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
이재운 지음 / 책이있는마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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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고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이 무엇이 있을까?' 궁금했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이라는 말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이것 또한 궁금했다.

 

사진인화지 같은 재질이데 조금 더 두꺼운 표지를 8개의 구멍이 뚫린 표지로 한 겹 더 감싸은 디자인의 한 손에 잡히는 작은 사전이다. 한 겹 더 감싸은 표지 안 쪽에는 작가에 대한 설명이 있다. 알고보니 그 유명한 <소설 토정비결>의 저자였다. 이 외에도 다수의 소설을 썼고, 1994년부터 우리말 어휘 연구를 시작하여 우리말 시리즈의 저서도 다수 썼다고 소개되어 있다.

 

책장을 넘기니 '들어가는 말'이 나온다. 저자는 여기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를 아래와 같이 밝히고 있다.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은 우리말 어휘를 더 바르고 정확하게 정의한 사전이다. 아울러 우리말 어휘에 생명과 힘을 부여한 성과물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이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시리즈'와 함께 우리말을 가다듬고, 키우고, 늘리고, 또렷하게 자리 잡는 데 도움을 주리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우리말이 자리 잡지 못한 혼란기인 1958년에 태어나 유신 교육을 받은 세대로 우리말이 문학 언어가 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고 한다. 우리말이 우리 문학 언어가 된 지 불과 100여 년 밖에 안 됐다고 하여 놀라웠다. 이렇게 우리말이 짧은 역사를 가진 만큼 우리말로 표현이 잘 안 되니까 한자어를 갖다 쓰는 것이 일반적이 었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사전 작업을 20년째 놓지 못하고 소설 쓰는 일 말고도 사전 펴내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고, 그 결실이 이 책인 것이다.

 

 

모호한 우리 말이 이렇게 많았다니~!!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저자가 이 책을 왜 썼는지 서문에서 밝힌 것 처럼 그 의도를 잘 알 수 있었다. 우리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알 수 있다는 말 처럼 애매하게 쓰이는 말들이 꽤 있다는 건 일상적으로도 느끼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 많은 말들을 찾아서 올바로 기록하고, 바른 어휘 정보를 찾은 저자가 얼마나 많은 공을 들여 이 사전을 집필하게 되었는지 느껴졌다.

 

태아는 언제부터 사람인가

노총각, 노처녀의 기준은 몇 살

장정은 몇 살가량의 남자를 가리키나

강아지는 얼마나 자라야 개가 되나

나비와 나방은 어떻게 다른가

얼마나 피어야 '벚꽃이 피었다'고 할 수 있나

열대야는 어떤 밤을 가리키나

태풍과 폭풍의 차이는

낮과 밤의 경계는

세월과 시간은 뭐가 다른가

등등...

 

사람 관련/ 동식물 관련/ 기상·자연현상 관련/ 도량형 관련/ 시간, 계절 관련/ 지리, 지형 관련/ 법률, 규정, 약속 등에 따른 구분/ 어휘에 따른 구분/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한자어

 

이렇게 9개의 장으로 크게 나뉜 후 각 장에 해당하는 어휘들을 위와 같이 물어보고 있다. 태아, 노총각, 노처녀, 강아지, 개 등등 평소 많이 사용하는 단어이지만 애매모호 하다고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책을 통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많은 어휘들이 꽤 애매 모호 하다는 사실을 새삼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이 재미있다. 모호했던 말들에 의문을 갖고,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재미있게 생각의 사고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말 백과사전인데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이어서 일반 국어사전과는 많이 다르다. 위와 같은 어휘들이 자로 무 자르 듯 정확하게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상황에 따라 그 구분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태아는 언제부터 사람인가' 에서는 낙태 찬성론자와 반대론자의 입장이 다르고, 민법·모자보건법 등의 법으로도 입장차에 따라 그 기준이 달라진다. 또한, 나라별로도 상대적 입장차에 따라서도 매우 달랐고 시대에 따라 변화하기도 해서 놀라웠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성년자와 성인의 차이도 청소년보호법, 청소년기본법, 인천광역시 시립체육시설 관리 운영 조례, 거제시 자치법규, 김포시청 자치법규 등 각각의 상황에 따라 서도 미묘하게 틀려서 무척 헷갈린 것도 많았다.

 

그래서, 이 사전에는 100점 정답을 말하지 않는다. 물론 정답을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적이며 절대적이기에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어휘의 의미를 설명하여 애매모호한 어휘들을 올바로 생각할 수 있도록 사고의 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작지만 매우 알차게 우리말을 올바로 알리는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은 저자의 많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평소 아무 생각없이 써 왔던 어휘들을 되짚어 보면서 올바른 어휘를 쓰는데 도움이 되어 줄 사전이다. 책장에 꽂아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면 좋을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우리말 백과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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