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란 이런 거예요 - 2016 볼로냐 라가치 상 논픽션 대상 수상작 내일을 위한 책 1
플란텔 팀 지음, 미켈 카살 그림, 김정하 옮김, 배성호 추천 / 풀빛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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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어수선하다. 엄청난 권력을 가진 자에 의한 얼룩진 우리 사회의 현실 때문에 고사리 손으로 촛불을 들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지금보다 더 좋은 미래가 될거라는 희망도 가지게 된다.

 

지난주에 어쩌다 어른에서 내가 좋아하는 역사를 읽어주는 남자 설민석님의 강연이 있었다. "2017년을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면 좋을까요?"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는 다음과 같이 감동적인 말을 하였다. "역사적으로 정유년에는 우리나라에 힘들었던 적이 많았다. 420년 전 정유년을 본받았으면 좋겠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에서 왜군을 대파하여 기적을 만든 해"라고 말이다. 그리고 "2017년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화위복'의 해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바램을 이야기해서 폭풍 감동했었다. 그의 말처럼 2017년이 전화위복의 해가 되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더욱 행복하고, 밝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2016년 볼로냐라가치상 대상 수상

 

이러한 시국에 이 책은 매우 의미가 있다. 독재자의 민낯을 낱낱이 보여주고, 이와 함께 독재자의 비참한 마지막 까지 담담하게 이야기하여 진정한 '자유'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이렇게 매우 무거운 주제를 아이들 눈높이에서 어른도 함께 공감할 수 있기에 더욱 가치있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텍스트가 많지는 않지만, 수필 느낌의 시를 읽는 듯한 호흡이 짧은 문장이 아이들도 이해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주제의 의미를 쉽게 전달해주고 있어 저자의 집필 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문장 뿐만아니라 페이지를 꽉 채운 일러스트도 매우 훌륭하다. 현대의 미술작품을 보는 듯한 세련된 일러스트는 텍스트 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추상적인 듯 하지만 독재자의 삶과 사회적 상황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일러스트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책은 <내일을 위한 책> 시리즈로 2016년 볼로냐라가치상 대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책을 읽는 내내 2016년에 왜 상을 받았는지 공감하며 읽은 훌륭한 책이다.

 

 

40여 년 전의 독재와 지금의 독재

 

이 책은 40여 년 전에 스페인에서 이미 출간 되었는데 2015년에 일러스트가 새롭게 바뀌어 재출간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이 출간될 당시의 스페인은 독재자 프랑코가 사망한 지 몇 년 지나지 않은 시기로 민주화를 위한 첫 변화들이 탄생하는 과도기 상황에서 '보다 나은 내일' 위해 이 시리즈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원래의 시리즈명도 '내일을 위한 책'이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금 읽어도 전혀 과거의 이야기 같지 않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과 너무도 같기 때문이다. 정당한 노력이 빛을 보지 못하고, 검은 돈으로 세상을 좌지우지 하는 권력자들의 행태는 40여 년 전의 독재자와 다를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공화국이라는 타이틀은 허울 좋은 자유를 표방 할 뿐, 그 이면은 보이지 않는 검은 힘으로 언론 탄압과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전에 이런 배경지식을 아이와 이야기한 후 읽으면 더욱 공감하며 읽게 된다.

 

이 책 추천의 글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사람들이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내용들이예요. 힘센 사람이 제멋대로만 해서도 안 되고, 신분이 높다고 해서 또 남자라고, 여자라고 해서 차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아요. 민주주의를 열어 가기 위해서는 생활 속에서 다름ㅇ르 인정하고, 서로 의견을 모으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분들이 만들어 가고 싶은 내일은 어떤 모습인지 떠올려 보면 어떨까요" 라고....

책을 읽다 보면 추천인이 말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생각해보게 되고, 미래의 모습을 떠올려 보게 된다.

 

 

독재란 이런 거예요

 

글과 그림은 '독재자'에 대해 직설적으로 말하고, 표현하고 있다. 에둘러 말하지 않는 직설적인 표현이 전혀 거부감이 없고, '독재자'라는 권력과 그에 반하는 '자유'에 대해 올바른 사고를 할 수 있다. 은유적 표현도 쓰고 있는데 그 또한 핵심을 콕 집어낸 은유여서 무척 직설적으로 느껴진다. 이런 적절한 은유와 직설적인 표현, 개성 강한 일러스트는 아이들이 읽기에 부담감이 없고 이해가 쉬워서 효과적인 주제 전달에 매우 훌륭한 구성이다.

 

초록색 배경의 첫 장에 "독재는 받아쓰기 같아요. 한 사람이 해야 할 것을 말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 말대로 해야 하거든요."라고 검은 글씨로 말하고, "나는 복종해야 한다"라는 하얀색 큰 글씨가 있는 장면은 매우 강렬하게 다가 왔다. "독재=받아쓰기" 라는 표현이 진심으로 공감되기 때문이다. 이어서 독재자에 대해 이 책은 계속 말한다.

 

독재자는 명령하는 사람이에요

자기 스스로 모든 것의 주인이라고 정했어요

독재자를 지지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아요

대부분의 사람은 지지하지 않지만요

억지로 일어난 날에는 닥치는 대로 야단치며 하루를 시작해요

복종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벌을 주어요

모두 독재자가 두려워 복종해요

(중략)

독재자는 명령하면서 하루를 보내요(중략)

독재자는 큰 행사를 좋아해요

(이하 생략)

 

라며 이렇게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시키는 대로 묵묵히 일하지만 생각이 없는 건 아니예요. 생각을 하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되어요." 라고 글을 이어가며 마지막 장에는 노란색 바탕에 "독재의 역사가 끝이 나면, 곧바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됩니다."라는 글과 함께 두 페이지를 차지하는 "자유"라는 큰 글자가 가슴을 뛰게 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미래를 밝히고 있는 작은 '촛불'이 꺼지지 않고 '횃불'이 된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 같아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새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밝고 건강한 미래를 위해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이 책을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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