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엄마의 힘 - 규칙을 중시하고 독립심을 키우는
박성숙 지음 / 황소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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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생각이나 인식 차이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장 관심이 많은 교육 부터 복지와 인간관계 등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저자는 "국가의 교육 제도가 한 인간의 삶을 얼마나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라고 물으면 "바꾸기 쉽지 않다"는 대답을 작가의 글에서 밝혔다. 이어서 구가 차원의 교육이나 제도는 개인의 삶을 완전히 바꿀 정도의 변화는 이끌어낼 수 없고, 어머니의 양육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 한다. 그래서 이 책 제목도 <독일 엄마의 힘> 이라고 정했을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이러한 저자의 생각이 조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책은 "독일 육아에 대한 궁금한 9가지, 글로벌 인재로 키우는 독일 엄마들의 자녀교육법, 독립적인 아이로 키우는 독일 엄마의 지혜로운 교육법, 10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독일 엄마의 교육법, 특별한 독일식 교육 문화가 강한 나라는 만든다" 는 5개의 큰 주제를 가지고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하여 '독일 엄마의 힘'을 얘기하고 있다. 저자는 어떤 전문가의 입장이 아닌 독일에서 자녀들과 오랜 생활을 하며 겪은 독일의 교육과 독일 엄마들과 관계를 통해 알게 된 교육법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렇게 저자가 직접 겪은 독일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일 대부분의 부모들이 어떻게 교육하고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를 자세히 알려 준다.

 

우리와 다른 독일의 부모들의 행동을 보면서 육아나 교육에 대한 생각도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갖게 된다. "사랑은 많이 주되 아이를 놓아주세요." 라는 말을 저자는 독일에서 자주 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 말을 하면 "어우~저 엄마는 아이를 방치하는 것 같아~'라는 말을 듣기 쉽다. 독일 엄마의 자녀교육 핵심은 '느림의 미학'인 것 같다고 저자는 말하였다. 독일의 부모는 성적이나 학습태도 보다는 공동체를 위한 양보와 희생을 존중하는 교육을 위해 잔소리 한다고 하며 '학교 교육은 철저히 학교와 교사를 믿고 의지한다.'는 독일 엄마들의 원칙을 말하였다. 정말 부러운 원칙 이다.

 

이러한 원칙이 뿌리내릴 수 있었던 것은 '공동체에 필요한 규칙과 예의'를 중시한다는 독일의 사회적 배경에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고, 이것이 바로 이 책의 핵심이다. 표제의 부제 '규칙을 중시하고 독립심을 키우는' 에서도 이 책의 핵심을 알 수 있다. 독일 학교에서는 공부는 못해도 이해받을 수 없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는 어떤 행동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사회적 배경이 있기에 가능할 것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독일 부모들의 행동들을 읽으면서 우리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그들에게 무척 존경스러웠다.

생후 4일 된 아기와 산모가 함께 외출하는 것이 당연하고, 아이들의 간식은 브뢰트헨이라는 무미건조한 맛의 딱딱한 빵 이고, 아이들 점심 도시락은 버터 바른 빵에 치즈나 햄 한 장 달랑 이고,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3세 이하 영유아는 시설에 맡기지 않는다. 집에는 TV 없는 집이 대부분이고 우리나라 처럼 책을 집에 많이 소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대부분 맞벌이인 독일은 학부모 회의를 밤 8시에 한다고 하니 정말 놀랍다.

특히, 놀랐던 건 일반인과 장애아가 함께 다니는 학교에 아이를 보내겠다는 독일 김나지움 영어교사의 이야기였고 그의 대답은 저자처럼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익숙해지는 것과 습관이 굳어진 다음에 시작하는 것은 좀 차이가 있을 수 있죠. 나는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크게 상관없지만, 자기와 다른 사람들을 편견 없이 받아들이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라고 그는 말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지역 이기주의를 빗댄 '님비현상' 이라는 말이 자연스럽다. 얼마 전에 어느 지역에서 병원 대신 장애인 학교를 설립한다는 소식에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여 뉴스에 올랐던 기억이 난다. 독일 영어교사의 말을 들으면서 우리나라의 '님비현상'에 대해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규칙과 독립심'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의 핵심이다. 앞서 말한 것 이외에도 아이를 장사꾼으로 키운다거나, 엄마와 딸이 지갑을 따로 연다거나, 눈치 빠른 아이로 키우기, 독일 엄마가 아이를 가장 심하게 꾸중할 때, 편견 없이 이혼 가족을 바라보는 독일 사회 등등의 많은 소주제 이야기들이 있지만 결국 핵심은 '규칙을 중시하고 독립심을 키우는 독일 엄마의 힘' 이 주제이다.

육아 휴직 기간 동안 고소득자는 수입이 약간 줄지만, 저소득자는 출산과 함께 오히려 수입이 증가하는 육아지원금, 바펙이라는 정부지원금, 육아 휴직 제도인 엘터른차이트 등의 독일 복지 정책도 규칙과 독립심을 중시하는 독일 부모들과 자녀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부러운 정책들이다.

 

그런데, 서두에 쓴 글처럼 저자는 국가 제도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하고, 어머니의 양육 태도가 자녀의 전 인생을 지배한다고 말한 것이 이해가 안 된다. 독일의 교육제도와 복지제도가 뒷받침이 되었기에 독일 부모들은 학교를 전적으로 믿을 수 있었을 것이고, 워킹맘으로써도 부담 없이 자녀를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공부나 진로에 대한 생각도 사회적 제도가 뒷받침 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독일 엄마들이 대학에 목을 매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어머니의 양육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기는 하지만, 사회적 뒷받침이 든든해야 부모의 양육 방식도 바뀔 거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독일의 교육제도나 복지정책과 국가적 지원이 무척 부러웠고, 내 아이도 독일에서 교육시키고 싶은 마음이었다.

 

저자와 나의 생각이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독일 엄마들의 교육법은 참으로 배울 점이 많았다. 자녀의 행복을 위한답시고 사교육에 내모는 우리나라와 달리, 아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는 독일 부모들의 행동은 경이롭기도 하다. 학교 교육을 존중하고, 1등 보다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지원하고, 공동체의 규칙과 예의를 중시하며, 책임감을 강조하는 독일 부모들의 육아 방침 등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독일 엄마의 힘>은 이렇게 독일 부모의 다양한 교육법을 제시하여서 지금 내 아이를 위해 현재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올바른 육아의 방향을 생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생각나는 글 귀가 있다.

독일 엄마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가하는 자녀교육은 현재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교육이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는 많아도 글을 가르치는 엄마는 드물다. 그림을 그리며 놀아주는 엄마는 많아도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는 드물다. 시종일관 아이의 나이에 맞는 행복을 찾아주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의 삶을 돌이켜보면 나의 행복이란 언제나 저 언덕 위에, 혹은 저 산 너머에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내일의 성공과 행복을 위해 지금 누려야 할 많은 것을 포기하고 인내하며 사는 데 익숙했다.

 

'과연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생각하게 하는 문장이다. 아이의 행복 보다는 지금의 행복 보다는 남들 눈을 의식해서 잘 나 보이기 위해 산 건 아닌지, 더 나은 미래만을 바라 보며 현재의 행복을 부정한 건 아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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