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고 고른 말 - 카피라이터·만화가·시인 홍인혜의 언어생활
홍인혜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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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다정한 제목에 보자마자 마음이 끌렸다.

정성들여 기른 열매를 제때에 거두어 덜 여물거나 너무 물러버린 알갱이와 불순물을 골라낸다. 깨끗하게 씻어 건져내어 잘 여물고 예쁜 것들만 골라 소박한 다기에 정갈하게 담아낸다.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말을 건내온다면 얼마나 감동적일까. 내가 이렇게 온 마음을 다해 말을 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삶이 얼마나 충만할까.

책으로 소통하는 곳에서 12월 한달 간 매일 따뜻한 말을 건내보자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마침 손에 들고있던 #고르고른말 을 소개하라는 계시처럼 느껴졌다. 문제는 매일 아껴서 읽기엔 아쉽다는 점...윗입술 절반이 수포로 뒤덮히고 마음이 물에 빠진 스펀지같던 날, 책을 기어이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밑줄이 수두룩 빽빽...

작품을 읽으며 #홍인혜 작가가 정말 궁금했다. 글에서 저자는 재기발랄, 따뜻함, 기발함, 예리함, 똑똑함, 재치, 의리, 의심스러운 구멍(?)..까지...다채로운 매력을 한껏 발산했다.
'셜록홍즈와 노난도일'
저자와 (글에서도 여러차례 등장하는)절친을 직접 보고싶어 일찍부터 북토크를 기다렸다. 내 직감의 정확도가 궁금했다. 적중률 99%!! 화면에서 느껴지는 자유분방한 스타일이 예상을 뛰어넘었지만, 글에서감각적이고 자유로운 느낌의 근원을 만난 듯했다. 만담을 하듯 북토크의 긴장감을 유쾌함으로 대체하는 두 절친의 모습에서 질투와 추억이 마음에서 수시로 맴돌았다.

58개의 글 속에서 저자가 직접 뽑은 이야기는 책모임 공간에 소개했던 '아꼬와, 아꼬와' 였고, 작가가 직접 낭독한 챕터는 밑줄을 긋고 모서리를 접어둔 '손 끝을 떠는 영웅'이었다. 절친과의 추억을 곱씹어 둔 여러 편의 글에서도 재미와 유쾌함, 따뜻함이 오래도록 남았다. 특히, 특정한 단어의 미묘하고 섬세한 느낌을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으로 표현하는 문장에서 카피라이터라는 작가의 정체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시로, 글귀로, 그림과 글로 삶을 다각도로 표현하는 작가가 고른 말들은 다채로운 빛깔이었다. 그렇게 누구에게라도 가서 닿을 수 있게 '체로 거른 말' 이 #고르고고른말 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따스한 말을 건네고 싶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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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 나라 여왕님
연두콩 지음 / 아스터로이드북(asteroidbook)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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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도 안되고 큰 소리를 내도 안되고 속마음을 그대로 얘기해도 안되고 왕자와는 빙글뱅글 춤만 추는 공주.
예쁜 드레스를 입는 것은 부럽지만 너무 답답하고 재미없어.

"저희 다시 춤을 출까요?"
"더 재미있는 거 하면 안돼요?"
주전자 왕자님과 비눗방울 놀이,
"이게 뭐에요로록?"
기다란 코에서 보로록 보로록~
그리고 숨바꼭질, 비눗방울 사이에서 왕자님 찾기.
차의 나라 공주들이 입을 모아,
"저희도 자유롭고 당당하게 살아갈거에요. 차의 나라 여왕님이 되어주세요!"
차의 나라 여왕님의 댄스파티에서는
덩실덩실 훌라훌라 메롱!

요즘 두 딸이 종종 펼쳐보는 그림책이 너무 공주스러워 버거운(?) 나는 반가운 그림책을 만났다. #차의나라여왕님 은 여자아이들이 열광하는 공주에 대한 엄마의 걱정을 덜어주는 이야기다. 공주들이 해서는 안되는 행동때문에 처하는 사건을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당당하게 해결하는 주인공. 사실 별게 아니지만 하느냐 하지않느냐의 차이는 꽤 크다. (어떤 사건일지는 직접 만나보세요.^^)

엄마의 모임에 따라갔다가 테이블 위에 본 찻주전자, 찻잔, 과자, 레이스받침을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펴는 주인공 여자아이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어쩌다 또래도 없는 모임에 따라가 수다의 한복판에서 숙제를 해야하는 그 모습이 못내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신나게 자신만의 세계로 풍덩 빠질 줄이야. 아이들은 어디서나 놀거리를 찾아내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는 말을 실감한다. 이 말은 #연두콩 작가의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말과 동일하다.

두 그림책을 함께 읽으면 과거 공주에 대한 선입견, 현재 공주에 대한 편견이 마주한다. 무엇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까보다 이런 것도 저런 것도 있을 수 있구나 나름의 반경이 넓어질 수 있다면 좋겠다.(이것마저 엄마의 욕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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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의 한구석에서 과학을 이야기하다 - 물리학자가 들려주는 이 세계의 작은 경이
전탁수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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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가 들려주는 이 세계의 작은 경이

경이로움에 대한 탄성!

#양자역학 #수리물리학 #사회물리학 듣기만해도 헉 소리나는 전문분야에서 활약하는 #전탁수 교수의 #과학에세이 를 만났다. 페이지를 넘기며 기존의 얄팍한 지식이 붕괴되며 확장되는 놀라움에 작은 탄성들이 쉴새없이 터져나왔다.

작품의 제목와 소제목가 독후의 감동을 고스란히 말해준다.
우주에서 한 은하, 은하 속 지구, 그중에서도 일본의 한 과학자가 하는 이야기에 한국의 지방에 살고 있는 독자인 내가 경청한다.
현재의 세계에서 발생하는 복잡다양한 현상들에 대해 개인이 마주하는 부분은 단편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기원을 찾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인간의 호기심, 의지, 관찰, 우연, 문학, 예술, 과학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마치 한 인간의 형질을 결정하는 DNA의 이중 나선구조를 이루는 엄청난 소스처럼.
결국 우리가 보지못하는 엄청난 요소들의 조합이 시간의 숙성을 거쳐 나와 마주하고 있다니...경이롭지 않을 수 없다.

과학자의 렌즈로 바라보는 세상은 기존의 표피를 걷어내고 속의 구조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근거없는 속설과 관습적인 사고를 벗어나 명확하고 또렷한 근원을 바탕으로 하는 세계는 실로 놀라운 발견의 연속이다. 저자는 목차에서 우주, 원자, 생명이외에도 (수리)사회와 윤리를 과학의 시각에서 논한다. 과학이 닿지않는 영역은 무엇일지 궁금해지는 동시에, 세상은 모든 영역의 통합이며, 인간이 편의를 위해 그 고리를 끊어 분석하고 해석하며 저마다의 우위를 외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작고 얇은 책에서 세상의 진실을 마주할 수 있다. 천문학, 원자(핵), 양자역학, 확률, 다수결, 꿈, 계급, 인간과 생명 다양한 분야의 시발점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 보다 근원적인 지식을 확장하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 과학은 절대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우리의 삶에서 자연에서 호기심에서 관심에서 예술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내가 선호하는 것들에서 태동한 과학, 과학으로 다시 깊이를 더하는 분야들, 천천히 만나면 제법 친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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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 원자 작지만 엄청난 2
조은수 지음, 유현진 그림, 이기진 감수 / 두마리토끼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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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우주에서 촬영한 지구를 보고 #창백한푸른점 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별먼지 이며, 그 중 인간은 생각하는 '별먼지' 라고 했다.

#별먼지 라는 단어에는 과학적인 근거와 논리, 철학적인 사고, 문학적인 표현이 너무나도 근사하게 녹아있다. 자연 앞에 선 인간의 겸손과 겸허, 자연의 품에서 느끼는 편안과 치유를 가장 적절히 설명할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어른들도 마음을 다잡고 집중해 책을 읽고 소화해야하는 이렇게 심오한 이야기를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림책! 접근이 쉽지않은 장르일수록 그림과 글의 융화가 장벽을 낮춰준다.

#말도안돼 는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어느 날 갑자기 양자학에 매료된 저자가 그 우물에서 즐겁게 헤엄을 치며 써내려간 동시같기도, 낙서같기도 한 글에서 탄생했다. 그리고 그림작가마저 우주를 탐사하는 듯한 묘한 매력에 빠져 표현해낸 작품이다. 감수는 가수 CL의 아빠라고 하면 얼굴까지 떠오를만큼 자유와 즐거움을 존중하는 멋진 물리학자 이기진 교수이다. 작품이 원자와 양자학에 진심이라는 것을 이 세 사람이 증명한다.

8세와 5세 딸은 아직 믿지 못하는 눈치다. 내가 안보이는 무언가로 이루어져 있다니? 공룡의 피부, 우주에 떠 다니던 먼지, 하늘에서 내렸던 빗방울로?? 정말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우주가 있고, 공룡의 화석을 보았고, 귀와 손으로 비를 느껴봤으니 가능성이 영 없지는 않은데...

빅뱅, 우주, 핵폭발, 지구, 생명체, 그리고 나. 알듯말듯 "말도 안돼!"를 점점 더 격하게 외치지만 마지막에 웃는 이유는? 내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품고있는 소중한 존재라는 점으로 귀결되니까.
그렇다.
나는 그냥, 태어나서 소중한 별먼지다.

*** 위 책은 두마리토끼책 으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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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을까? 사계절 그림책
이희은 지음 / 사계절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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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한 형광 연두!
뒤표지는 분홍!!
심플의 극강을 보여주는 이미지!!!
표지를 펼쳐보니 데칼코마니! 거울!

주제도 선명했다.
#다름 그리고 #소통

동생은 사과가 달콤해서 좋지만 언니는 새콤해서 좋고, 나는 치즈가 고소해서 좋지만 너는 치즈 특유의 냄새가 싫지.
이유를 찾는다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뭐 그냥 내가 그런 걸.
그러니까 아~ 넌 그렇구나, 난 이래~. 그렇게 심플하게 서로 이야기하고 인정하면 될 일!

요즘 한창 글자에 호기심을 느끼는 다섯살 딸과 함께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받침이 있는 글자가 꽤 있었지만, 받침을 가려서 발음을 해보고, 받침을 더해서 다시 읽었다.(물론, 엄마의 도움!) 어떤 의미인지는 다시 한번 자연스럽게 말해보고 그림을 보니 바로 알 수 있다. 읽느라 에너지가 소진되지만 그림이 간단명료, 쉽고 재밌게 표현을 해주니까. 덕분에 두어번 읽은 것 뿐인데 마치 완전히 글을 정복해버린 것 같은 만족감을 느끼는 눈치다.

같으면서 다르다는 개념은 일란성 쌍둥이 사이에서 극대화된다. 똑같은 외모에 취향, 식성, 버릇, 습관, 장단점이 극과 극을 이루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런 점에서 작품 속 주인공도 쌍둥이다. 그런데 어른의 시각으로 보자니, 거울을 마주하는 장면처럼 느껴진다. 현실의 나와 내면의 나, 혹은 외부의 시선으로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사실 같지만 엄청난 괴리를 느끼는 경우도 적지 않으니...

신선한 그림에서 초점을 글에 맞추면 두 어린아이의 대화가 보인다.
눈을 감으면....
바람이 차르르르르(촉감이 예민한 아이)
참새가 짹짹짹짹짹(청각이 예민한 아이)
봄이 좋아
겨울이 좋아
...
둘은 정말 다르지만 같이 놀아 신나고, 다투면 속이 상하고, 함께 먹어 즐겁다.

이야기와 경청, 소통하는 것!
바로 그것이 다른 나와 네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림과 글의 조화, 다름과 소통의 조화, 나와 너의 어울림.
5세 딸과 나는 너무 많이 다른데...
그러니까 더욱 들어봐야겠다. 더듬더듬 읽는 한글에도 귀 기울이는데 마음을 담는 말에는 조금 더!^^


*** 위 책은 사계절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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