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철이는 설날이 가장 즐거워요 - 이호철 사계절 동화 : 설날 이야기 살아 있는 글읽기 19
이호철 지음, 박소정 그림 / 고인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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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설날과 정월대보름의 풍경을 매우 잘 묘사하고 있다. 사투리 입말로 써 내려 갔는데 아마도 저자의 고향인 경상북도 사투리 같다. 구수한 사투리로 쓰여서 더 사람 냄새가 나고 더 정이 느껴지는 설날과 정월대보름의 풍경이었다. 주인공 호철이와 호철이의 가족, 호철이의 개구쟁이 친구들이 겪는 명절의 모습을 따라가면 설과 정월대보름의 풍습과 조상의 정신을 배우게 된다. 사투리여서 이해가 어려운 문장들이 꽤 있었는데, 이런 이해가 어려운 사투리와 전통문화 용어를 따로 주석을 달아 이해를 도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어린 시절이 많이 생각났다. 성인이 되어 가족을 이룬 후 발길을 끊었던 큰집에서의 명절을 지냈던 기억이다. 서울에 살고 있던 어린 시절의 나는 때가 되면 큰 집에 갔었는데 엄청 많은 친척들이 무척 반겨 주었던 기억이 난다. 맛있는 음식과 강가에서 얼음을 깨며 재미있게 놀았던 추억을 되새길 수 있었다.

 

이 글은 시골에서 사는 대가족인 호철이네 가족을 중심으로 그 마을 공동체의 설날과 정월대보름 풍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1950년대 끝쯤에서 1960년대 시작 때쯤 저자 집안의 설풍경이라고 한다. 설 명정을 맞아 흩어졌던 친인척 들이 호철이네 집으로 모여 든다. 설추석 명절때만 새 옷을 입을 수 있다거나 돈 벌기 위해 서울 공장을 간 복이 누나와 서울 어느 부잣집에 식모살이 간 득이 누나도 오는데, 이런 이야기 등을 보면 그 당시의 사회배경이 스토리 속에 잘 드러나 있다.

 

설풍경과 정월대보름의 풍경이 매우 자세히 묘사되어 글을 읽다 보면 풍경이 머릿 속에 그려진다. 당시의 보통 서민들은 설이나 추석명절 때에만 새 옷을 입을 수 있었 던 모양이다. 옷과 신발이 낡아 새 옷과 새 신을 받은 주인공 호철이의 행복한 모습은 독자들도 그 기분을 느낄만큼 감정 표현이 섬세하다. 말린 곡식을 뻥튀기 기계에 튀겨내는 과정과 그 앞에 모여든 아이들의 모습은 매우 정겹다. 설을 맞기 위해 떡을 찌고 강정을 만들고, 제사음식 등을 만드는 과정 등이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지금은 거히 볼 수 없는 책 속 이런 우리 전통의 모습은 어른 독자에게는 추억을 어린 독자에게는 신기함을 준다. 70년대를 살았 던 난 명절이 되면 맛있게 먹고 놀 줄만 알았었지 종가집 어른들이 이렇게 많은 일들을 했을 거란 걸 상상도 안 했었는데, 참 많은 걸 느끼고 배우게 해주는 책이었다.

 

설 명절에는 아이들은 마냥 신나는 날이지만, 어른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하루 24시간이 부족 할 만큼 할 일이 너무 많다.  설 몇일 전 부터 가래떡을 뽑고, 조청을 만들고, 돼지를 잡는 등 음식 준비를 하고 설이 되면 제사음식들을 준비하며 손님을 맞기도 하고, 설이 끝나면 바로 동제 지내고, 정월대보름을 맞기 위해 어른들의 시간은 여전히 바빴다. 반면 아이들은 가래떡을 조청에 찍어 먹고, 돼지 잡으면서 나온 오줌보로 축구를 하고, 세배 하고 용돈 받는 등 신나기만 하다. 이렇게 60년대 시골의 설과 정월대보름 풍습이 구수한 사투리로 세세히 묘사되어 당시의 모습을 상상하며 읽을 수 있었다.

 

스토리 속에는 우리 설명정과 정월대보름의 다양한 풍습들이 나온다. 설빔, 설음식, 차례, 세배, 동제, 풍물놀이, 쥐불놀이, 정월대보름, 오곡밥, 부럼, 귀밝이술, 달불놀이, 달집태우기, 다리 밟기, 윷놀이 같은 세시풍속이 마을 공동체의 전통 문화 속에 아이들의 놀이로 자세히 묘사되어 있어, 우리 전통 풍습의 추억과 상상과 호기심을 주고 있다.

 

시중에는 명절을 주제로 한 책들이 다양하다. 이 책도 그 중 하나이지만 우리 설날과 정월대보름의 풍습을 이렇게 자세히 재미있게 풀어낸 책을 드물거라고 생각된다. 굳이 그림이 없어도 당시의 풍경이 머릿 속에 자동으로 그려지는 세세한 묘사들이 매우 훌륭하다. 명절을 간략하게 설명하는 책들도 좋지만 이렇게 호철이 가족을 중심으로 마을 공동체가 함께 하는 명절의 모습은 더 없이 따뜻하고 푸근하다. 이런 풍경은 삭막한 오늘 날의 모습과 대조되어 그 시절의 넉넉했던 마음이 매우 그립기도 하다. 정겨웠던 그 시절의 풍경을 잘 느낄 수 있는 <호철이는 설날이 가장 즐거워요>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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