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야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59
미로코 마치코 지음, 김소연 옮김 / 길벗어린이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태초의 신인 '가이아'가 떠올랐다.  가이아는 '대지의 여신', '창조의 어머니', '만물의 어머니' 이다. '흙'을 소재로 하는 생동감 넘치는 그림은 매우 강렬해서 살아있는 생명과 자연을 리얼하게 연상시킨다. 이러한 '흙'의 역동감 넘치는 그림은 만물을 창조하고 생명력을 불어 넣은 가이아 여신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이 책은 글쓴이와 그린이가 동일 인물이다. 그래서 그런지 글과 그림이 하나가 되어 생명력 넘치는 '흙'을 이야기 한다. 글은 한 페이지에 몇 글자 되지 않지만 전달력이 매우 강하다. 그것은 그림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본다. 그렇기에 이 책은 글 보다 그림이 주인공이다. 매 페이지마다 다양한 얼굴을 한 '흙'이 주인공이다. 작가 미로코 마치코의 '흙'은 종이 위에 죽어 있는 그림이 아니다. 자연과 교감하고, 검정 노랑 갈색의 다양한 칼라가 있고, 꿈틀꿈틀, 대굴대굴, 우당탕 쿵쾅 하며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하늘로 솟구치고 날기도 한다. '흙'은 이렇게 만물의 어머니가 되어 생명을 탄생하고, 화합하며, 죽음을 따뜻하게 품어주기도 한다.

 

생명력 넘치는 강렬한 그림으로 자연을 노래한 이 그림책은 많은 상을 수상 하였다. 일본그림책상 대상, 고단샤 출판문화상 그림책상, 쇼가쿠칸 아동출판문화상, BIB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이 책을 보고 나면 이 많은 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그림세계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강렬한 그림에 쏙 빠져들기 때문에 그 흡입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첫 장을 넘기면 페이지를 전부 차지한 황금색 강렬한 태양과 검은색 글씨의 '흙이야'라는 커라단 글씨가 독자에게 인사를 한다. 강렬한 그림만큼 서체도 힘이 넘쳐 에너지가 느껴지는 글씨체이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상단의 태양과 하단의 흙이 마주 하며 서로 인사한다.​ 흙 알갱이 하나 하나 개구져 보여서 전체 이미지가 밝고 경쾌하다.

흙은 물기를 머금어 축축한 뿌리옆에 착 달라 붙어 매우 안락한 표정들이다.

지렁이가 찾아와 꿈틀꿈틀하면 흙은 빙글빙글, 대굴대굴 간지러워 웃는다.

이름 모를 커다란 공룡이 덩더꿍 쿵덕덕 땅위를 지나가면 흙도 덩달아 뛰면서 신나는 춤을 춘다.

거대한 공룡 떼가 우당탕 쿵쾅 지나갈 때는 우당탕 위로 솟구치며 대합창을 한다.

익룡이 저벅저벅 걸어와 지렁이를 잽싸게 물고 날아갈 때는 눈 깜짝할 사이에 하늘을 나는 흙

하양과 함께 떨이지는 흙은 점점 차가워져 깊은 잠에 빠진다.

​흙, 뿌리, 지렁이

세상은 다시 일어나고

검정 노랑 갈색 우리는 모두 흙이다.​

​유화물감으로 그린 듯한 강렬한 붓터치로 섬세하게 그려낸 '흙'

강렬하지만, 따뜻하게 포근함이 느껴지는 편안한 '흙'

​하나 처럼 보이지만 저마다 표정과 색깔이 있는 '흙'

미로코 마치코 작가 덕분에 '흙'의 다양한 모습을 보게 되었고, '흙'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고, '흙'의 새로운 세상을 알게되었다. 너무나 멋지고, 강렬하게 ​다가온 '흙'은 책을 덮어도 그 여운이 계속 남는다. 눈과 마음을 호강시켜 준 '흙이야'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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