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 수상한 서재 4
하승민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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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에 졸립다면 읽어보시라 잠이 깬다.
더운 날씨에 슬슬 짜증이 난다면 읽어보시라 등골이 서늘해진다.
권태로운 매일이 지겹다면 읽어보시라 별일없는 하루가 고마울 것이다.
가끔 자신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면 읽어보시라 또 다른 나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복수'라는 단어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 읽어보시라 그 끝을 보게 될 것이다.
독재자의 횡포가 궁금하다면 읽어보시라 그가 뱉어낸 말 한 마디에서 불붙은 잔인함에 가슴과 목이 탈 것이다.

엄마의 손이 필요한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나의왼쪽너의오른쪽 은 하루를 내어 붙잡고 끊김없이 읽어내려갔을 것이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전개, 섬세한 감정과 생각이 녹아든 문장으로 흡입력이 대단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배경지식, 탄탄하고 치밀한 구성, 긴장감 넘치는 전개, 졸리던 눈이 번쩍 뜨이는 엄청난 자극, 그리고 가장 놀랐던 점은 인간에 대한 엄청난 고민과 이해! 추리소설의 매력에 흠뻑 취하게 만들어주었다. #하승민 작가의 전작이 궁금해졌다.

5월부터 우연히 한 권의 책으로 시작된 인연이 여기까지 닿은 듯한 느낌이다. 1980년 5월 18일 그날의 일이 이제는 나와 먼 이야기가 아닌듯 느껴진다. 내가 태어나기 전, 멀리 떨어진 곳에서 참담한 사건이 벌어졌고 2021년 아직도 그 구슬픈 흐느낌은 여기저기 흔적을 남기며 떠도는 모양이다.

p.605
많은 날 중에 단 하루가 잘못된 것뿐이었다. 그 하루가 인생을 뒤집어놓았다. 누군가의 결정이 너무 많은 사람의 일생을 헤집었다. 세상은 수학 문제처럼 움직여주지 않았다. 끊임없이 발버둥치는 인간이 있을 뿐이었다.

권력에 눈이 먼 독재자, 명령과 돈 앞에 옳고 그름의 판단조차 유보한 생각과 양심을 버린 사람들, 바로 그들의 결정으로 잔인한 비극은 시작되었다. 보잘 것 없는 작은 행복에서 살던 소녀는 엄마와 삶과 자신을 잃었고 겉잡을 수 없는 사건이 시작된다. 신이 존재하더라도 끼어들 수 없을 것 같은, 끼어들어서는 안될 듯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간이기에 느끼는 갈등과 고통, 함부로 주인공을 욕할 수 없는 이유다. 나의 왼쪽과 너의 오른쪽은 결국 같지 않은가?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지만 번거롭고 귀찮으며 기약없는 외침은 터무니없는 일같아 힘이 빠진다. 그래서 불편하다. 참혹하고 슬프고 아프다고 어렴풋이 들어봤지만 들여다보지 않고 고개를 돌려 외면한다. 정말로 알고 있는가? 진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쉽지 않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직면하고 대면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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