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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마음을 묻다 - 그림책이 건네는 다정한 위로
최혜진 지음 / 북라이프 / 2017년 11월
평점 :
삶에 응원이 필요한 순간,
다시 그림책을 읽다
나는 초딩 아들을 둔 엄마 이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림책을 많이 보게 된다. 그런데 그 그림책들 중 이해가 어려운 것들도 꽤 많았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이라고 해서 마냥 가벼운 책들만 있지 않았다. 유명하다는 작가의 그림책들은 글자가 적은 대신 그림이 많은 것들을 말해주다 보니 조금 난해했던 것 같다. 그들의 그림책은 짧은 문장 안에도 숨어 있는 의미가 있고, 그림 속에도 많은 의미가 숨어있다. 그 숨어있는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나에게는 참 어려웠다. 그렇다 보니 아이에게 읽어줄 때도 무척 재미없게 읽었었다.
그래서 그림책을 보는 작가의 통찰력에 놀랐다. 위로가 필요한 독자들에게 그림책으로 위안을 주는 작가의 뛰어난 통찰에 감탄에 감탄을 했다. 책을 많이 읽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통찰력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작가는 덜그럭덜그럭 흔들리는 마음이 숭숭 빈 공간을 만들었을 때 그 빈틈으로 그림책 한 권이 들어왔다고 이야기 한다. 이후로 그림책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는 작가의 말을 통해서도 굉장히 많은 그림책을 탐닉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를 선택한 이유는 초딩 아들을 둔 부모입장에서 궁금했기 때문이다. 초3인 아들은 표현이 서툴다 보니 친구들과 종종 갈등을 일으켜서 곤란한 경우가 많다. 그런 아들을 위해 저자가 들려주는 그림책 이야기로 녀석의 마음을 다독여 주고, 친구들과 더 좋은 관계를 맺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많이 다른 책이었다.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는 아이들의 마음이 아닌 위로가 필요한 어른들을 위한 책이었다. 다음과 같은 프롤로그에서도 이 책의 제작의도를 알 수 있다.
"그때의 나처럼, 누군가의 내면에 덜그럭덜그럭 흔들리면서 숭숭 빈 공간을 만들고 있다면 그 빈틈으로 분명 꼭 맞는 그림책 한 권이 가닿으리라는 믿음으로 '그림책 처방'을 썼다." 라고....
처음에는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의도와 완전 달라서 살짝 실망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아이가 아닌 내가 위로 받아서 너무 좋았다. 늘 아이 위주로 생각했던 시선을 '나'에게로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준 고마운 책이다.
외롭고 지치고 상처받고 혼란스러운 당신의 마음을 다독여줄 그림책을 처방해드립니다.
이 책을 펼치면 처음 나오는 문장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면의 아픔을 겪을 때가 있다. 이런 아픔을 내면에 흔들거리면서 숭숭 빈 공간이 생길때 라는 저자의 표현이 무척 공감이 간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고민을 듣고 작가는 그에 맞는 그림책 처방을 한다. 자존감이 낮아서 고민인 사람, 삶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사람, 타인의 동정심에 기대려는 고민, 혼혈로 태어나 정체성으로 고민인 사람, 자신 보다 잘 나가는 친구와의 비교로 힘들어 하는 사람 등등 그들의 고민은 내가 했던 고민들,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고민들이었다.
먼저 책의 목차를 보았다. 내가 읽어 본 그림책이 있는지 궁금해서다. 그런데 제목 조차도 모두 생소한 그림책 들이었다. 그래서 낯선 그림책에 대한 호기심으로 제목들을 보았다. 그래도 나는 엄마이다 보니 아들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 보고 싶은 마음에 어떤 책을 녀석에게 읽어주면 좋을지 찾게 된다.
그 중에 여덟 번째 이야기 "자꾸만 남과 비교합니다...질투하고 못난 마음에게"라는 제목이다. 녀석이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질투는 안하지만 "왜 나만 혼내요? 제도 노는데 나는 왜 놀면 안되요? 다른 애들도 다 그러는데 왜 나는 안되요?" 식의 비교를 한다. 물론 이 주제와 딱 맞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남과 비교하고 질투하는 마음은 옳지 못하다는 걸 말해 주고 싶어서 책장을 넘겼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의 고민 이다. 그는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재능 많은 친구를 보면서 한없는 좌절감을 느끼고, 자책하면서 불안하다는 고민을 이야기 했다. 이에 작가가 처방한 그림책은 <<빨간 나무>> 이다.
작가는 말한다. 등수나 점수 같은 숫자에 종속된 비교와 경쟁이 무서운 이유는 그 허기와 갈증에 끝이 없기 때문이라고, 비교는 과장이라고, 비교는 좌절감과 무기력에 빠지게 한다라고 상담자가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도록 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위로를 건넨다.
"<<빨간 나무>>는 절망감의 정체를 직시하고 마음 아래로 깊이 내려가 그 감정에 푹 빠지게 합니다. 자신을 괴롭히던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된 순간, 손끝에 다시 단단한 반동이 느껴집니다. 바닥을 치고 위로 올라갈 준비가 되었다고 느끼는 겁니다. "라고...그러고는, "타인의 정원을 힐끔힐끔 쳐다보던 견눈질을 거두고 자기 안의 정원을 직시할 때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라고 하며, "질투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일르스트레이터 친구도 분명 혼자 있을 땐 다른 작가가 가진 재능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부러워할 겁니다. 제가 아는 한 질투심과 열패감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창작자는 단 한 명도 없거든요." 라고 명 처방전을 내렸다.
초3 아들녀석을 위해 골랐던 주제였는데, 오히려 내가 더 위로받고 깨달음을 얻었다.
작가의 소개 전에 내가 이 그림책을 만났다면 어떠했을까? 작가처럼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까? 작가는 매 페이지마다 보이는 빨간 단풍잎에서 희망을 보았는데, 나도 볼 수 있었을까? 나의 대답은 "NO!" 이다. <<빨간 나무>>를 찾아 보니 쪽수는 30여 쪽이고 텍스트는 굉장히 적고 온전히 그림이 가득한 그림책이었다. 아이들 그림책이지만 나에게도 어려운 책이었다. 작가가 아니었다면 <<빨간 나무>> 그림에 숨은 이야기를 전혀 찾지 못했을 것이다. 작가의 통찰력이 부러울 따름이다.
작가는 이렇게 외롭고 지치고 상처받은 혼란스러운 독자들의 마음을 정확히 짚어서 그에 딱 맞는 그림책을 처방하고,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낸다. 얼마 전 알쓸신잡 프로그램에서 김영하 작가가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김영하 작가는 소설의 매력을 '다양한 생각' 이라고 하였다. 같은 소설을 읽어도 시대나, 환경 등에 따라 개개인이 느끼는 바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다.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를 읽으면서 김영하 작가의 말에 진심 공감했다. 같은 그림책이라도 내가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작가의 그림책 처방전을 통해 새로운 생각과 시각들을 접하면서 나 또한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처한 상황이 다르고 고민도 각양 각색이다. 가끔 삶에 지치고 위로가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럴 때 <그림책에 마음을 묻다>를 추천 한다.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된다. 자신이 현재 갖고 있는 고민을 찾아서 그때 그때 작가가 처방해준 그림책을 찾아 읽으면 된다. 그림책이 주는 위안과 저자의 격려가 새로운 도약의 힘을 주는 명약이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응원이 필요한 순간, 나 또한 다시 그림책을 찾게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