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고집과 또 옹고집과 옹진이 마음 잇는 아이 1
유영소 지음, 이현정 그림 / 마음이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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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참 깔끔하고 산뜻하다. 종이의 질도 훌륭하고, 칼라도 전통의 맛이 느껴져 편안함을 준다. A4반 사이즈 크기의 위트 있는 표지도 눈길이 가는 책이다. 왠지 정가는 일러스트에 깔끔함도 묻어 있어 마음에 드는 책이다. 책장을 넘기면 표지 느낌 그대로 위트있는 글과 정가는 일러스트에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옹고집전'은 이미 알고 있는 고전이지만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현대판 옹고집전이 궁금했다.

 

옹고집전은 판소리 열두 마당 중 하나라고 하는데, 마음이음의 신간 <옹고집과 또 옹고집과 옹진이>는 이런 판소리의 맛을 잘 살려서 쓰여졌다. 판소리는 그닥 좋아하지 않지만, 책으로 읽는 판소리 문장은 입에 착착 감기고 운율이 있어서 이야기의 재미가 더욱 배가 되었다. 이미 알고 있는 스토리여서 초딩 아들 보여 주려고 한 책이었는데 오히려 내가 더 재미있게 읽은 이유이다.

판소리를 많이 접하지는 않았지만, 판소리체가 전혀 낯설지 않고 익숙한 재미를 주었던 건 우리 고유의 정서 때문인 듯 하다. 우리 선조들의 위트와 해학이 잘 녹아들어간 <옹고집과 또 옹고집과 옹진이> 이다.

 

옹고집전은 조선후기에 화폐경제가 발달하면서 오직 부만 쫓고 인정을 저버린 사람들이 많아지자 이에 대한 반감으로 나온 작품이라고 한다. 작자 미상의 한글 풍자 소설로 판소리 열두 마당 중 하나이다. 책을 읽으면서 옹고집전이 나온 당시 시대 상황과 현대의 시대 상황이 오버랩 되었다. 산업혁명 세대인 지금의 기성세대의 모습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과학 경제의 발달로 많은 부를 축적했지만, 돈이 돈을 낳으면서 가진 자의 배만 불리고 있는 요즘 부자들이 딱 옹고집의 모습이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이런 사례의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얼마나 더 갖고 싶어서, 얼마나 더 뺏고 싶어서 그렇게 안달을 하다가 결국 파국을 맞이 하게 되었는지...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 씁쓸했다.

 

작가는 이 책을 쓰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옹고집전'이 만들어졌던 옛날 시대와 현 시대를 비교하면 어떤가요? 옛날과는 달리 요즘 시대는 부자들이 존경받고 잘 나누며 살고 있나요? 곰곰 생각해 봤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그래서 옹고집 이야기를 다시 읽고 다시 써 보기로 했지요.

원래의 이야기는 그대로 가져왔지만 사건으 좀 덜어 내기도 하고, 감정을 더 끌어내기도 하고, 원래 <옹고집전>에 등장하지 않았던 '옹진이'라는 인물으 새로 만들면서 옹고집 이야기를 요리조리 굴려 보는 글쓰기가 참 재미있어요.

무엇보다 존재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참됨, 세상에 꼭 필요한 에너지, 그리고 마침내 옹고집을 구원하는 힘인 옹진이의 마음을 따라가는 여정이 안쓰럽지만 믿음직했어요.

 

<옹고집과 또 옹고집과 옹진이>는 이런 작가의 마음이 잘 담아있다. 현실의 부자들 모습을 생각해 보게 했고, 나의 모습을 생각해 보게 됐다. 또한, 원작에 없는 '옹진이'는 옹고집의 막내 아들이다. 옹진이는 말을 잘 못하는데 그 이유를 스토리에서 잘 알 수 있다.

 

"아비가 없느냐, 어미가 없느냐 밥을 못 먹느냐, 옷을 못 입느냐? 이 근방에 너 처럼 잘 먹고, 잘 입고, 잘 사는 놈이 또 어디 있다고 그까짓 말을 못 해? 빌어먹는 거지도 나불나불 말만 잘하고, 앉은뱅이 곰배밮이도 따따부따 잘만 따지는데, 왜 너는 입 벌려 말도 못 해? 대대로 우리 씨에 벙어리는 없고만, 옹진이! 너는 대체 어디서 떨어진 게냐, 응!"

이러고 매질이니, 아비만 보면 아예 입이 딱 붙는 진이라. 따뜻하고 자사한 아비는 고사하고 자식 아픈 데 쿡쿡 찔러 대는 아비만 아니어도 좋겠는데 말이지.

 

옹고집의 매질과 잔소리에 기 죽어 있는 옹진이가 가엽기도 하지만, 천진난만한 모습에 엄마 미소가 절로 번지기도 한다. 말은 어눌해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옹진이의 역할은 이 책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고, 작가가 전하려는 핵심 주제 역할도 하고 있다.

못된 옹고집을 벌 주기 위해 학대사는 가짜 옹고집을 만들었는데, 그의 막내 아들인 옹진이 만은 속일 수 없었다. 이런 옹진이 캐릭터를 만든 저자의 생각은 학대사의 대사와 글을 통해 읽을 수 있다.

 

"쯧쯧쯧! 어리석도다. 참된 재복은 가진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베풀 것이 많으니 나누고 또 나누어 함께 살고자 하는 것! 그 하늘의 뜻을 실천할 기회를 지닌 것이 바로 재복인 것을...."

 

"고얀 녀석! 몽땅 속았건만 너만 아니 속았구나." 하며 스님이 껄껄 웃지 뭐야.

그렇지! 늙었다고 현명한 것이 아니요, 아는 것이 많다고 지혜로운 것도 아니라. 그보다는 마음, 그중에도 첫 마음! 아무걱정도 계산도 없는 순수. 그 힘센 동심이 속지도 속이지도 않은 게지.

 

원작도 시대상황을 반영한 풍자극으로 사이다 같은 해피엔딩인데, 이 책 또한 그러하다. 진짜 옹고집이 부모님을 홀대하고, 제 식구를 막대하고, 이웃을 무시한채 '부'만을 믿고 안하무인 행동하면서 가짜 옹고집을 만나 제가 했던 나쁜짓들을 똑같은 벌로 받으면서 죄를 뉘우치고 착한 사람으로 다시 살아간다는 속 시원한 해피엔딩이다.

 

너무나 재미있게 읽은 <옹고집과 또 옹고집과 옹진이>는 판소리체 문장도 신선했고, 스토리도 탄탄했고, 일러스트와 구성이 잘 짜여져서 초등 전학년 읽기에 훌륭한 책이다. 재미와 함께 교훈도 훈훈하게 전해주어 너무 좋은 양서이다. 가진 자 뿐만아니라 진정한 사람된 도리를 깨우치게 해 줄 <옹고집과 또 옹고집과 옹진이>는 누구나 읽어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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