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진짜 나일까? 모두를 위한 그림책 1
다비드 칼리 지음, 클라우디아 팔마루치 그림, 나선희 옮김 / 책빛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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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짜 나일까?>를 읽으면서 어디서 많이 본 느낌이었는데, 알고보니 <달려!>와 <어느 날, 아무 이유도 없이>의 작가였다. 두 작품 모두 철학적인 이야기로 주제가 무겁지만 저자만의 색깔로 주제를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전해주어 인상 깊었다. 그림은 모두 다른 작가 이지만 개성 강하면서도 화풍이 비슷한 느낌이다.

 

<누가 진짜 나일까?>는 인간존엄을 무시하는 물질만능주의 세상에 대해 비판하는 책이다. 기업가가 더 많은 생산을 위해 자신의 공장 노동자들의 휴식을 빼앗고, 복제인간 까지도 만들어낸다. 노동자는 어떤 인권도 없는 하찮은 존재 이고, 기업가는 노동자의 존엄을 무시한 채 복제인간을 만들어도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무거운 주제를 다비드 칼리 작가는 담담하게 얘기한다.

 

나는 공장에서 생산하는 부품의 수량을 계산하는 일을 맡고 있었다.

나는 우리가 만드는 게 무슨 부품인지 알지 못했다. 그 부품의 이름조차 몰랐다.

어쨌든, 나는 내 일에 만족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조금씩, 더 피곤해졌다.

나중에는 결국, 토요일과 일요일 내내 일해야 했다.

"멈추지 말자!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자!" 공장 여기저기에 이런 표지판이 보였다.

 

주인공은 자신의 일에 만족하지만 쉬는 날도 없이 일한다. 물고기에게 밥을 줄 시간도 없고, 친구 만날 시간도 없고, 엄마의 암부를 물을 시간조차 낼 수 없었다. 결국 사표를 내야겠다고 말하는 그에게 사장은 말한다.

 

"이유가 고작 그거였어? 자비에, 자넨 그냥 날 겁 줄 생긱어었군."

"이 주소로 찾아가서 내가 보내서 왔다고 하게. 그들이 필요한 조치를 해 줄 거야."

 

주인공이 찾아간 곳은 미용실 처럼 보였지만 평범하지 않다. 그는 그곳 욕조에서 잠깐 쉬었다 나온 순간 상상도 못할 일이 생긴다. 그와 똑같은 완벽한 복제인간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복제인간은 자비에 대신 집안 청소를 하고, 우체국에 공과금을 내고, 생일을 맞이한 엄마에게 전화하고, 개를 산책시키는 등의 일을 한다. 그러나 정작 자비에는 쉬지 않고 일을 한다.

 

혹시, 내가 복제 인간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우리가 모두 복제 인간이 아니었을까? 일하는 것은 복제 인간인 우리 몫이며, 복제 인간이 아닌 본래의 우리가 집에서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었을까?

 

자비에는 공장에서 도망쳤다. 첫 기차를 타고 남쪽 바다로 갔다. 그는 바다를 참 좋아했다. 몇 년 후 크레이프를 팔며 행복하게 산다. 달콤한 크레이프와 짭짤한 크레이프를 만든든 그는 크레이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는 생각한다.

 

만약 어느 날 나의 복제 인간을 만난다면, 나는 그를 모른 척할 것이다.

그저 다른 사람에게 하듯 그에게 물을 것이다.

"달콤한 걸 드릴까요, 짭짤한 걸 드릴까요?

 

초3 아들이 이해하기엔 내용이 조금 어렵다. 중학생이 되면 이해가 되려나? 그렇기에 사회생활을 통해 인간존엄을 생각해 본 성인을 위한 그림책이다.

무거운 주제만큼 그림도 무겁다. 철학적 스토리와 철학적인 그림이다. 행간에 숨은 스토리를 생각하며 읽어야 하고, 그림 속에 숨은 의미를 생각하며 보아야 하는 그림책이다.

하지만, 인간존엄이라는 주제는 이 책을 읽는 아이들 시선에도 막연한 느낌은 받을거라고 생각된다.

 

내가 밤새 힘들게 일하는 동안

복제 인간이 내 집에서, 내 옷을 입고,

내 책을 읽으며, 나의 삶을 살고 있다.

 

 

나는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반대로 내가 복제 인간이 아닐까?

어쩌면 우리가 모두 복제 인간이 아닌까?

 

 

과연 누가 진짜 나일까?

 

<누가 진짜 나일까?>라는 질문에 아이들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볼것이고, 어른들은 인간존엄에 대한 가치를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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