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모둠? 협동으로 바꿔 바꿔 한겨레 가치동화 4
방미진 지음, 이지은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최악의 모둠? 협동으로 바꿔 바꿔>는 한겨레 가치동화 시리즈 네번째 이다. 자신감·신뢰·배려·협동·정의, 다섯 가지 가치를 테마로 한 초등저학년용 기획동화 시리즈라고 한다. 이 책은 그 중 '협동'을 주제로한 네번 째 이야기 이다. 다른 시리즈는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 책을 통해 다른 시리즈도 연결해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치를 테마로 한 초등저학년용 기획동화 제작 의도에 잘 맞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가치를 테마로 하기 때문에 어른의 잔소리가 들어갈 법도 한데, 이 책은 그런 잔소리가 없어서 좋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3인칭 시점에서 나래이션 하듯 전개되는 구조 이다. 그러다 보니 대화체가 주를 이루고 나래이션이 적절히 들어가서 어린이 TV 동화를 보는 듯하다. 이런 구조는 이야기의 집중을 높이고, 인물들 간의 관계에 집중하여 매우 흥미진진했다.

그래서, 잔소리가 필요없는 기분좋은 동화이다. 굳이 구구절절하게 협동이 좋다는 잔소리를 넣지 않아도, 인물들 간의 대사와 행동을 통해 독자인 아이들 스스로 깨닫게하는 구성이다.

 

A4 반사이즈의 84쪽 분량으로 초등저학년이 읽기에 적당한 두께 이다. 글씨도 크고, 문장간의 줄 간격도 적당하고, 적절히 배치된 삽화와 개성있는 일러스트 모두 저학년에게 딱 맞았다. 너무 예쁘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캐릭터들은 친근하게 느껴져서 읽는 재미를 더한다.

 

만화책을 좋아하는 초등 3학년인 아들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스토리의 힘과 구성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녀석에게 느낀점을 물으니 "싫어하는 친구와 같은 모둠이 되어도 서로 협력해서 친해질거예요." 라고 대답한다. 녀석에게 '협력'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싶던 차에 이 책을 읽고 스스로 저렇게 대답하니 너무 기특하다.

그래서,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함을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다.

 

공부만 잘하면 되지

세라는 삼총사 중 자기만 다른 모둠이 된 것이 불만이다. 게다가 가장 싫어하는 친구들과 같은 모둠이다. 세라 모둠이 청소하는 날이 지만 김바른만 남고 모두 "누군가 하겠지~" 라고 생각하며 각자 이유를 대고 도망?간다. 세라는 청소 땡땡이에 마음이 찜찜하지만, 찜찜한 마음을 모른척한다. 집에서는 시험 백점 맞았다는 이유로 일하고 온 엄마를 향해 "백 점 맞아 봤자 뭐해. 엄마는 짜증만 내는데." 라며 오히려 툴툴 거린다.

 

최악의 모둠

눈이 많이 쌓인 아침, 집 앞 눈을 함께 치우자는 이웃의 말을 세라 부모는 무시하고 그냥 계속 잠을 잔다. 4층에 산다는 이유로 1층 사람이 치우겠지, 일 안 나가는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지~라는 핑계를 대면서 말이다.

모둠수업 시간이다. 종이비행기를 세가지 모양으로 열 개씩 만들어야 한다. 세라는 모둠이 네 명이니까 자신은 빠져도 생각한다. 하지만 같은 모둠인 오대왕은 축구 애기만 하고, 안하리는 종이학을 접고 있다. 김바른 혼자 한숨 한 번 쉬고, 종이 한 번 접을 뿐...다른 모둠은 이미 다 만들고 종이비행기를 날리기 위해 운동장으로 나갔는데 말이다. 세라 모둠도 겨우 만들고 운동장으로 나갔지만 김바른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각자 행동한다.

 

종이배행기는 사랑을 싣고

운동장에 혼자 남은 김바른만 종이비행기 실험을 한다. 모둠숙제를 나몰라라 하는 친구들이 기가 막혀 화도 나지 않고 "후후후후. 인생은 종이비행기처럼 쓸쓸한 거지."라며 오히려 웃는다.

함께 종이비행기 날리자는 김바른을 무시하고 절친 삼총사와 떡볶이 먹으러 간 새라는 가슴이 답답하다. 모둠 활동을 안 하고 도망친 게 조금은 부끄러웠다. 하지만, 절친인 보라와 나미가 자기 모둠 아이들이 너무 좋다며 자랑을 하자 새라는 보라와 나미가 갑자기 밉다. 자신의 모둠 친구들은 다 별로라며 툴툴댔지만, 세라가 제일 별로라고 생각하는 아이는 바로 자신이라는 걸 알고 있다.

김바른 혼자 종이비행기 날리는 모습을 보며 세라는 미안한 마음에 김바른과 함께 한다. 덕분에 김바른은 한결 수어했다. 양심에 걸렸던 오대왕과 안하리도 함께 하며 '협력'의 의미를 깨닫는다.

'협력'의 맛을 알게 된 세라는 집에서도 집안 일을 도우며 뿌듯해 한다.

 

커피 먹고 꽁꽁, 어묵 먹고 꽁꽁

세라 집 수도관이 터졌다. 밤사이 수도관 터진 집이 많아 철물점 아저씨가 내일이나 올 수 있단다. "에이, 하루 사이에 무슨 일 있겠어."라고 방심했던 세라 아빠는 다음날 아침 엄청난 후회를 한다. 4층에 사는 세라집에서 흐른 물이 1층까지 흘러 기다란 얼음 게단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세라 가족은 엄청 추운 한파에 얼음 계단을 녹이기 위해 동분서주 하지만 너무 힘들다. 하지만 이웃들의 도움으로 손이 곱아들 정도의 추운 날에도 힘들지 않았다. 이웃 할머니의 커피 덕분에 이웃들과 부쩍 친해졌다.

오늘은 세라 모둠 청소날이다. 그런데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모였다. 오대왕은 청소가 생각보다 너무 빨리 끝나 아쉽다. 귀찮은 일이라고만 생각했던 청소도 같이 해 보니 꽤 재미있었다. 그리고 한 마디 외친다.

"에잇! 청소 기념으로 내가 오뎅 쏜다!"

어묵을 먹는 내내, 아이들은 끊임없이 웃었다. 별것 아닌 일에도 자꾸만 웃음이 난다. 그리고 세사는 자꾸만 가슴이 두근거린다. 멋진 친구가 세 명이나 생겼으니까~

 

본문이 끝나면 회복적 생활교육 연구소 소장의 '더불어 평화로운 공동체 만들기' 주제로 부모님과 선생님께 드리는 글이 있다. 책을 다 읽은 후 아이와 대화하기에 좋다.

 

나머지 네 개 시리즈물도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작가와 그린이가 모두 다르다. 이 책과 같은 작가분은 아니지만, 기획의도가 좋아서 나머지도 찾아 읽어 봐야 겠다. 딱 저학년 아이들 눈높이에서 '협력' 이란 가치를 심어줄 수 있어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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