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라이호라이 사계절 그림책
서현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며칠 친정 지역의 코로나 19가 나아질 기미보다 오히려 우려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에 바람이 부는 날인데도 갑갑하다. 급기야 오늘 아침 아이들의 등교를 도와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엉뚱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우주의 보이지 않는 어떤 엄청난 존재가 그간 인간들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댓가를 치르게 하는 것은 아닐까, 인간의 노력과 본성으로는 절대로 손을 쓸 수 없는 무시무시한 일이 시작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끝에 불현듯 #호라이호라이가 생각났다.

호라이 와 호라이호라이 는 형제책 이니 함께 읽으라고 안내를 받았다. 시리즈가 아닌 함께 보는 형제책 이라니 역시 새로운 시도라 신선하다. 아마도 #서현 작가님이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 뜻일테다.
#호라이가 개인전이라면 #호라이호라이 는 단체전이고, #호라이 가 일반적인 겉모습을 묘사했다면 #호라이호라이 는 내면을 보여주려고 했던 듯 싶다. 아니면 그냥 형과 동생 사이인가?

호라이호라이 표지에서 누군가 젓가락으로 마이크를 짚어 호라이의 말을 들어보고자 집중하고 있다. 아마도 작가님일테고, 그렇다면 독자는 경청의 태도를 취해야 할 것 같다.? 모든 것을 ‘나’ 와 ‘인간’ 중심으로 해석하는 지금, 한번쯤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뜨겁고 밝은 빛 아래, 머리에 껍질을 얹은 채 탄생한 호라이는 정체성에 질문을 던진다. ‘나는 누구인가?’ 의 답을 찾기 위한 호라이의 여정은 작가의 세심한 관찰과 유머, 상상력으로 기발하게 표현되었다. 게다가 약간의 철학적 양념을 가미한 듯한 이야기가 후반부에 이어진다. 끊임없이 자신을 찾던 호라이는 세상의 수많은 동족들을 일깨워 함께 자신들의 세상을 찾아 떠난다. 그들의 별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인공은 인간이 오랫동안 자행했던 방식대로 지구를 처리한다. 사실, 지구가 속해있는 우주는 거대한 존재의 작은 무엇일뿐이다.

호라이호라이는 독자에게 계란이 그저 후라이가 아닌 이야기가 있는 호라이로, 인간 외의 주체, 우리가 망각하는 거대한 세계를 마주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것도 아주 기발하고 재밌고 유쾌하면서도 어딘가 뜨금하게... 연령을 불문하고 재미로 한 번, 구석구석 그림을 살피며 또 한 번, 질문과 의미를 던지며 다시 한 번 보면 참 좋겠다.

*위 책은 사계절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