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거닐記 - 함께 걸어 보면 좋은 서울 가이드 북
표현준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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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태어나서 한 아이의 부모가 된 지금 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이 책을 보면서 '아~서울에 대해 모르는게 정말 많구나~' 라고 생각했다. 서울 토박이 이지만 서울에 이렇게 매력적인 곳이 많이 있었고, 안 가본 곳도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웠다.

 

아이의 인생에도 겹겹이 작은 역사가 쌓인다.

아이와 걷고 기록하다 보니

거리의 풍경보다 빨리 변하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했다.

가끔 오랜 기억을 더듬어 함께했던 곳을 찾아가

현재의 모습을 포개어 보기도 했다.

오늘의 산책은 언젠가 미래를 위한 저축인 샘이다.

10년 후,

서울의 풍경은, 또 아이와 나는 얼마나 변해 있을까?

우리 산책의 기록은 의미가 있다.

 

<아이와 거닐記> 도입부에 쓰여진 글귀이다. 여행 사진 작가인 저자는 아이와 같이 느린 속도로 천천히 걸으며 시간을 공유하는 '산책記'를 소개한다고 제작 의도를 말하였다. 나는 같은 부모인데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아이 걸음이 아니라 나의 걸음으로 녀석을 재촉만 해온 것 같아 반성을 했다. "거리의 풍경보다 빨리 변하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했다."라는 구절은 특히 가슴이 찡하다. 녀석이 내 배 안에 있을 때가 엊그제 같은제 어느 새 10년의 시간이 흘러 꼬물이였던 녀석의 모습이 벌써 가물가물 하다는 생각에 한없이 빠른 시간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아이와 거닐記> 라는 제목이 더욱 내 마음에 꽃힌 듯 하다.

워킹맘이어서 아이가 꼬물이였던 시기를 함께 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큰 나는 이제라도 아이와 같은 느린 속도로 거닐고 싶다는 생각 때문일까?

<아이와 거닐記> 제목은 왠지 마음 한켠이 찡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다.

 

작가는 아이와 함께한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여행기가 아닌 '거닐記'를 꼼꼼하게 책으로 담아 느리게 걷기를 희망하는 산책자를 위한 안내서 라고도 밝혔다. 아이와 산책하는 방법이 서툰 나에게 너무도 반가운 안내서 이다. 크게 지역별 가이드서울 대표 추천 스팟 두 파트로 구성되었다. 마포구와 중구 등 강북쪽 지역을 중심으로만 소개되어 있다.

소개된 곳들 중에는 아이와 함께 내가 가본 곳들도 꽤 있다. 상암 지구의 경우 하늘공원·노을공원·메타쉐쿼이아길·평화의 공원은 가본 곳이다. 오래전에 갔었는데 억새축제 때인 가을과 한여름에도 갔던 기억이 난다. 억새축제는 화려한 조명으로 아직도 기억에 남기도 하다. 하지만, 힘들었던 기억도 난다. 어린 녀석이 걷기에는 조금 힘들었다. 남편과 내가 아이를 번갈아 업으면서 언덕을 걸었던 기억에 두 번의 방문 후 아직까지 안 가고 있다. 그런데 저자의 생생한 사진들을 보니 메타쉐쿼이아길은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 이곳 말고 상암 지구의 또 다른 매봉산 자락길·디지털미디어시티는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이 역시 생생한 사진의 힘이다. 숲의 다리를 걷는 엄마와 아이의 사진, 다섯 명의 여인들이 걷고 있는 매봉산의 길을 담은 사진을 보면서 가족과 함께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상암 지구 말고도 홍대·광화문·서촌·북촌·동대문 등의 지역들도 예전에 꽤 많이 갔었는데 내가 모르는 숨은 곳이 매우 많았다는 사실이 무척 놀라웠다. 홍대의 공민왕 사당과 와우산도 몰랐던 곳이고, 이미 알고 있는 청계광장의 이야기도 색달랐다. 북촌의 경우에는 북촌한옥마을만 갔었는데 감고당길·부촌로5나길 전망 좋은 길 등등 멋진 곳들이 많았다. 이외에도 익히 알고 있는 지역이지만 색다른 곳을 알게되는 즐거움이 있었다.

 

이 책은 나 처럼 길치이거나 서울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매우 좋은 가이드 북이다. 지역별 가이드 파트에서는 아이와 느리게 걸을 수 있는 코스를 생생한 사진과 함께 자세히 알려주어서 아이와 나들이 계획으로 머리 아플 일이 없다. 저자가 알려주는데로만 하면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것 같기 때문이다. 각 지역별로 지도가 양 페이지에 걸쳐 보여주어서 길 찾는데도 수월하다.

 

서울 대표 추천 스팟 파트에서는 한강, 서울성곽길, 남산, 경의선 숲길을 소개한다. 이중에서 경의선 숲길이 가장 먼저 가고 싶은 곳이다. 이 곳의 생생한 사진들이 나를 유혹한다.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 여유올운 가족들의 모습 등은 나와 아이 아빠와 함께 걷고 싶게 만들이 때문이다. 더 마음에 드는 것은 도시 중심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과 이국적인 도시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매력적이다. 날씨와 시간만 허락한다면 경의선 숲길을 가장 먼저 가 볼 생각이다.

 

<아이와 거닐記>는 서울의 곳곳을 자세히 친절하게 알려주어 너무 좋은 서울 가이드 북이다.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가이드 북이어서 더욱 좋다. 또한 아이와 함께 한 사진들을 보는 재미가 매우 쏠쏠했다. 내 아이와 함께 한다면 나도 저 곳에서 사진을 꼭 찍어 보고 싶게 만드는 부러운 사진들이었다. <아이와 거닐記>라는 주제에 맞게 구성과 편집 모두 훌륭한 가이드 북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강북 지역만을 중심으로 소개되었다는 것이다. 강남 쪽에 살고 있는 내가 책 속에 소개된 곳을 아이와 함께 가려면 큰 마음 먹고 가야만 한다. 목적은 아이와 느리게 걷기 인데, 목적지 까지 가는 것만 해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강남 지역도 좋은 곳이 있을 것 같은데 강북 지역만 소개되어 너무 너무 아쉽다. 저자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아이와 거닐記> 2편을 강남 지역 중심으로 출간하면 좋겠다.

암튼, 가 보았던 곳은 색다른 팁을 주었고, 안 가본 곳은 좋은 정보들을 알려주어서 고마운 책이다. 남편과 아이와 함께 소개된 곳을 시간이 될 때마다 한 곳 한 곳 찾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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