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해부도감 - 인간과 자연이 빚어낸 결실의 공간, 농장의 모든 지식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담다 해부도감 시리즈
줄리아 로스먼 글.그림, 이경아 옮김 / 더숲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감이 이렇게 재미있어도 돼?

 

<도감>이라고 하면 세밀한 그림과 매우 작은 글씨에 두꺼운 두께를 자랑하는 지루한 책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선뜻 눈길이 가지 않는다. 유아때부터 아무편견 없이 도감을 접해 왔다면 모를까, 나 처럼 도감에 대한 편견이 있을 경우엔 도감은 그냥 책꽂이에 먼지 쌓인채 방치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줄리아 로스먼의 <농장해부도감>은 아래와 같이 이런 나의 편견을 완전히 깨부셔 주었다.

 

첫번째 편견, 촘촘한 줄간격의 빡빡한 깨알 글씨

정말 도감이 맞나 싶을 만큼 오히려 여백의 미가 있어서 깜놀했다. 물론 깨알 글씨가 있지만 적당한 여백을 두었고, 서체도 위치에 맞게 변화를 주어서 한 가지 글씨체를 고집하고 있지 않다. 또한 문장의 위치도 정형화 되지 않고 그림과 조화를 이루는 다양한 배치로 하나의 작품을 보는 듯 하여 즐거움을 준다.

 

두번째 편견, 감정없는 세밀한 그림

도감이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그림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실사나 실사와 같은 세밀한 그림이 깨알 글씨와 함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실사도 없고, 실사같은 세밀화도 없다. 그런데 이 책은 도감이 맞다. 세밀화는 아니지만 그림들이 주제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렇기에 수채화 풍의 부드러운 칼라감으로 정이 느껴지는 따뜻한 일러스트가 인상적이다.

 

세번째 편견, 내용이 전문적이어서 지루하고 어렵다

이 책은 농장의 모든 지식을 담은 전문적인 서적이다. 자급하는 삶을 꿈꾸는 도시인들을 위한 시골 생활 안내서로서의 정보가 친절하게 설명된 도감이 맞다. 그렇지만, 내용이 어렵거나 지루하지가 않다. 술술 읽힐뿐만 아니라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즐거움까지 주고 있다.

 

위와 같은 3개의 편견을 깨는 도감이지만 100프로 도감이 맞다. 농장의 생활을 해부하는 도감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농장해부도감>이다. 뿐만아니라 요리레시피, 고기의 부위, 천연염색 등의 생활과 밀접한 정보도 있어서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도감이기도 하다.

 

책의 모든 것들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채워주어서 좋았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 중의 하나가 '닭을 위협하는 짐승들'을 설명하기 위한 페이지 였다. 설명을 위해 텍스트나 동물의 모습을 그리지 않고, 닭을 위협하는 짐승들의 발자국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붉은 스라소니, 코요테, 피서켓, 밍크, 라쿤 등이 었는데 요런 발자국은 굳이 찾아 보지 않는 이상 볼 일이 없어서 무척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이 책은 반양장본으로 A4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228쪽 분량이다. 속지가 약간 두꺼운 도화지여서 두께와 무게가 좀 된다. 답답하지 않은 보기 좋은 구성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농장의 생활을 꿈꾸는 사람이 읽는 전문 도감이지만, 관련없는 아이나 어른이 읽기에도 훌륭한 도감이다. 전문서적으로서도 생활 속 서적으로서도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는 서적으로서도 좋은 도감이다.

 

조금 아쉬운건 저자가 뼛속까지 뉴요커인 미국인이어서 농장생활과 기후 등이 미국의 농장을 기준으로 설명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것이 절대 단점이 아니다. 기후나 토양 등이 우리나라와 차이는 있겠지만, 농장에서의 생활은 비슷할 것 같기 때문이다. 더불어 미국의 농장생활도 자세히 볼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자급하는 삶을 꿈꾸는 도시인들을 위한 시골 생활 안내서

 

뼛속까지 도시인인 저자는 유년시절을 농장에서 보낸 남편 덕분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남편의 부모님이 계시는 농장 가는 길에 펼쳐진 끝없는 평원과 농장의 모든 것들이 저자에게는 놀랍고,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머리말에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번 책을 작업하는 동안 자급하는 삶에 대해 많은 걸 배웠으며 남편 매트가 성장한 삶의 뿌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남편의 성장 배경이 된 삶의 가치와 전통을 미약하나마 우리의 평범함 일상으로 가져오고 싶다." 라며 말이다.

 

저자의 바램처럼 이 책은 자급하는 삶을 꿈꾸는 도시인들을 위한 시골 생활 안내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남편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농장을 배경으로 땅을 일구는 것부터 시작해서 농장의 구조, 다양한 농기계와 농기구, 논밭의 가종 작물들, 농장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동물을 따뜻한 그림과 쉬운 설명으로 보통 사람들이 이해가 쉽도록 되어 있다. 중간 중간 농작물을 이용한 레시피나 농장의 동물들에게서 얻는 털, 우유 등의 생활 속 지식이나 상식도 얻을 수 있다.

 

또한, 시골에서 만들고 맛보는 요리 CHAPTER6과 자연에서 하는 취미생활 CHAPTER7 에서 다양한 요리 레시피와 고기 손질법, 천연염색, 인형 만들기 등의 재미있는 실속 정보도 다루고 있어서 재미를 더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