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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들려줘 ㅣ 반올림 32
김혜진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5년 3월
평점 :
뒹구는 낙엽에 웃음보가 터지고, 떨어지는 빗방울에 눈물이 고이는 시간을 지내봤다. 어느 누구에게도 쉽게 토로할 수 없었던 막막함과 불안, 외로움이 기억난다. 그 시절 누군가를 열심히 좋아하는 것 자체가 위로이자 삶의 활력소였다. 사회라는 물과 시간이라는 바람에 모난 곳이 깍이고 닳아 지금은 적당선을 쉽사리 넘지 못한다. 왜 이리 씁쓸한지... 청소년들은 마땅히 흔들리고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하며 위로받고 행복할 권리가 있다. 그랬으면 좋겠다.
4편의 이야기가 맞닿아있는 연작소설, 그 중심에 #세타나인 이라는 가상의 남성 아이돌이 있다.
#한밤중1:29AM 은 꿈꾸는 이들의 치열한 시간을 보여준다. 노래와 춤이 좋아 무대에 서기를 꿈꾸는 청소년기 연습생들의 시간은 무섭게 치열하다.? 재능 위에 얹어지는 무기한의 노력과 시간은 기회를 얻기위한 필수조건일 뿐이다. 인력을 벗어 운을 잡아야 비로소 무대에 설 수 있는 충분조건이 성립된다. 한 번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까지 그들이 감내하는 불안과 노력, 그것은 꿈을 꾸는 사람들에게 위로이자 응원이다.
#형에게하는질문 은 꿈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던 의 이야기다. 꿈을 위해 현재를 담보로 필사적으로 매달리지만 어느 누구도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불확실에서 오는 불안은 꿈을 쫓던 방향에 선택을 강요한다.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멈춰서서 다른 길을 찾을 것인가.
P.133
"한 번도 쉬지 않았는데. 이거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형이...... 스물 한 살. 지금 내게는 어른처럼 느껴지는 나이. 형이 집을 떠난 것이 열일곱 살, 딱 내 나이였구나. 지금부터 4년 동안 뭔가를 열심히, 모든 걸 다 걸고 한 다음에 그게 아니라고 깨닫게 되는 건 어떤 기분일까.
무섭겠지. 막막하겠지. 하지만 지금 형은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다. 그 편안함이 낯설고, 이상하게도 믿음직스럽다.
#밤의창문 은 '세타나인' 팬들의 이야기다. 팬덤, 덕후, 성덕, 사생팬, 마니아들로 불리는 사람들은 특정 대상을 매우 열렬히 흠모한다. 실현 불가능한 무한대의 사랑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 세상에서 직면하는 무수한 순간에, 언제 어디서나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위로하고 응원하는 목소리이니까. 그래서 그들의 감정은 진실하다.
P. 196
두 손에 얼굴을 묻고 멍하니 생각했다. 내 마음을 부정하고 나면 남는 건 없는 거겠지.
세타나인이 변해도 내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이 모든 건 이대로 유지될 수 있다. ....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그대로이고, 더 나아진다 해도 내 마음이 변하면 다 끝나 버리는 거다.
#지금은그래 는 팬덤의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이다. 인생의 일부가 출렁거릴만큼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인간이 가장 견디기 힘들어하는 #외로움 을 상쇄시키는 방법? 굴곡없이 매일이 뻔한 인생을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자극점? 대상과 정도의 차이일뿐, 우리는 누구나 어떤 것들에 조금씩 빠져 지낸다. 어쩌면 그것들이 나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인지도.
P.259
"휘둘리고 싶을 때도 있잖아. 우리 인생이......그렇게 대단한 일이 없는데. 저 꼭대기부터 저 바닥까지 오가는 경험은 흔하지 않잖아. 휘둘릴 수 있는 상대를 가지고 있다는 건, 정말 축복받은 일이야."
#밤을들려줘 #김혜진 #일곱모자이야기 #바람의아이들 #청소년소설 #팬덤 #덕후 #평정의책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