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인간 에밀 스푼북 창작 그림책 6
뱅상 퀴브리에 지음, 로낭 바델 그림, 이정주 옮김 / 스푼북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투명 인간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상상을 많이 했다. 엄마의 잔소리가 듣기 싫을 때, 내가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하고 싶을 때, 이런 상상을 했다. 투명 인간이 된다는 상상은 슈퍼맨 부럽지 않은 행복감을 맛보게 했다. 초딩 아들도 마찬가지 이다. 투명 인간이 된다면 마음 껏 놀고 싶다고 한다. 나쁜 놈을 혼내주고 싶다고도 한다. '투명 인간이 된다면?' 이라는 상상은 아들과의 세대차이 없이 똑같은 동심의 세계로 들어가게 하여 녀석과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 책이 그러하다. 오랫만에 동심으로 돌아가서 초딩 아들과 공감의 시간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치커리는 먹기 싫고, 초콜릿 무스가 먹고 싶어서 오늘은 투명 인간이라고 다짐하는 주인공 에밀이 딱 나의 모습이고, 아들의 모습이다. 나도 치커리를 좋아 하지 않고, 치커리가 몬지 몰랐던 녀석도 내 설명을 듣고서는 역시나 싫다고 한다. 그러면서, "엄마가 먹기 싫은거 먹으라고 하면 나도 투명 인간 되서 안 먹을래요."라고 한다. ㅎㅎ

좋은거 먹이고 싶은 엄마 마음에 그랬던 건데, 에밀을 보면서 나를 보게 되었고 녀석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어 쑥쓰럽기도 하다.

 

<투명 인간 에밀>은 투명 인간이 되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잘 보여 준다. 양 손으로 베트맨을 만들면 투명 인간이 될 거라는 주인공 에밀의 상상이 너무 귀엽다. 에밀은 정말로 투명 인간이 되었는데, 엄마는 에밀을 볼 수 있는 초능력자 라는 사실이 에밀은 못 마땅하다. 그래서 옷 까지 다 벗고는 진짜 투명 인간이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책 장을 넘기면 "오늘 에밀은 투명 인간이예요."라고 선언하며 오른손은 허리에 왼손은 위를 향하며 다리를 쫙 벌리고 서 있는 위풍당당한 에밀이 있다. 꽉 다문 입술, 무언가 결심한 듯한 눈, 뾰족뾰족 선 머리카락은 에밀이 얼마나 고집이 세고, 개구쟁이인지 딱 보여서 너무 귀엽다.

 

에밀은 치커리를 정말 싫어한다. 하지만 초콜릿 무스는 너무 좋아한다. 에밀은 치커리를 먹어야 초콜릿 무스를 먹을 수 있다. 그래서 투명 인간이 된다. 에밀에게 투명 인간이 된다는 건 멋진 일이다. 투명 인간이기 때문에 엄마 몰래 초콜릿 무스를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안 돼, 에밀! 초콜릿 무스가 먹고 싶으면 치커리부터 먹어!" 라는 엄마의 잔소리~

 

 

분명 에밀은 투명 인간인데~엄마가 어떻게 알았을까? 에밀은 곰곰히 생각했다.

 

아하! 초콜릿 콧수염이 생겼을 거예요. 그걸 엄마가 본 거예요!

 

에밀은 수도꼭지를 틀어서 초콜릿 콧수염을 쓱싹쓱싹 지웠다.

 

"그래, 잘했어. 에밀, 먹기 전에는 손을 씻어야지."

 

아니, 엄마가 또 에밀을 봤다. 어떻게 이럴 수가?

 

아하, 옷! 에밀은 옷을 입고 있잖아요.

미련한 에밀! 그러니까 엄마는 에밀의 옷을 본 거예요.

 

에밀은 속옷 까지 다 벗었다. 그런데 깜짝 손님이 찾아 왔다. 에밀이 좋아하는 줄리다.

 

에밀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어요.

운이 좋게도 에밀은 오늘 투명 인간이니까요.

하지만 줄리는 모든 것을 볼 수 있었어요.

 

 

"휴, 투명 인간이라서 다행이야!"

 

 

까~르~르~르~!!, 푸~하~하~하~하~!!!

투명 인간이 된 에밀이 너무 너무 귀엽다. 속옷 까지 홀랑 벗은 에밀은 좋아하는 여자친구 줄리 앞에 당당하게 서지만 , 왠일인지 줄리의 얼굴이 초록색으로 변하더니 볼도 빨개진다. 투명 인간 에밀은 그런 줄리를 보며 "휴, 투명 인간이라서 다행이야!" 라고 하는데 어찌나 웃기던지~ 아들과 나는 빵 터졌다.

아들녀석은 에밀이 바보 같다며 까~르르르 웃었고, 난 천진난만한 에밀의 귀여운 모습에 푸~하하하 웃었다.

 

글은 짧지만 위트가 넘치고, 그림은 단순하지만 폭풍 재미를 주었다. 투명 인간이 된 에밀의 허당끼는 걸작 중의 걸작이다. 32페지로 쪽 수는 얼마 안 되지만, 투명 인간이 되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풍성한 이야기와 그림이 담긴 책이다.

너무 귀엽고, 이쁘고, 위트가 넘치는 <투명 인간 에밀>~

아이와 재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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