라이가 개인전이라면 #호라이호라이 는 단체전이고, #호라이 가 일반적인 겉모습을 묘사했다면 #호라이호라이 는 내면을 보여주려고 했던 듯 싶다. 아니면 그냥 형과 동생 사이인가?

호라이호라이 표지에서 누군가 젓가락으로 마이크를 짚어 호라이의 말을 들어보고자 집중하고 있다. 아마도 작가님일테고, 그렇다면 독자는 경청의 태도를 취해야 할 것 같다.? 모든 것을 ‘나’ 와 ‘인간’ 중심으로 해석하는 지금, 한번쯤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뜨겁고 밝은 빛 아래, 머리에 껍질을 얹은 채 탄생한 호라이는 정체성에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의 답을 찾기 위한 호라이의 여정은 작가의 세심한 관찰과 유머, 상상력으로 기발하게 표현되었다. 게다가 약간의 철학적 양념을 가미한 듯한 이야기가 후반부에 이어진다. 끊임없이 자신을 찾던 호라이는 세상의 수많은 동족들을 일깨워 함께 자신들의 세상을 찾아 떠난다. 그들의 별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인공은 인간이 오랫동안 자행했던 방식대로 지구를 처리한다. 사실, 지구가 속해있는 우주는 거대한 존재의 작은 무엇일뿐이다.

호라이호라이는 독자에게 계란이 그저 후라이가 아닌 이야기가 있는 호라이로, 인간 외의 주체, 우리가 망각하는 거대한 세계를 마주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것도 아주 기발하고 재밌고 유쾌하면서도 어딘가 뜨금하게... 연령을 불문하고 재미로 한 번, 구석구석 그림을 살피며 또 한 번, 질문과 의미를 던지며 다시 한 번 보면 참 좋겠다.

*위 책은 사계절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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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 수상한 서재 4
하승민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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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에 졸립다면 읽어보시라 잠이 깬다.
더운 날씨에 슬슬 짜증이 난다면 읽어보시라 등골이 서늘해진다.
권태로운 매일이 지겹다면 읽어보시라 별일없는 하루가 고마울 것이다.
가끔 자신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면 읽어보시라 또 다른 나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복수'라는 단어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 읽어보시라 그 끝을 보게 될 것이다.
독재자의 횡포가 궁금하다면 읽어보시라 그가 뱉어낸 말 한 마디에서 불붙은 잔인함에 가슴과 목이 탈 것이다.

엄마의 손이 필요한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나의왼쪽너의오른쪽 은 하루를 내어 붙잡고 끊김없이 읽어내려갔을 것이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전개, 섬세한 감정과 생각이 녹아든 문장으로 흡입력이 대단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배경지식, 탄탄하고 치밀한 구성, 긴장감 넘치는 전개, 졸리던 눈이 번쩍 뜨이는 엄청난 자극, 그리고 가장 놀랐던 점은 인간에 대한 엄청난 고민과 이해! 추리소설의 매력에 흠뻑 취하게 만들어주었다. #하승민 작가의 전작이 궁금해졌다.

5월부터 우연히 한 권의 책으로 시작된 인연이 여기까지 닿은 듯한 느낌이다. 1980년 5월 18일 그날의 일이 이제는 나와 먼 이야기가 아닌듯 느껴진다. 내가 태어나기 전, 멀리 떨어진 곳에서 참담한 사건이 벌어졌고 2021년 아직도 그 구슬픈 흐느낌은 여기저기 흔적을 남기며 떠도는 모양이다.

p.605
많은 날 중에 단 하루가 잘못된 것뿐이었다. 그 하루가 인생을 뒤집어놓았다. 누군가의 결정이 너무 많은 사람의 일생을 헤집었다. 세상은 수학 문제처럼 움직여주지 않았다. 끊임없이 발버둥치는 인간이 있을 뿐이었다.

권력에 눈이 먼 독재자, 명령과 돈 앞에 옳고 그름의 판단조차 유보한 생각과 양심을 버린 사람들, 바로 그들의 결정으로 잔인한 비극은 시작되었다. 보잘 것 없는 작은 행복에서 살던 소녀는 엄마와 삶과 자신을 잃었고 겉잡을 수 없는 사건이 시작된다. 신이 존재하더라도 끼어들 수 없을 것 같은, 끼어들어서는 안될 듯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간이기에 느끼는 갈등과 고통, 함부로 주인공을 욕할 수 없는 이유다. 나의 왼쪽과 너의 오른쪽은 결국 같지 않은가?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지만 번거롭고 귀찮으며 기약없는 외침은 터무니없는 일같아 힘이 빠진다. 그래서 불편하다. 참혹하고 슬프고 아프다고 어렴풋이 들어봤지만 들여다보지 않고 고개를 돌려 외면한다. 정말로 알고 있는가? 진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쉽지 않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직면하고 대면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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