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집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달의 책 상수리 그림책방 5
김선진 글.그림 / 상수리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살고 있는 집에 예전에는 누가 살았을까?

 

지금까지 이런 질문을 던져본 적이 없었는데...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 집에 누가 살고 있었을까?' 라고..

 

이 책의 모델이 된 작은 집은 저자 김선진의 작업실이라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작업실에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고, 지금은 작은 집에 살지 않지만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을 상상하며 가족, 이웃이 함께 한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기 바라는 마음으로 그림책을 완성하였다고 한다. 덕분에 '집'이 라는 공간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었다.

 

집을 보면 살고 있는 사람의 성격을 대충은 짐작하게 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처음 이사 왔을 때 청소가 너무 안 되어 있어서 이전 주인은 게을렀을 거라는 짐작을 했다. 그래서 청소업체를 불렀었는데...지금 울 집이 그 때와 비슷하다는 생각에 웃음이 난다. 나 또한 귀차니즘이 심한 관계로 청소를 연례행사 처럼 하고 있으니 당연히 지저분할 수밖에..

만약, 내가 아닌 깔끔한 성격의 사람이 살았다면?

 

 

작은 집과 함께하는 보통사람들의 일상

 

작은 집이 있었어요.

오래되고 낡고 소박한 집이었지요.

많은 사람들이 작은 집에 살았어요.

 

<나의 작은 집>은 2층이다. 여러 사람이 거쳐 갔지만 늘 그자리에서 변함없이 새 주인을 기다린다.

처음에는 자동차를 고치는 아저씨의 가게다. 아무 꾸밈없이 집 모양만 있던 건물은 예쁜 벽돌 타일의 외벽으로 변신하고 '삼일 카-센타' 간판이 달린 자동차 정비소가 들어선다. 1층은 작업장에서 매일 늦은 밤까지 일하고, 2층은 언젠가 자신이 만든 멋진 자동차를 타고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하는 꿈을 꾸는 보금자리이다.

 

그다음에는 '초원사진관' 간판이 걸리고 외벽의 인테리어도 바뀐다. 1층은 사진을 찍는 작업장이고, 2층은 사진사 아저씨만의 보금자리이다. 사진사 아저씨도 작은 집에서 자신이 찍고 싶은 사진을 찍는 예술가의 꿈을 꾼다.

 

한때는 혼자인 할머니와 길고양이들의 사랑방이 되기도 하고, 모자를 사랑하는 청년들의 모자 가계이기도 하면서 작은 집도 여러번 변신을 한다. 작은 집의 할머니는 그리워하던 가족을 만나고, 청년들은 백 개의 모자를 만든 날 패션쇼의 꿈을 이룬다.

 

그 후로 오랫동안 누구의 집도 아닌적이 있었는데, 회색빛의 쓸쓸한 작은 집 앞에는 길고양이와 쓰레기봉투, 벽돌만이 보일 뿐이다. 하지만, 작은 집은 자신을 예쁘게 변신시켜 줄 새 주인을 기다리면서 그 자리에 변함없이 있을 뿐...

 

어느 날, 작은 집에 한 아가씨가 찾아온다. 그림을 사랑하고, 향긋한 차를 좋아하는 아가씨는 작은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예쁘게 변신 시켜서 작은 찻집을 열었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의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은 아가씨의 꿈이 담긴 작은 찻집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 왔다.

 

누군가에게는 멋진 자동차 만드는 보금자리 였고, 누군가에게는 멋진 사진을 찍는 보금자리 였고, 또 누군가에게는 그리운 가족을 만나는 보금자리였던 나의 작은 집!

나의 작은 집은 나만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꿈을 이루기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안락함과 휴식을 주는 곳이다.

나의 작은 집에는 직업도 꿈도 다른 사람들이 꽤 오랫동안 머물렀다가 떠나지만, 작은 집의 사람들이 편안함과 행복한 미래를 꾸는 것만은 모두가 똑같다.

 

작은 집의 사람들이 떠나는 모습의 이야기는 없지만, 꿈을 이룬 그림속 인물들의 행복한 모습을 통해 더 크고 좋은 집으로 떠났을거라고 생각해본다.

 

책 속 모든 장면은 작은 집만 있었지만, 마지막 장면에서는 작은 집 뒤로 큰 집과 아파트가 즐비한 배경이 펼쳐져 있다. 골목이 갈라지는 중심에 있는 작은 집은 여전히 안락함과 멋진꿈을 간직하고 그 자리에 변함없이 서 있다.

그러나, 마지막 문장이 가슴에 오래 남는다...

 

"안녕, 나의 작은 집."

 

"안녕" 이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새로운 주인을 맞아 반갑다는 인사일까? 아니면 추억으로 사라진다는 걸까?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옛 것을 허물고, 자연환경을 훼손하는 현대의 모습이 안타깝기에 전자의 의미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내가 어렸을 때 살던 동네의 집들도 개발 되어서 추억으로만 남아 있기에 작은 집은 그 자리에 늘 있었으면 좋겠다.

 

 

배경음악 같은 문장 &

그림으로 말 하는 <나의 작은 집 >

 

나의 작은 집은 문장이 매우 짧고, 그림만 있는 페이지도 있다. 짧은 에세이 느낌의 문장은 작은 소리로 읆조리 듯 따듰하게 그림을 이야기한다. 마치 배경음악 처럼...

이 책은 그림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 자동차 정비소엔 자동차 타이어와 공구 등이 가득하고, 사진관은 단란한 가족사진과 인물사진이 걸린 아담한 사진관의 모습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사 온 찻집의 아가씨는 구석구석 청소하고 실내를 아기자기 하게 꾸미며 작은 집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

 

이 책은 각각 주인의 직업이나 상황에 맞는 디테일한 그림이 매력있다. 세밀화가 아니지만 디테일한 그림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작은 집이 2층이어서 페이지를 위로 넘기도록 하여 1층과 2층으로 구분한 세심함도 돋보인다. 따스한 수묵화 느낌의 터치도 작은 집에 대한 애정을 더욱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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