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샘
조수경 지음 / 한솔수북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 멋진 그림책이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어려운 철학적 물음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그림으로 '마음'을 보여 준다. 어른인 나도 '나는 누구인가?' 라는 물음에 쉽게 답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내 아이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무어라고 대답해야 할지 난감할 것이다.

한참 성장기인 아이들은 유아기, 아동기, 사춘기, 청춘기 등의 시간을 거치면서 각자가 겪는 마디 마디의 순간에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직면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자신과의 싸움과 격렬하면 할 수록 더욱 정답을 알고 싶은 욕구가 커질 것이다.

'나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나는 생각한다.' 라는 데카르트의 명언 처럼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알고 싶어 하고, 철학적 물음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것이 본능이라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이런 철학적 물음은 너무도 어렵다. 정답도 없고, 해답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겪는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혜로운 누군가의 조언과 도움이 있다면 해답을 찾는 과정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더욱 멋지게 성장할거라고 믿는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철학적 멘토가 되어 줄 그림책

 

그래서, 이 책이 매우 매력있다. 나도 모르는 '나의 마음'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책의 연령은 유아책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어른이 봐도 좋을 만큼 매력 넘치는 그림책이다.

초3 아들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도 나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었고, 아이도 나름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다.

사실, 철학이라는 영역은 쉽지 않다. 그렇기에 초3 이 이 책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울거라고 생각된다. 물론, 녀석은 글밥이 작고 어려운 내용이 없기 때문에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기에 유아책으로 분류된 점이 아쉽다. 유아기에는 가볍게 그림을 보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고, 초딩은 되어야 이 그림책의 깊은 뜻을 아주 조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밥이 적고, 그림책이라는 이유로 유아책으로 분류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만큼 이 책은 쉬우면서도 어렵다.

 

초딩이든 중딩이든 고딩이든 성인이든 누구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있기 마련이다. 그럴 때  도와줄 사람이 없고, 물어 볼 사람이 없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판화로 찍은 그림 같은 검은색의 늑대와 늑대의 마음을 보여주는 하얀토끼의 모습은 '정체성'에 대한 해답을 멋지게 말해준다.

 

어느 날, 늑대는 샘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란다. 자신과 다른 겁 많고 어수룩한 토끼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두 나를 용감한 늑대라고 생각할 텐데 내가 토끼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어쩌지?'

'우습게 보고 놀려 대지 않을까?'

자신의 마음이 들킬까 두려운 늑대는 토끼를 쫓기위해 으르렁 소리치고, 숲 속에 몸을 숨기고, 미친 듯 달리기도 하고, 샘물을 다 마셔버리려고도 했지만 토끼는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늑대는 토끼와 한껏 실랑이하다 지칠대로 지친 후에야 자신의 마음인 토끼를 제대로 보게 된다.

늑대는 토끼가 꽤 영리해 보였고, 토끼가 점점 좋아졌다.

늑대는 더 이상 숨지 않았다.

오히려 늑대의 마음샘을 본 동물 친구들도 자신들의 마음샘을 보여 주었다.

코끼리는 달팽이, 곰은 거북이, 악어는 오리, 사자는 양, 뱀은 잠자리 등등..

저마다 모양은 다르지만 자기만의 마음샘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누구예요?" 라고 물을 때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그림책

 

자신의 마음을 사랑하게 된 늑대가 용기를 내어 친구들에게 자기 모습을 보여 주자 친구들도 하나 둘 자기만의 마음샘을 보여 준 것이다.

나도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않은 마음샘이 있다. 나의 마음샘이 들키면 늑대 처럼 놀림을 받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늑대가 자신의 마음샘을 사랑하게 되자 용기가 생겼고, 용기를 내자 친구들도 모두 용기를 내는 것을 보며 내 아이도 늑대처럼 자신을 더욱 사랑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다행히도 녀석은 자신을 무척 사랑한다. 스스로 그것을 진짜로 인식하는지 가짜로 인식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녀석이기에 언제든 용기를 낼 수 있는 녀석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을 들여다 보고, 정체성에 대해 용기를 주고, 친구들에게 용기 낼 수 있는 지혜를 주는 고마운 책이다. 이 책은 두고두고 가끔씩 꺼내 읽으려고 한다. 아이가 "나는 누구예요?" 라고 물어 볼 때마다 이 책을 함께 읽으면 좋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