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릴 때
피에르 그로츠 지음, 레미 사이아르 그림, 박정연 옮김 / 한솔수북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비 오는 날을 참 좋아한다. 보슬비도 좋고, 소나기도 좋고, 주룩주룩 비도 좋다. 비 소리도 좋고 비 오는 날의 분위기도 좋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좋다.

 


일단, 감성을 건드리는 <비가 내릴 때> 제목이 마음에 들고 환상적인 일러스트가 매우 매력있다.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내리는 비와 낯선 나라에서 내리는 비를 상상하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리듬감 있는 짧은 글은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고 편안하게 해주어 좋다. 페이지 마다 이야기 마지막에 보이는 "비가 내려요." 문장은 기분 좋은 여운을 주어서 좋다.

 

판타지 하면서도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고퀄리티의 일러스트는 비 오는 날의 분위기를 한 껏 UP 시켜준다.

비가 오지 않아 쩍쩍 갈라진 땅 위에서 하늘만 쳐다보는 사람과 동물 그림, 창문을 타고 지그재그로 주룩주룩 흐르는 강한 빗줄기 그림, 많은 비로 나무들이 잠기고 물 위로 뛰어오르는 물고기 그림, 초원 한 가운데 커다란 나무 밑에 비를 피하기 위해 몰려든 물소들이 일열로 있는 그림 등등... 각 페이지마다 내리는 비는 바라보는 시선과 느낌들이 다르다.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그림들이 눈을 호강 시켜주어서 좋다.

 

 

빗소리 따라 떠나는 낯선 나라로의 여행

 

우리 집 창 밖에 부딪히는 비만 보다가, 나의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비만 맞다가, 여행가는 차 안에서 듣던 비 소리만 듣다가~

<비가 내릴 때>를 읽으면서 내 주위가 아닌 낯선 나라의 '비'를 생각하고 상상하는 시간이었다.

 

보슬보슬 비가

온 집을 두드려요.

작은 빗방울로

톡톡톡

두드려요.

비가 내려요.

 

비가 오는 깜깜한 밤에 불을 밝힌 집 안에는 엄마와 아이의 그림자가 보인다.

 

창문 너머로 밤새 수천 개의 빗방울들이 떨어지며 지붕을 북처럼 탕탕탕 두드리는 사이 아이는 포근한 침대 속으로 들어가고 엄마는 아이에게 어느 나라 이야기를 읽어준다.

 

땅이 바짝 말라 갈라지고, 식물들도 절반은 말라 있는 나라예요.

사람들은 자주 하늘을 쳐다보곤 하죠.

똑똑똑

반가운 소리를 내며 비가 오지 않을까, 쳐다보는 거예요.

비가 내려요.

 

빗방울 리듬에 맞춰 엄마가 책을 읽어 주는 동안 아이는 베개에 머리를 기댄 체 빗줄기를 지켜본다. 가느다란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고 있다. 주룩주룩~

 

어디선가는 넘실대는 강물에 물고기들이 신나서 팔딱팔딱 뛰어오르고, 끝없이 펼쳐진 초원 한가운데는 물소들이 비를 피하기 위해 커다란 나무 아래로 모인다. 또 다른 나라에서는 쏴아아 별안간 따뜻한 비가 세차게 내리자 사람들이 대야와 호리병을 들고 나오고 벼와 보리가 곧 땅 위로 싹 틔울 준비를 한다. 또 다른 나라에서는 판다가 비내리는 숲속에서 잠이 들기도 한다.

 

엄마가 읽어주는 이야기가 끝이 났어요.

엄마는 책을 덮고

커튼을 친 다음

내게 몸을 숙이죠.

그리고 내 이마와 두 뺨 위로

쪽쪽쪽

뽀뽀 비가 내려요.

 

마지막 장은 아이가 잠들고 핑크색 입술로 가득채운 그림이 참 사랑스럽다. 책을 덮으면서 나도 아이에게 쪽쪽쪽~뽀뽀 비를 마구마구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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