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의 하모니카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80
밑가지 지음 / 북극곰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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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의하모니카 를 본 8살 딸아이는 장면을 찾아 보여주며 말했다.
"엄마, 나도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어쩌면 내가 없는게 낫지 않을까?"
"내가 엄마 아들이어서 미안해요."

가슴이 철렁했다. 나에게 언젠가 서운함을 느꼈을 아이, 슬퍼했을 시간을 짐작하며 마음이 따끔거렸다. 어린 시절 언젠가 나도 그런 감정에 사로잡혀 눈물을 훔치던 때가 기억났다. 많이 서러웠는데...

이내, 또 다른 장면을 찾더니 묻는다.
"엄마도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어?"

"내가 가장 잘한 일이 널 낳은 거란다."

사랑은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아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엄마의 사랑을 잃는 것,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이 엄마의 사랑이라 했다. 표현이 서툰 나의 엄마에게 들어보지 못한 말이다. 나이 마흔,이제는 그 마음을 충분히 헤아릴 수 있지만 아직도 가끔은 못내 아쉽다. 그러니 넌 오죽할까. 쑥스러운 이 감정을 이겨내고 자주 표현하리라.

#사랑의하모니카 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을 앓으며 자괴감에 빠진 아기곰이 팔과 다리가 없는 고슴도치 할아버지를 만난다. 할아버지의 이야기와 하모니카 연주를 통해 아기곰은 희망과 의지를 되찾는다. 비록 고슴도치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났지만, '사랑'의 하모니카를 아기곰에게 남겼다. 아기곰의 털 색깔이 엄마, 아빠와 같아지기를, 설사 다르다고 해도 하모니카로 사랑을 원없이 연주하기를 바라본다.

"그날 이후 난 엄마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려고 노력했단다."

고슴도치 할아버지는 엄마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는 동시에 스스로의 자신감 넘치는 당당한 모습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이 살만해지기 시작했을테다.

아이에게 자신에게 남편에게 그리고 부모에게 '사랑'을 자주 표현해야겠다. 뭐든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은 쉽다했으니...일단 입을 열어보자.

***위 책은 북극곰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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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셈이 + 나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80
요안나 비에야크 지음, 명혜권 옮김 / 북극곰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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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 딸이 영유아 검진 중 시력검사를 했다. 오른쪽과 왼쪽눈을 번갈아 가리고, 간호사 선생님이 짚는 숫자를 말한다. “4, 7, 6...” 또박또박 대답했다. 병원에서 집으로 오는 길 마주치는 것들이 온통 수학이다.

시계, 엘리베이터, 차 번호판, 휴대폰, 횡단보도...숫자 천지다. 신호등, 표지판, 건물...모양 천지다.
교회 첨탑을 보고 원뿔과 +기호를, 사탕을 빨며 구 모양도 만난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수학은 놀이수학과 다르다. 쓸모와 존재를 직접 체험하는 것이니까.

‘셈셈이’는 주인공 아이가 사랑하는 강아지다. 착한 마음, 말썽쟁이, 풍부한 감정, 천방지축, 단순한 캐릭터의 셈셈은 어린이와 닮았다.

그림은 채도가 약간 낮은 노란색과 파란색의 선으로만 그려져 깔끔하고 심플한 느낌이다. 어린이의 생활 곳곳에 숨어있는 수학적 요소를 표현하고 발견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요안나비에야크 는 폴란드 태생으로 현재 프랑스에서 일러스트레이터, 그래픽디자이너,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림에서 애니메이션 요소가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모양이다.

학교에서 진지하게 수학을 배우기 시작한 8살과 뒹굴거리며 즐겁게 읽은 그림책으로 남는다. 이론, 지식을 머릿속에 넣는 것이 아닌, 다양한 수학기호와 용어를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부분이 참 좋다.

* 위 책은 북극곰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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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살아 있다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79
은미향 지음 / 북극곰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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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 8세 딸은 혼자서 연거푸 몇 번씩이나 #숲은살아있다를 보았다. 도대체 그림책 속 무엇이 아이의 마음을 끌어당겼을까?

#은미향 작가는 제주도 숲에서 환상적인 #달걀버섯을 만났다. 처음 땅속을 뚫고 나온 희고 둥그스름한 어린 버섯이 달걀모양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버섯의 포자는 바람을 타고 바다 건너 숲으로 날아간다. 어떤 홀씨는 물고기의 먹이가 된다. 또 어떤 홀씨는 길거리에 떨어져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땅 위에서 먼지가 되기도 한다. 잘 버텨오던 어떤 홀씨는 바다에 떨어지고 만다. 지친 홀씨들이 겨우 숲에 자리를 잡지만 또 다른 위험들로 온전한 버섯이 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숲에는 달걀버섯이 꽃처럼 피었다.

숲에서부터 달걀버섯 포자의 여정을 함께하며 시선을 인도하는 존재가 있다. 화려한 버섯과 대비되는 까만 색, 숲이라는 배경 속에 묻혀 존재감이 크지 않은 까마귀다. 시종일관 포자를 지켜주려 안간힘을 쓴다.

작가는 버섯 생태를 연구하는 남편 #류천인 박사 그리고 세 아이들과 함께 한 아름다운 추억을 작품으로 남겼다. 또한 숲과 달걀버섯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섭리를 우리에게 선사한다.

나의 여덟 살 딸도 직감적으로 느꼈을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묻자, 한참을 망설였다. 달걀버섯을 지키려고 뱀을 공격하는 까마귀의 모습이 담긴 장면을 꼽았다.

어쩌면, 딸은 달걀버섯의 포자에서 자신을 만난 것은 아닐까? 누군가의 딸이 아닌 ‘나’로 성장하려는 순간 말이다.
‘미미한 존재일지 모르지만 이러저러한 어려움을 겪더라도 결국 내 모습을 갖출 것이다. 그걸 지키고 싶다.’
요즘 순간순간 마주하는 부쩍 자란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위 책은 북극곰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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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랗고 커다란 물고기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81
다카시나 마사노부 지음, 아라이 료지 그림, 김보나 옮김 / 북극곰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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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랗고커다란물고기 는 1999년 출간된 후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받을 받는 작품이다. 역자에 따르면 독자들 중에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읽어주신 그림책을 이제는 자식에게 읽어주고 있다.'는 리뷰가 제법 눈에 띈다고 한다.(미래의 어느 날, 나의 두 딸도 이런 리뷰를 쓸 수 있다면 참 좋겠다.어떤 그림착이 될까?)

글을 쓴 다카시나 마사노부는 현재 일본아동문학가협회 회원으로 어린이들을 위한 좋은 책을 쓰고 있다.  그림 작가 아라이 료지는《수수께끼 여행》으로 1999년 볼로냐 아동 도서전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는 실력자다.

아빠와의 첫 바다낚시에 한껏 부푼 주인공은 친구들에게 실컷 자랑을 했다. 그러나 검지와 엄지 사이 길이만한 작은 물고기만 낚였을 뿐이다. 좋아하는 친구에게 잘 보이려고 잡은 물고기를 아주 조금 키웠을 뿐인데, 결국 거대한 개복치를 잡은 꼴이 되어버렸다.

'물고기를 잡든 못 잡든 바다는 참 좋구나. 바다는!'

목에 가시가 걸린 듯 마음이 불편하던 주인공에게 아빠의 말 한 마디는 가시를 밀어내는 바닷바람이 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흘러가는 이야기, 감정을 담아 꼭꼭 눌러 그린 것같은 그림이 마치 한 어린이의 그림일기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에게는 '내 이야기' 또는 '내 친구의 이야기'로 다가갈 듯 싶다. 아이 곁에서 무심한 듯 던지는 아빠(어른)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새삼 놀랍다.

*위 책은 북극곰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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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섬은 고양이다
전미화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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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강렬하다!
배경과 조명을 잘 조절한 뒤 걸어놓고 한참을 보고싶은 그림이다.
마치 정글에서 사냥감을 노리고 있는 한 마리의 퓨마를 보는 듯하다. 펄떡이는 야생성, 본능이 느껴진다.

섬섬옥수.
인간이 고양이를 처음 만난 날 떠올린 말이다. 작고 여린 발이 따뜻했다.

: 아주 작았을 반려묘와의 첫 만남이 그려진다. 그렇게 고양이에게 반했을 것이다. 궁금했던 '섬섬'이라는 이름의 의미가 해결됐다. #전미화 작가의 생각과 의지가 느껴졌다. '주인'이 아닌 '인간'이라고 표현하며, 고양이와 인간은 동등한 개체로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

섬섬이 죽을 고비를 넘기던 날, 인간은 섬섬의 무게를 느꼈다.

: 어느 새 인간은 '섬섬'을 사랑하게 되었다.

쉴 새없이 바깥생활을 하던 섬섬이 다른 고양이와 싸워 크게 다치고 온 날, 인간은 불안했다.
"섬섬아, 수술을 할까? 그러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대. 하지만... 그걸 내가 결정해도 되는 걸까?"

: 섬섬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과 자유의지를 존중하는 것, 어떤 선택이 진정한 사랑일까?

기지개를 켜고 마당 문을 뛰어넘는 섬섬의 모습이 당당하다. 아름답다.

: 결국 인간은 섬섬의 의지를 존중한다. 마지막 장면 속 거침없고 단단한 모습의 섬섬은 맹수와 흡사하다. 인간은 허전했지만 행복했을 것이다. 섬섬은 든든하고 살맛나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이 작품을 여러번 천천히 들여다보며 생각했다. 이 이야기는 반려묘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다른 존재와 함께 산다면, 마땅히 해야하는 질문과 고민을 말하고 있다. 내게는 나의 아이들이, 내 부모에게 내가, 자신이 스스로에게 '섬섬'이 되고, 어떻게 '섬섬'을 사랑하고 있는지 되짚어 보기도 했다.

'한 마리 고양이로서 살아갔을 섬섬에게'
#전미화 작가는 뒷면지에 헌사를 남겼다.
'섬섬'은 헌사에 함께 그려진 모습을 마지막으로 돌아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앞면지의 세상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어쩌면 지금은 이 세상에 없을지도...안타깝다.

그러나 원없이 고양이로서 살았다면, 인간은 모르는 그만의 행복을 충분히 누렸을 것이라 생각한다. 표지에서 만난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위 책은 창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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