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철이와 해바라기 세상 바꾸기 즐거운 동시 여행 시리즈 11
신현득 지음, 신경순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문비어린이의 시집들은 따뜻하고, 재치있고, 참 예쁘다. 가문비어린이의 시집들을 읽으면 우리말이 얼마나 풍성하고 아름다운지 잘 느껴진다. 아이들의 동심을, 아이들의 마음을 예쁘고 밝게 해주는 동시들이 참 좋다. 가문비어린이는 이번에도 동시집 신간을 들고 나왔다.

 

 

동시단의 원로 신현득 선생님의 한국 최초 한국 최초의 '연작 동화시집'

 

이번에 만난 <용철이와 해바라기 세상 바꾸기>는 기존의 동시와는 다른 새로운 형식의 '동화시집' 이다. '동화시'는 형식면에서는 시적인 짜임을 가지고 동화적인 내용을 담은 동시라고 한다. 이 시집의 또 다른 특성은 하나의 주제로 엮어진 '연작 동화시집'으로 동시 역사에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이 시집을 읽기 전에는 앞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되었는데, 시를 읽으면서 이해가 되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진 동화같은 스토리인데, 그 스토리가 동시의 형식으로 쓰여진 것이다. 이런 동화시의 책을 처음 접한 나에게는 매우 신선한 감동을 주는 책이었다. 스토리가 주는 따뜻함과 아름다움이 동시의 형식을 빌려서 더욱 진한 여운을 남기기 때문이다. 동화와 시가 만나서 강한 시너지를 뿜어낸다. 이런 새로운 시도를 한 저자가 대단해 보인다. 그냥 동화를 쓰는 것 만으로도 대단한데, 동화를 운율에 맞춰 쓴 자체가 엄청난 능력을 가진 분이라고 생각된다.

 

 

용철이와 해바라기 세상 바꾸기

 

이 책의 주인공은 사람인 용철이와 식물인 해바라기 이다. 해바라기의 키가 부러운 용철이와 사람이 돼봤으면 했던 해바라기는 서로의 몸을 바꾸어 바뀐 세상을 경험하게 되는 판타지 동화 이야기 이다. 8개의 큰 주제 안에 용철이가 된 해바라기와 해바라기가 된 용철이의 이야기를 동시의 형식으로 이야기한다.

 

1. 용철이와 해바라기가 몸을 바꿨지

사람과 해바라기가 몸을 바꾸다니? 세상에 이런 일도 있나? 꼬마 용철이는 해바라기 되고, 해바라기는 용철이 됐단다. 용철이는 해바라기의 키가 부러웠고, 해바라기는 사람이 돼봤으면 했던 거지.

 

"용철이 너, 왜 날 쳐다보니?" 해바라기가 물었지.

"네 키가 부러워서 그래." 꼬마 용철이가 말했지.

"난 용철이 네가 부러운 걸. 걷고 뛰어다니는 게 좋아 보여."

"그럼, 우리 서로 몸을 바꿀까?"

"그거 좋지."

 

2. 학교에 간 해바라기

해바라기가 학교에 갔대. 용철이 노릇을 한 거야. 반 동무들은 진짜 용철인 줄 알았지. 수학 시험에 100점을 맞아 칭찬을 독차지하고 먹새가 좋아, 힘이 생겨서 씨름판 판막음도 했지. 골목 축구에서 인기를 얻었지, 학교생활에 재미가 쏟아졌지.

 

용철이된해바라기, 무엇이나 잘 먹는다. "밥 맛있다, 맛있다. 김치 맛있다."

채소 골고루. 휘딱휘딱 먹는다. 사람 몸 바꾸길 잘했지. 이렇게 좋은 음식 먹는 건 사람이 됐기 때문이다.

 

3. 초록나라 우리는 산소 공장

식물은 누구나 자기 영양을 자기가 만들지. 산소를 만들어 사람과 동물이 숨 쉬게 한다는 건 놀라운 사실이야. 용철이는 해바라기가 돼보고 그걸 알았지. 초록식물은 모두 녹말 공장이면서 산소 공장이지. 식물이 만들어 준 산소로 동물이 살고 있다니....

 

초록식물은 초록나라 국민인 걸.

해바라기는 초록나라 해바라기. 버드나무는 초록나라 버드나무다.

초록나라 말을 나누며, 때 맞추어 꽃 피우고 열매 익힌다.

해바라기 말은 초록나라 표준말. 꽃다지네, 냉이네 말은 사투리다. 그래도 서로 잘 알아듣지.

해바라기 돼보고 용철이가 안 것.

 

4. 태백산에 오른 해바라기

해바라기는 세상을 고루 살피면서 사람공부를 한다. 사람들이 산소를 만들어 주는 초록식물을 고맙게 여긴다는 것도 알았다. 바다에 가보고 바다의 크기에 놀란다. 태백산에까지 올라가 나라 모습을 살피고, 들 구경을 하면서 농부의 슬기를 생각한다. 반장 선거에서 해바라기가 반장에 뽑혔으니, 쨘!

 

오늘의 사람공부는 들 구경이다. 반 동무 민수와 들길을 걸었지.

'저 많은 곡식을 사람들이 가꾸는 군.' 사람은 슬기롭다. 사람은 부지런하다. 사람들은 훌륭해!

용철이된해바라기가 생각했지.

 

5. 해님 손은 골고루

해바라기된용철이는 해바라기와 초록식물의 생각을 모두 알게 되었지. 이들이 사람의 손길을 고마워한다는 것, 햇빛을 고마워한다는 것을 알았지. 단비가 초록식물의 생명을 이어 준다는 것도 알았지. 세계를 돌아다니는 바람이 좋은 친구라는 것까지. 아침마다 만세 소리 내는 무궁화나무에게서 감동을 받기도 했지.

 

해님이 벙글거리며 하는 말,

"나를 닮았대서 더 사랑하진 않지. 나는 온갖 생명의 어머니거든."

"내 손은 골고루야." 골고루 쓰다듬고 골고루 사랑을 주는

해님의 손!

 

6. 손 잡고 사는 사람

해바라기 눈에 비친 사람의 생활은 놀라운 것이었지. 사람들은 서로 손 잡고 도와가며 살고 있었지. 법이 있어서 질서를 지키게 하고 있었지. 예술을 즐기고, 과학을 발전시켰지. 이에 대한 모든 기록이 도서관에 모인 걸 보았지. 그러나 무기의 역사는 알고 보니 실망이었어.

 

뭐냐? 사람들이 쌈박질을 해? 착하게만 보이는 이들이 다툼이라니?

그것을 전쟁이라 한다지. 골목 전쟁이 나라 전쟁으로 나라 전쟁이 세계 전으로 커졌다지. 세계 전쟁이 두 차례나 있었다니.

 

7. 고마움 아는 초록나라

해바라기의 흙의 고마움을 생각한다. 흙은 여문 씨앗을 받아서 겨울 동안 잠재웠다가 봄이 되면 새싹을 틔워 준다. 농부의 손이 고맙다. 농부는 땀을 흘려 들을 가꾸어 준다. 농부가 가꾸는 농작물 하나가 해바라기다. 초록나라에 게으른 식물은 없다. 욕심 부리는 식물도 없다. 그러면서도 곤충과 새와 짐승을 먹여 살리고 있다. 초록나라 초록식물은 모두 착하다.

 

흙보다 더 큰 손이 있을까? 한 들판이 하나의 손이다.

지녔던 영양을 어린 싹에게 주고, 지녔던 물을 주어, 온작 초록시물이 목마르잖게 한다. 그래서 흙은 고마운 어머니!

해바라기 돼보고 용철이의 생각.

 

8. 내가 용철이예요

해바라기 세상에서 해바라기 공부를 한 용철이는 사람으로 돌아가서 더욱 식물을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초록나라 식물 모두는 착하게 살아가고 있지만 고통이 있다는 걸 안다. 해바라기도 사람공부를 그만하고 해바라기로 돌아가기로 마음먹는다. 좋은 일만 있는 줄 알았던 사람의 세상에서 다툼이 있다는 것은 실망이었다. 전쟁은 더 큰 다툼이라니?

 

용철이된해바라기가 해바라기된용철일 찾아왔지.

-우리 이젠 바꿔야 겠다. 넌 2학기 공부를 해야 되거든, 내 하던 반장을 계속하면 된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너는 씨앗을 여물게 해야 돼. 많은 해바라기 친구, 초록친구들과 헤어지는 게 아쉽네.

-나도.

둘은 몸을 바꾸기고 했지, 용철이는 용철이로 해바라기는 해바라기로.

-하낫두울 얍!

해바라기는 해바라기로 우뚝!

용철이는 집을 향해 달렸지.

 

하나의 주제로 이어진 8개 소주제 안의 일부 동시들을 부분부분 발췌하여 위와 같이 적어 보았다. 시집인데 동화처럼 읽었다. 먹새·판막음·주적거리며·꼬시다 등 예쁜 우리말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사람 시선에서 인간사회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고, 초록나라 입장에서 초록세상을 볼 수 있었다. 사람과 자연은 서로에게 감사한 존재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용철이와 해바라기 세상 바꾸기>는 지금 이 순간이 감사함을 알게 해 주었다. 그리고, 동시도 재미있다는 걸 알려준 즐거운 동시 여행의 세계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