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도깨비 좋은꿈어린이 10
이상배 지음, 김문주 그림 / 좋은꿈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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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겹고, 따듯하고,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도깨비' 라는 단어만 보면 무더위를 오싹하게 식혀 줄 스토리 같지만 앞에 붙은 '수상한' 이라는 수식어가 진짜 수상했던 책이다. '도깨비인데 왜? 수상한 걸까?' 이런 호기심으로 읽었는데, 옛 정서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 한 켠이 짠~했던 동화책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면서 경제가 도시에 집중되고 그에 따라 인구도 도시로 몰리면서 농촌의 빈 집이 늘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뉴스가 아니다. 빈 집이 늘어나는 농가에는 오랫동안 지켜온 삶과 터를 떠날 수 없었던 할아버지, 할머니 들만 계실 뿐이다.

 

<수상한 도깨비>는 이런 농촌의 모습을 수상한 도깨비를 빌어 대신 이야기 한다. 수상한 도깨비는 멍석 도깨비 이다. 박팽이 집에서 박팽이 식구들과 함께 오랫동안 함께한 멍석의 정령이다. 박팽이 식구들도 도시로 떠나면서 빈 집에 혼자 남은 멍석 도깨비는 옛날 그들과 함께 했던 추억을 되새긴다. 추억을 되새기다 보니 그들이 그립고, 그 시절이 너무 그리운 멍석 도깨비 이야기 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옛날에, 그러니까 39년 전에는 도깨비들이 많이 살았어. 집집마다 마을마다 갖가지 이름 있는 도깨비가 정말 많았지.

 

그렇다면 지금은?

도깨비는 영물이다. 세상 모든 물건에는 본디부터 정령이라는 게 있는데, 그 물건들이 사람과 일생을 함께 하면서 영물이 되는 거란다. 그럼 옛날에 많았다는 영물, 즉 이 책에 등장하는 도깨비들은 누가 있을까?

빗자루·호미·부지깽이·똬리·버들낫·절굿공이·키·도리깨·빨랫방망이·코뚜레·멍석·갓·고리짝 등등 이다.

이름에서 알겠지만 우리 생활 주변 모든 물건에는 정령이 있고 그것들이 도깨비가 되어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다. 도깨비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친근한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그 많던 도깨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도깨비도 수풀이 있어야 모인다'는 속담이 있어.

의지할 곳이 있어야 무슨 일이 이루어진다는 뜻이지.

도깨비들은 의지할 것이 무엇이고,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의지하고 싶은 것은 바로 너희들, 아이들이야.

때가 되어도 밥 먹을 줄 모르고, 노는 데 정신 팔린 골목 안 아이들 말이야.

왜냐고? 도깨비도 정말 못 말리는 장난꾸러기이거든.

그런데 아이들이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어.

읍내로 가고 먼 도회지로 떠났지.

 

멍석 도깨비는 위와 같이 말하며 현재 농촌의 모습과 도깨비의 습성을 담담하게 이야기 한다. 멍석 도깨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도깨비들이 사라졌는지 이해가 되고 마음이 짠~하다.

 

어째서 수상한 도깨비 일까?

매롱마을 81번지는 박팽이 씨가 살던 빈집이다. 그런데, 수상하다.

 

팽이 씨 빈 집이 수상한 점?

1. 마당의 무성한 풀이 마구 밟혀 있다.

2. 이따금 두런두런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3. 딸그락딸그락 살림하는 소리가 난다.

4. 안방·사랑방·광 문이 열려 있고, 어느 땐 닫혀 있다.

5. 큼큼, 누린내가 솔솔 풍긴다.

6. 개코(검둥이)가 자꾸 짖는다.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수상한 도깨비, 멍석 도깨비 때문이다. 멍석 도깨비는 팽이 씨가 볏짚으로 새끼를 꼬아 쫀쫀하게 짜 만든 멍석이다. 이 멍석이 닳고 닳아서 도깨비가 된 것이다. 멍석은 여럿이 앉을 수 있는 큰 깔개이다.

 

그 옛날, 식구들이 많을 때는 언제나 밝았지. 일곱 남매 중 노는 데 미친 아이가 밤중에 마지막으로 들어올 때까지 등불이 켜 있었어. 집 안은 만날 와글와글, 법석법석, 시끄럽고 부산스러웠지. 누가 밥을 먹고 안 먹었는지 몰라. 양말, 러닝셔츠, 팬티는 내 것이 없었어. 먼저 신고 입는 사람이 임자였지. 양은 냄비에 가득 비빈 보리밥을 한 숟갈이라도 먼저 많이 떠 먹는 아이가 똑똑한 거였어.

 

옛날, 팽이 씨 식구들은 멍석에 빙 둘러앉아 밥을 먹고, 칼국수도 먹고, 참외와 수박도 먹고, 감자와 옥수수도 먹고, 옛날 이야기 듣다가 잠들고, 엎드려 책도 읽고, 팔베개하고 누워서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하고 개나리 꽃잎 같은 별들을 세고, 달님 구경도 했었지.

 

버려진 집에서 팽이 씨 대신 혼자 지낸 멍석 도깨비는 심심했다. 39년의 세월이 흘러 증조할배도깨비가 되었다. 무성한 잡풀로 쑥대밭이 된 빈집에서 "억수야. 만수야. 백수야. 일수야. 명희야. 경희야. 송희야." 라고 불러 보지만 아무 대답이 없다. 팽이 씨 가족과의 함께 했던 추억에 멍석 도깨비는 그들이 무척이나 그립니다.

멍석 도깨비의 추억은 내가 어렸을 적 추억이기도 하여 나또한 그 때의 정겨움이 그리웠다. 그때는 정말 왁자지껄 했는데......

 

도깨비는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데, 사람과 함께 하는 걸 좋아하는 도깨비는 가끔 사람 눈에 보이기도 한다. 방법은 '도깨비 감투'를 쓰는 것~

멍석 도깨비는 팽이 치기를 좋아 한다. 팽이 씨와 꼭 한 번 팽이치기를 하고 싶어서 감투를 썼다. 엿을 좋아하는 별명이 뺀지이인 둘째 만수의 엿을 나눠 먹기 위해서 쓰기도 했다.

 

멍석 도깨비가 좋아했던 칠남매의 막내 아들 일수가 하늘 나라로 갔던 일, 베도 잘 짜고 효녀 였던 명희와의 추억, 엿을 먹기 위해 뺀질이 만석이를 도와주었던 일, 팽이치기 선수 억수·만수·백수와의 추억, 그리고 팽이치기 챔피언 박팽이 씨와 함께 했던 팽이 치기 등등....

멍석 도깨비와 함께 한 팽이 씨 식구들 한 명 한 명의 추억이 참 정겨웠고, 책을 읽고 있는 나도 그 추억에 함께 빠져서 참 행복한 시간이었다.

 

팽이 씨 식구들과 함께 한 이야기는 아들녀석에게 나의 옛날 이야기 들려주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모든 것이 풍요로운 지금, 나의 유년 시절은 지금 보다 물질적으로 조금은 부족했지만 마음이 여유롭고 풍요로웠던 옛날이 그립다. 굳이 전화 하지 않아도 동네에는 늘 친구들이 있었고, 문 밖에서 이름만 부르면 나왔던 친구들....

구수하고 따스한 스토리와 정겨운 문체는 정말 그때를 그립게 만드는 수상한 도깨비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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